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셋 여자 한 분

TV 리모콘 찾기

아하누가 2024. 6. 24. 01:25



며칠 전부터 공들이고 있는 'TV리모콘 찾는 작업'이 오늘도 여지없이
하루의 중요한 일과를 차지하고 있다.
추석 연휴기간을 잘 보내려고 리모콘을 찾는지

아니면 추석연휴 기간을 지루하지 않게
보내려고 리모콘을 찾으며 시간을 보내는지 이젠 도무지 구분이 가질 않는다.
집이라도 크면 모를까 손바닥만한 집구석에서 며칠째 못 찾고 있으니
이야말로 정말 답답한 일이다.

 


오늘은 싱크대 밑과 옷장 안, 그리고 구석구석 손길이 뜸하게 닿는 곳을
중점적으로 찾아보았다.

그냥 찾으면 재미도 없고 별로 이익이 되는 일도 없을 것 같아
손에 걸레를 들고 구석구석을 닦는 척하면서 리모콘을 찾았다.
겉으로는 가사를 돕는 모습으로 비춰지고

안으로는 TV리모콘을 기어이 찾고야 말겠다는
두 가지 의미를 지닌 오늘의 작전을 이름하여 '양의 탈'이라고 명명한 채
하루종일 작업에 들어갔다.
그러다가 리모콘이 발견되면 마치 청소하다가 리모콘을 발견한 것 같은
제스처를 써야겠다는 가증스러운 생각도 아울러 하고 있었다.

 

하지만 저녁식사 시간까지 계속된 나의 노력은

불행히도 이번에도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다.
리모콘에 발이 달렸던가 아니면 내가 장님이던가 두가지 중의 하나라는
생각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결국 리모콘 찾는 일을 포기하고 다른 방법으로
TV를 행복하게 볼 수 있는 방법을 연구했다.
컨버터를 쓰지 않고 TV로 직접 케이블을 연결시켰다.
그러다 보니 지금까지 모르고 있었던 사실 한가지를 알게 되었는데
우리집 TV는 모니터 기능밖에 못할 정도로

수신 기능이 형편없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런 후진 TV가 있남.


그리고 그 다음 방법으로 VCR에 연결시켰다. 다행히도 잘 나온다.
이 방법을 이제야 생각하다니. 이제 누워서 TV를 보며 VCR리모콘으로
채널을 이리저리 움직이면 된다.
최선은 아니지만 그래도 해결방법을 찾았으니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그리고 나서 조금 여유를 찾게 되니

며칠전부터 고장난 것 같은 VCR이 보인다.
테이프가 안에 들어있는데

EJECT버튼을 눌러도 안에 들어 있는 테이프가 나오지 않았었다.
다행히 플레이나 리와인드 등 안에서 돌아가는 기능은 가능해서
우리집 애들은 며칠간 비디오라고는 '피노키오' 하나로 때웠던 기억이 떠올라
이왕 팔 걷어부친 거 VCR도 정상적으로 작동해보려고 맘 먹었다.

 

 

바닥에 배를 깔고 테이프가 들어가는 공간을 쳐다보니 이런.....
그곳엔 그토록 애가 닳도록 찾아헤매던 케이블TV 컨버터 리모콘이 들어있다.
그래서 리모콘도 없어진 것이었으며 VCR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이었다.
어느 녀석이 그랬을까. 깊게 생각하지 않아도 둘째 녀석이다.
이제 막 뛰어 다니는 놈,

막 말을 시작하려고 아무 말이나 따라하는 바로 그 녀석이다.

 

 


이제 리모콘도 찾았으니 남은 2일의 연휴는 그나마 조금 편해지려나.
힘들게 찾은 리모콘이니 내일과 모레 이틀은 죽어라고 TV만 봐야겠다.
가까운 친지나 친구들이 찾아도 절대 나갈 수 없다.

어떻게 해서 찾은 리모콘인데.

 

 

덧말 : 며칠간 집에 있으면서 방정리와 걸레질을 도맡아 했더니
아무 것도 모르는 작은 아들이 나를 엄마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아하누가

 

 

 

'남자 셋 여자 한 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들은 애국자?  (0) 2024.06.24
컴퓨터 게임 신드롬  (0) 2024.06.24
오해  (0) 2024.06.24
꼼꼼한 사람, 꼼꼼하지 않은 사람  (0) 2024.06.24
고추  (0) 2024.06.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