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저는 사람을 많이 죽였습니다.
나도 모르는 새에 그렇게 끔찍한 일들을 벌린 것이었습니다.
제일 먼저 사람을 죽이게 된 것은 직장생활을 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때 한참 데이트중이라 지각이나 결근이 많았지요.
이런 참회의 순간에 왜 데이트하는데 지각이나 결근까지 하냐는
쓸데없는 질문을 던지면 갑자기 참회를 멈추고 다시 살인마로 돌변할지 모릅니다.
아무튼 데이트하다보면 지각도 하게 되고 결근도 하게 됩니다.
지각과 결근이 잦아지니 변명거리도 많이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핑계를 대기 위해 먼 친척부터 하나씩 죽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한 핑계로 하루하루를 근근히 이어갔습니다. 없는 친척도 만들어서 죽였습니다.
겨우 만든 사람을 만들자마자 죽이다니 마음이 아팠지만
내가 살기 위해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하는 수 없이 하나둘 죽였습니다.
그럴 때마다 내게는 많게는 3일에서 적게는 반나절의 휴가가 생겼습니다.
물론 약간의 실수로 인해 두 번 죽은 사람도 생겼습니다.
멀쩡히 살아계신 친구 부모님들도 많이 돌아가셨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한번에 반성합니다.
2.
시간이 조금 지나 결혼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직장 동료들과 어울리는 시간이 많아지니 집에 늦게 들어가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하는 수 없이 직장 상사들의 주변 사람들이 하나둘씩 죽기 시작했습니다.
시간이 점점 흘러 더 죽일 사람이 없을 때가 되면 없는 직책을 하나둘씩 만들었습니다.
회사의 규모가 점점 커졌습니다.
한편으로는 고용을 증대하고 실업자를 줄이는 일에 일조한다고 생각하니
다소 위안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직원이 늘어날수록 죽는 사람 또한 늘어났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번 참회합니다. 나는 나쁜 놈입니다.
3.
인터넷 시대가 되니 야한 그림이나 포르노는 인터넷을 통해 얻게 됩니다.
야한 그림 찾는데 선천적으로 뛰어난 자질을 가지고 있는 나는
누구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귀한 자료와 고급 정보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별명이 '인터넷이 하이에나'라고 불리기도 했지요.
그래서 그런 고급 정보들을 구할 때마다 주변 사람들에게 구경시켜 주었습니다.
물론 돈은 받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구한 자료를 모니터에 띄우고 그것을 보는 사람들에게 항상 이렇게 물었습니다.
"어때? 죽이지?"
그러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정말 죽인다."
그렇게 또 많은 사람들이 죽어갔습니다.
이번엔 대규모 학살이었습니다.
예전의 경우와 다르게 두명 세명 또는 여러명이 한번에 죽어갔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참회의 눈물을 흘립니다. 나는 나쁜 놈입니다.
4.
그러던 어느날 인터넷에서 청부살인을 하는 사이트가 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런 사이트는 내가 적격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동안의 경험으로 볼 때 다양한 사람을 다양하게 죽이는 방법을 터득했으니
이제 이런 능력을 좋은 일에 써야겠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그것이 내가 참회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사실을 알고 보니 이런 죽일 놈들이 있나요.
진짜 사람을 죽이는 사이트였던 것이었습니다. 환장할 일이었습니다.
누가 누굴 죽여달라고 부탁을 하지 않나 그렇다고 정말 실행에 옮기지 않나....
끔찍한 얘기니 그만 해야겠습니다.
평소에 오가는 말로 '죽인다', '죽이네', '죽이지?', '죽여 버린다', '죽고 싶냐?' 등등의
표현은 하면 안될 것이라는 사실도 알았습니다.
이 글을 보시는 어린이 여러분, 그리고 이 나라의 기둥인 청소년 여러분,
그리고 철없는 어른들에게 저는 이 참회록을 통해
사람을 죽이는 일을 이제 중지해야 한다고 간절히 호소합니다.
그리고 바른 말 고운 말을 써서 고운 심성을 가지도록 해야겠습니다.
모두 아름다운 세상을 만듭시다.
이번 글 죽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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