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96

작곡하는 음악의 알파고

어려운 주제 하나 제시한다.저마다 생각이 너무도 다른 음악에 대한 얘기다. 긴글이 될 것 같다. 음악을 좋아하고 또 전공한 사람들은 펄쩍 뛰겠지만 컴퓨터가 음악을 작곡하게 될 듯하다. 서양음악에 근거한 현대음악은 음계와 길이, 그리고 박자의 조합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요소들을 사람의 감성을 움직일 수 있도록 아름답게 구성하는 것이 음악의 디지털적 분석이다. 그 경우의 수가 무한하다고 하지만 가장 아름답게 조합하는 수는 이미 대부분 나왔다고 본다. 그래서 17세기에 만들어진 음악이 아직도 사랑받고 있다. 더 이상 이런 수학적 조합이 쉽지 않아 새롭게 등장한 것 중에 가장 대표적인 게 랩이라 생각한다.이런 수학적 논리를 전제로, 음계와 음표를 디지털화하여 컴퓨터에게 조합하게 하면 어떨까? 기존의 음악 10..

알파고 바둑 신드롬 이후

컴퓨터 인공지능 알파고가 인간에게 승리했다. 충격이 지나고 냉정히 생각하니 그 이유는 간단하다. 바둑이든 뭐든 인간은 흐름에 의존한다. 과거가 있으니 현재가 있고, 미래가 있다는 식이다. 그러나 컴퓨터는 그런 인식이 없다. 단지 현재만 존재한다. 그전에 시도한 노력이 가까워서 또는 남들을 의식한 인간의 체면 따위는 없다. 단지 현 상황에서 최선을 찾고있다. 그것도 승리라는 결과만을 위해서. 바둑은 이런 현상을 단면으로 보여준 상징적인 게임이다.그렇게보면 인간적이라는 단어가 더 가치있게 느끼게 된게 아닌가싶다. 이렇게 생각하면 이해가 쉽겠다. "이렇게 하면 목적을 이룰 수 있다 하더라도 난 그렇게 하지 않는다. 마음 내키는 것이 더 중요한 인간이니까."

한낮의 취객

점심을 먹고 나른해질 무렵, 문득 사무실 창밖에서 괴성이 들려왔다.아래층에 편의점이 있는 2층 사무실은 길거리와 가까와 창문을 열지 않아도 사람들의 오가는 소리가 잘 들리는 곳이다.  목소리로 느껴지는 나이는 60세 전후로, 대낮부터 술을 어찌나 많이 먹었는지 혀꼬부라지는 소리로 혼자 떠들기 시작했다. 그 목소리가 얼마나 컸는지 사무실에도 생생하게 들렸고, 무슨 소리인지 귀를 기울이면서부터 그 소리는 점점 커졌다.  무슨 내용인지는 자세히 들리지 않았지만 일반적인 취객들이 흔히 행하는 신세한탄 및 근거없는 욕설이었다.   주변에서도 말리는 소리가 조금씩 등장하자 취한 사람의 목소리는 점점 더 커졌고, 사무실에 앉아 있는 내게도 인내심의 한계가 찾아왔다. 더 이상 이러한 예의없고 무식한 행동을 좌시할 수 ..

지퍼게이트

아침에 화장실에 가서야 바지 앞 지퍼가 열려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꼴로 지하철도 타고 길거리도 걸어다녔으니 참으로 딱한 일이다. 내가 클린턴도 아니니 지퍼게이트가 난 것도 아닌데도 자꾸 민망했다. 어쩐지 아침 출근길에 지하철 건너편에 앉아 있던 어떤 이쁜 아줌마가 무척 관심있는 눈길로 나를 한참이나 쳐다본 것 같다. 응큼한 아줌마.  그런데 자세히 보니 지퍼를 안 올린게 아니라 지퍼가 망가진 것이다. 이걸 어쩐담. 화장실에 서서 낑낑거리고 어떻게든 닫아 보려 했는데 이미 망가진 지퍼는 말을 듣지 않는다. 계속 고쳐보려고 노력하는 중이었지만 말은 듣지 않고 화장실을 이용하러 들락거리는 사람들이 오히려 나의 그러한 행동을 이상한 눈길로 쳐다보고 갈 뿐이다. 다시 사무실에 내려와 아무도 없는 틈을 이..

강아지 한마리

강원도에서 고기를 구워먹는데 뜬금없이 강아지 한 마리가 나타났다. 발바리 새끼다. 어느 집에서 살았는지 편안하게 잘 먹고 잘 살았던 듯 몸의 털도 뽀송뽀송하게 보이지만 그 반면에 두 눈은 잔뜩 겁에 질려있었다.인가가 밀집하지 않은 강원도 산골에서 이런 강아지는 보기 힘들다. 누가 키우던 거라면 그게 누군지, 누구네 집인지 금방 알 수 있는 작은 동네니 동네에서 나온 강아지는 분명 아니고 아마도 외지에서 온 사람들이 깜박 잊거나 또는 잃어버리고 간 모양이다.   굽던 고기 한 점을 건네주니 행여나 낯선 사람에게 잡힐세라 매우 조심스럽게 가져가 먼 구석으로 도망가더니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태어난지 그리 오래 되어 보이지 않는 이 강아지는 그때부터 그날 밤 내가 강원도를 떠나 서울로 올 때까지 따라다녔다...

아줌마와 아저씨, 그리고 바바리코트

사회 전반에서 아줌마들의 활발한 활동이 눈에 띈다. TV속에서 활동하는 연예인들도 그렇고, 주변만 들러보아도 경제활동을 하면서도 집안 일도 쑥쑥 잘 해결하는 아줌마들이 많아졌다. 어쩌면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 원래 아줌마라는 단어 속에는 강력한 내공을 담고 있지 않은가. 아줌마 -나는 이 단어를 예전부터 잘 알고 있다. 나이는 대략 중고생 자녀를 두었거나 혹은 그와 상응하는 나이이고 개인이나 혹은 가족의 이익을 위해서 체면 따위는 전혀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는 사람들이다. 그런가 하면 미용실에 가는 돈을 매우 아깝게 생각한다는 공통적 특징을 안고 있다. 이런 아줌마들의 특징 때문에 한때는 사회적으로 누군가를 흉보는 대상의 대명사처럼 자리잡은 적도 있었지만 최근 들어 그러한 특징들이 놀라운..

16년의 달인

요즘 TV에서 하는 어떤 코미디 프로그램중에 '달인'이라는 코너가 있다. 한마디로 스스로 어떤 분야의 달인이라고 자찬하며 너스레를 떠는 내용인데,그 엉뚱함과 황당함이 제법 우습다. 나름대로 즐겨 보는 프로이기도 한데, 이 코너에는 재미있는 특징 한가지가 나온다. 달인이 되는, 즉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는 시점을 아주 명확하게 16년으로 규정한 것이다. 항상 시작 부분에서 달인을 소개할 때면 '16년간 무엇을 해오신....'이란 수식어로 소개하곤 하는 걸로 보아 적어도 이 코미디에서만은 16년이라는 시간은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는데 필요한 절대 시간인 셈이다. 그런데 이 16년이란 시간도 절대 시간이라고는 하나 나이에 따라 받아들이는 느낌은 상대적이다. 아마 32살이 된 사람이라면 자신이 살아온 인생에 정..

나 참 많이 늙었다

어느날 강원도에서 세수를 열심히 한 뒤 거울을 유심히 바라본 적이 있다. 사진 찍는 것은 좋아해도 사진찍히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은터라 내 얼굴을 유심히 쳐다 본 적이 없는데 무심코 바라본,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란 그리 싱싱해보이지 않는다. 나이도 들만큼 들었고 세상도 살만큼 살았으니 그동안 살아온 흔적들이 얼굴에 나타나는 거라고 속편하게 해석할 수도 있는 일이겠지만그래도 나이를 먹는다는 것, 늙어간다는 것에 대해서는 아직 관대하게 받아들이는 나이는 아닌 모양이다. 아니 그것은 어쩌면 더 나이를 먹어도 변하지 않는 인간 본연의 습성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얼굴이라는 거, 얼굴에서 드러나는 나이라는 거, 이거야 말로 세상에 피할 수 없는 일 아닌가. 매에 장사없고 술에 장사없다고 하는 것마냥 세월의 ..

투망의 철학

주말 마다 벌어지는 강원도 생활 중에 제일 재미있는 취미생활은 투망을 이용해 물고기를 잡는 일이다. 투망이란 문자 그대로 그물을 던져서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말하는데 그 쏠쏠한 재미가 시간 가는 줄 모른다. 흔히 시간가는 줄 모르는 놀이로 여러 가지를 꼽는다. 골프치는 사람들의 미칠듯한 중독성이 그것이고, 승마하는 사람들의 말타는 재미, 도끼자루 썩는줄도 모른다는 바둑의 재미 등이 그런 것들이다. 그런가 하면 전혀 바람직하진 않지만 도박에 빠진 사람들이 말하는 묘미와 중독성은 한술 더 떠 각종 사회문제를 일으키는 주범이 되기까지 한다. 이렇듯 중독에 가까운 묘미가 있는 놀이나 취미에는 저마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우선 희열이 있고 감동이 있으며, 특히 여기에 인생과 비교할 수 있는 철학이 빠져서는 곤..

버스 안의 젊은 커플

먼저 얘기를 시작하기 전에 제목과 어울리는 우스개 소리 한마디 해야겠다. 어느 버스 안에서 젊은 커플이 나란히 좌석에 앉아 남들이 보기에 조금 정도가 지나친 애정행각을 벌였나 보다. 애정 행각의 내용도 상당히 진했겠거니와 이의 시간도 조금 길었던 모양이다. 길었다기 보다는 진한 애정 표현이 매우 자주 일어난 듯싶다. 원래 길게 한번 하는 것보다 자주 보여주는 게 보는 사람입장에선 더 짜증나게 마련이다. 이를 참다못한 뒷 좌석의 승객이 이들에게 소리쳤다.  "야! 여기가 여관이냐?" 그러자 닭살 커플 앞에서 꾸벅꾸벅 졸던 한 승객 아저씨가 잠에서 깨어 뒤를 돌아보더니 하는 말. "왜? 버스 안에서 잠도 못자냐?"  * * *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내 입장에서 이런 장면은 쉽게 볼 수 있다. 세상이 달라져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