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비밀번호라는 것이 낯설지 않은 단어가 되었다. 말 그대로 상당히 비밀스러워야 하는 동시에 무언가 말못할 내용들이 잔뜩 숨겨 있어 섣불리 꺼내기도 힘들 것만 같은 이 단어가 낯설지 않게 된데는 사회구조의 급격한 변화가 가장 큰 원인이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비밀번호를 사용하는 곳도 하도 많아져서 이건 도무지 비밀번호가 무엇이었는지 한참을 고민해야 하는 일이 잦아졌고 급기야 해당 업소에 찾아가 자신의 비밀번호를 확인해야 하는, 실로 웃지 못할 일들도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다. 비밀번호를 기억하지 못한다면 은근히 얼빠진 사람이나 기억력이 몹시 좋지 않은 사람으로 쉽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실제 생활에서 겪어보면 절대로 그렇지 않다. 아주 오래전에 어느 은행에서 예금통장을 만들려니 비밀번호를 적으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