"아빠, 나 천까지 셀 수 있다!" 저녁에 집에 들어오니 큰아들 후연이가 기다렸다는 듯이 말을 건넸다. 천까지 센다는 말은 당연히 1부터 1000까지의 숫자를 순서대로 셀 수 있다는 것이고, 스스로 생각해도 그것은 대단한 일이라고 느끼고 있는 것만 같았다. 후연이가 한 살 두 살 들어가면서 나는 후연이의 언어구사 능력이 내가 영어를 하는 능력과 절묘하게 교차되어가고 있음을 느끼던 터였다. 녀석의 우리말 구사 능력이 조금씩 발달하면 상대적으로 내가 영어로 표현할 수 없는 말까지 하게 되리라는 예상이었다. 그러면서도 아직 녀석의 한국말 실력보다 내 영어실력이 더 뛰어날 것이라고 생각했던 이유중 하나는 바로 숫자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