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글 긴 얘기 42

음식에 관한 다양한 추억

1.나는 음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이게 무슨 소리냐 황당하겠지만,무언가 먹는 행동을 통해서 그다지 큰 즐거움을 얻지 못한다는 말입니다.예로부터 식도락이라 하여 음식을 먹는 일도 상당히 큰 즐거움이라 했고,현대 사회에 접어들면서는 음식의 보급이 풍요롭게 되고또한 생산 능력의 발달로 인해 계절과 관계없이 원하는 음식을 쉽게 먹을 수 있게 되었으니실제로 진정한 식도락의 세계가 열린 셈입니다. 그러나 그런 현실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먹는 일에 상당히 인색합니다.조금 더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또는 맛있는 음식을 먹었을 때더 즐거운 것은 사실이지만, 그걸 위해 다른 어떠한 노력을 하지 않는 편입니다.그러니까 특정한 음식을 먹기 위해 먼 거리를 이동한다거나또는 줄을 서서 기다리는 일은 내게 있어 참 보기 드..

주민등록번호

1.인터넷이 생활화되다 보니 한 사이트에 아이디가 두 개 이상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타인 명의의 아이디를 이용해 나쁜 일을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반드시 그런 것이 아니더라도 두 개 이상이 있어야 할 경우는 종종 있게 마련입니다.주로 게임이나 바둑 사이트에서 정해진 한계를 다 사용했을 때가 바로 그런 경우입니다.유료가입은 싫고 무료로 이용은 해야겠는데 무언가 모자란 경우죠.그럴 때 보통의 경우에는 게임에 관심없는 옆자리 동료나 친구에게 주민등록번호를 물어새로운 아이디를 만들어 사용하곤 했습니다.그러다 언젠가 인터넷에 주민등록생성기라는 프로그램이 돌아다녀그것을 이용하기도 했습니다.그런데 얼마전부터는 대부분의 사이트에서 주민등록번호와 실명을 확인해야가입이 되는 시스템으로 바뀌면서 주민등록생성기는 아무런 역할을 ..

어느 살인마의 참회록

1.저는 사람을 많이 죽였습니다.나도 모르는 새에 그렇게 끔찍한 일들을 벌린 것이었습니다.제일 먼저 사람을 죽이게 된 것은 직장생활을 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그때 한참 데이트중이라 지각이나 결근이 많았지요.이런 참회의 순간에 왜 데이트하는데 지각이나 결근까지 하냐는쓸데없는 질문을 던지면 갑자기 참회를 멈추고 다시 살인마로 돌변할지 모릅니다.아무튼 데이트하다보면 지각도 하게 되고 결근도 하게 됩니다.지각과 결근이 잦아지니 변명거리도 많이 필요하게 되었습니다.그래서 핑계를 대기 위해 먼 친척부터 하나씩 죽이기 시작했습니다.그러한 핑계로 하루하루를 근근히 이어갔습니다. 없는 친척도 만들어서 죽였습니다.겨우 만든 사람을 만들자마자 죽이다니 마음이 아팠지만내가 살기 위해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하는 수 없이 하나둘 ..

어느 변태의 이유있는 항변

1.예전에 아무도 없는 집에 혼자 있게 되었습니다.심심해서 친구들을 불렀습니다.그리고 대충 방이라도 청소하려는데 갑자기 바퀴벌레 한마리가방안을 가로질러 도망가는 것이 보였습니다.다른 일은 참더라도 바퀴벌레 잡는 일을 참으면 안됩니다.그래서 무언가 때려잡을 만한 것을 찾았습니다만 아쉽게도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다만 눈에 띄인 것은 3M에서 나온 스카치테이프뿐이었습니다.그 테이프를 쭉~푸른 뒤 그것으로 방바닥을 지나가는 놈을 위에서 덮쳤습니다.그러니까 방바닥하고 스카치테이프사이에 끼어 꼼짝 못하게 된 거지요.그 바퀴벌레는 어떻게든 도망가려고 무던히도 노력하고 있었습니다.그리고 가만히 들여다보니 발버둥치는 모습이 꽤 재미있었습니다.등에 스카치테이프가 붙어서 전진하진 못했지만 발들은 계속 움직이고 있었습..

내 친구 김유철

1김유철이라는 친구가 있습니다. 늘 재치가 넘치고 순발력이 좋은 친구였는데친구라는 단어가 걸맞게도 서로는 뛰어난 호흡을 맞추던,한마디로 죽이 잘 맞는 사이였습니다. 하루는 이 친구가 내가 일하던 회사로 찾아왔습니다.내가 일하는 회사의 부서는 3명의 직원이 한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는 작은 부서였습니다.그날따라 한명이 휴가를 낸 상태라 회사앞 커피숍에서 만나지 않고그냥 사무실로 찾아 오라고 했습니다.노크 소리가 나고 문을 열고 들어온 친구는 자연스럽게 ‘처음 뵙겠습니다’라고능청을 떨었고 나 역시 이에 질세라 ‘반갑습니다. 어서오세요’라고 하며,마치 처음 만나는 사람처럼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한술 더 떠서 한마디 했습니다. “이력서는 가지고 오셨지요?”“아~ 예...제가 그만.... 오늘은 그저 면담만..

속물근성

1.점심 식사를 마치고 본격적으로 나른해지기 시작할 때였습니다.갑자기 사무실 창밖에서 음향기기 소리가 요란하게 진동했습니다.그렇지 않아도 무언가 잠이 깰만한 사건을 찾고 있었는데 제 발로 찾아오듯그런 일이 생기니 기분이 무척 좋았습니다.하지만 그 소리는 너무도 커서 정상적으로 일을 하기에는 몹시 힘에 겨운 소리였습니다.상황이 그렇게 되자 일을 하지 않아도 되는 매우 정당한 명분이 생겼습니다.그런 상황에서는 주위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연구만 하는만유인력의 대학자 뉴턴이 와도 욕을 하며 연구 자료를 내팽겨칠 만한 상황이었습니다.뉴턴이 아니라 뉴턴 할아버지가 와도 일을 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습니다.얼른 옷을 추스리고 사무실을 나섰습니다.주변 사람들은 오히려 '무슨 일인지 잘 알아보고 오라'며 고맙게도 일하기 ..

프리셀

1.컴퓨터에 윈도우를 설치하면 기본적으로 생기는 게임이 있습니다.지뢰찾기도 있고 하트게임도 있고 또 카드 놀이도 있습니다.이 게임들은 컴퓨터를 처음 접한 사람들이 그나마 컴퓨터랑 친해질 수 있는유일한 접근 방법이기도 하지만 그건 그때 잠시 뿐이고 다른 것들을 할 줄 알게 되면언제 그랬냐는 듯이 잊어버리게 되는 것들입니다.즉 지금 컴퓨터를 만지는 사람은 기억도 나지 않는 올챙이 시절에그 게임을 했던 것이 고작이었습니다.하지만 추억과 전설의 게임이며 또한 그냥 컴퓨터를 장식하고 있는 장식품의 하나인그 게임을 아직도 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그게 바로 우리 사무실 사람들입니다.앞에서 설명한 윈도우의 기본 게임 중에 ‘프리셀’이라는 게임이 있습니다.카드놀이와 비슷한 이 게임으로부터 사무실 사람들의 엽기행각이 시작됩..

사악한 사람들

1얼마전에 가족 방문차 미국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LA 근교에 사는 선배의 집에 들렀습니다.미국으로 이민온지 4년째를 맞고 있던 선배는 페인트칠을 하는 직업을 가지고 있었습니다.물론 내가 한국에서 왔으니 반가왔겠지만 그렇다고 하던 일을 쉬어 가면서나랑 놀아줄 수는 없었습니다.나도 당연히 일이 있으면 선배가 일을 마치는 시간까지 집에서 낮잠을 자던가그집 아들이랑 놀던가 하며 선배의 생업에 지장을 주지 않으려고 마음 먹고 있었습니다.하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선배는 내가 머무는 며칠간 일이 없었고그래서 즐겁게 여기저기 나를 데리고 다닐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3일이 지나니 왠지 선배가 일이 없다는 사실이 조금 불안해지기 시작했습니다.오히려 일에 바쁜 모습이 내 입장에서는 더 안심이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

어느 동호회 모임에 가던 날

1토요일 오후였습니다.그날 저녁은 내가 속해 있던 모 통신사 동호회의 정기모임이 있던 날이었습니다.모임 시간은 6시였고 약 30여분 남짓 여유가 있어 모임 장소까지 걸어가기로 했습니다.주변의 동료의 말에 의하면 걸어가면 멀 것 같지만막상 걸어보면 15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 가까운 거리라는 말이일단 좋은 명분을 만들어 주었습니다.하지만 사실은 전철비라도 아껴보자는 의도에서 진작부터 걷기로 마음먹고 있었습니다.   2부지런히 걷고 있자니 땀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땀이 나면 갈증도 납니다.갈증이 나면 뭔가 수분을 섭취해야 합니다. 하지만 길 한복판 어디서 물을 먹습니까?그래서 구멍가게에서 청량음료를 하나 사 먹었습니다.조그만 구멍가게였는데 청량음료 하나에 800원 달라더군요.마신 것이 다 눈물로 나올 것 같..

여행속의 작은 이야기

1지난 1997년 9월에 있었던 월드컵 최종예선일본과의 도쿄 경기 현장에 붉은 악마와 함께 있었습니다. 당시에 있었던 사건 한가지…….선발대로 다른 사람보다 하루 먼저 동경에 도착하여 미리 일정을 점검하고울트라 니뽄이라고 칭하는 일본 친구들도 만나며 바쁜 일정의 하루를 보내고본팀이 들어오는 날을 맞게 되었습니다.우리 일행이 묵을 장소는 여관도 아니고 그렇다고 호텔도 아닌 아담한 숙소로 다른 것은그리 아쉬운 것이 없었는데 경비를 아끼다 보니 목욕실은 각방마다 있었던 것이 아니고공동으로 사용하는 곳이었습니다.평소에 그리 목욕과 친한 사람은 절대 아니었지만 그래도 뭔가 부족한 부분이 나오니이에 대한 강한 욕구가 점점 더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아무래도 본팀이 도착하는 오후부터는 욕실 사용이 순탄하지 않을 것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