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누나집에 갔을 때
아내는 내 모습 중에 뭔가 신기한 것이라도 발견한 듯
누나에게 말을 꺼냈다.
"안그런 것 같은데 주차 할 때 보면요,
주차선안에 정확히 차를 세워요. 놀랍죠?"
워낙 있는 그대로 사는 사람이라 옷을 다려 입는 일도 없고
청소 한번 제대로 하는 일이 없으니
아내에게 있어 나라는 사람은 꼼꼼한 것과는
거리가 먼 사람으로 비춰진 지도 모르겠다.
물론 청소 안하고 버티는 인내를 미덕이라 생각하는 나이고 보면
아내의 그런 생각 또한 어쩌면 당연한 생각이다.
사람의 성격이란 것이 대부분 양면성을 가지고 있게 마련이다.
그럴 것 같은 사람도 반드시 그렇지 않은 면이 있고 이런 저런 상반된 면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것이 사람의 성격이기도 하다.
매일 매일 함께 생활하는 부부라지만
형제보다 오히려 서로를 모르게 마련이다.
누나는 아내가 발견한 나의 새로운 면이 별로 대수롭지 않은 듯 대꾸한다.
"쟤가 어떤 앤지 아니?
화투 칠 때도 자기 거 자기 앞에 놓을 때 위아래 맞춰두는 애야"
아내는 그 말에 무척 놀라워했지만 정작 그 보다 놀란 것은 나 자신이었다.
내게는 이미 기억속에서 사라진 그런 세세한 일까지 또렷이 기억하고 있는
누나의 기억력이 놀라워서였다.
하긴, 아내와 마주 앉아 고스톱을 한번도 친 일이 없으니
그런 면을 아내가 알 리가 없다.
누나 덕에 오랜만에 기억을 더듬어 보니
나도 제법 꼼꼼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 모양이다.
* * * *
어제는 지방 거래처에 가서 그 회사 직원들하고 고스톱을 쳤다.
내가 돈을 따서는 안 되는 친선경기였지만
오랜만에 만져보는 화투여서 그런지
신이 나서 자꾸만 돈은 내게로 모여들었다.
하지만 그 보다 더 기억에 남는 것은
여전히 화투장 한 장 한 장을 위아래 그림 맞춰가며
앞에 진열해두던 내 모습이다.
아내가 보면 놀라겠지.
아마 그것보다 아내가 내가 이런 글을 꼼꼼히 쓰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
반쯤은 기절해 버릴 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람은 보이는 대로 사는게 좋다.
아내는 아내다워야 하고 나는 그저 나답게 살면 되는거니까.
아하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