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이야기 13

추억에 담긴 공중전화

지하철 승강장에서 지루하게 전철을 기다리다 추억의 공중전화기를 발견.1990년대에도 사용했었던 걸로 기억한다. 삐삐가 오면 근처에서 저걸 찾아 연락했고, 부스안의 누군가가 심각한 표정으로 수화기를 붙들고 있었던 장면도 영화처럼 떠오른다.  추억은 잠시 쉬고 있던 두뇌 한구석의 작은 세포를 움직인다. 당시에는 너무나 소중했던, 그러나 지금은 쓸모가 없어진 옛날 전화기를 회상하고 있는 나는 지금, 첨단 기능을 갖춘 스마트폰으로 글을 남기고 있다. 그러면서 감성이니 추억이니 하는 가증스런 감상에 빠지고 있다. 운명이 준 이기의 이기적 단면이다.   2016년 3월 어느 봄날.

사진과 이야기 2024.07.09

[포토에세이] 여행, 사진..... 그리고추억

삶이 사람을 지치게 할 때 사람이 삶을 지치게 할 때 나는 비행기를 탄다.   뚜렷한 목적도 없고 상세한 계획도 없으며 일정을 같이 할 일행도 없는, 3개의 무원칙을 원칙으로 삼으며 또 비행기를 탄다.   조금 더 넓은 세상에서 조금 더 힘든 경험을 안고 오는 것은 너무나 신나는 발상의 전환 원기의 충전. 새로운 것을 본다는 것,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는 것, 그처럼 자극적인 일은 없다.   지금 하늘을 가르고 있는 것은 비행기가 아니라 새로운 세상을 만나려는 작은 꿈이다.              낯선 만남은 언제나 설렘 그 자체.   공항에 내리면 평생 한번도 나와 같은 길을 걸었던 적이 없는 사람들을 본다. 저 많은 사람과 이 새로운 환경은 단 한번도 나와 마주친 적이 없다. 그래서 나는 설렌다. 경험..

사진과 이야기 2024.06.29

그때 그 자리

기억에 남아 있는 장소를 다시 찾는다는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그리고 그곳이 찾기 힘든 곳일수록, 일부러 발걸음을 옮겨야 하는 곳일수록그 감회는 매우 새롭다.맑은 날이 연속되는 요즘, 카메라를 들고 남산 한옥마을을 찾았다.남산 한옥마을은 도시한복판에 있는 작은 휴식처다.특히 예전에 사무실이 근처에 있어 자주 찾던 곳이어서개인적으로 각별한 의미가 있는 곳이다.처음 카메라를 사고 테스트삼아 찍었던 장소도 한옥마을이었고가끔 카메라를 들고 찾아나선 정겨운 곳이다.사진이 잘 나오던 그 자리를 또 찾았다.변함없이 좋은 자태로 사진찍는 나를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이 세상에 변하는 것은 오직 사람뿐이다.

사진과 이야기 2024.06.25

라이브 음악 카페

음악을 듣는 것을 즐겨하는 나는 외국에 갈 때마다 마음에 듣는 바나 카페를 찾는다.한국에도 그런 곳들이 없겠냐만 음식값이 만만치 않아 형편상 자주 갈 수 없다.동남아 국가는 한국에 비해 물가 자체가 싸기도 하지만술집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큰 돈이 들어가지 않는다.특히 서양 사람들이 주로 오는 업소일수록 서양식 문화가 술값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맥주 한병 테이블에 올려두고 적당히 즐기는 것이 고작이다.술을 즐겨하지 않는 내게 이런 문화는 상당히 마음에 들지만우리나라에서 만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베트남 호치민시에 가면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카페가 있다.보통의 라이브 카페들은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기계음악으로 반주를 하고가수 한두사람이 있는 형태이거나혹은 베이스키타, 드럼, 키보드 등 락뮤직에 걸맞는 시스템..

사진과 이야기 2024.06.25

고궁과 현대식 건물의 조화

가끔 경복궁이나 덕수궁 등 도심의 고궁에 사진찍으러 가는 일이 있다.렌즈를 새로 구입했거나 날씨가 유난히 좋아 놓치기 아까운 경우빠르고 쉽게 찾아갈 수 있는 장소가 이곳인데막상 사진을 찍으려면 곤란한 부분이 있다.경복궁의 경우는 궁의 배경이 북악산이어서 자연과 건물의 조화가잘 아우러진데 비해 덕수궁의 경우는 주변의 높은 빌딩에 둘러쌓여 있어카메라를 어떤 각도로 들이대도 좋은 그림 찾기가 쉽지 않다.도심 한복판에 있는 고궁이니 불가피한 상황일 듯했다.지난 2006년 3월.후쿠오카 시내 祈園역 근처의 한 신사는 이러한 상식을 깨고 있었다.도심속에 갇힌 작은 사원이나 주변 빌딩과의 조화가 놀랍도록 정제되어 있다.고궁의 의미를 잘 보존하려면 주변 건물과의 조화,그리고 시대적 차이의 조화가 우선일 듯싶다. 200..

사진과 이야기 2024.06.25

겨울 경복궁

눈이 많이 내린 다음날.밤새 내리던 눈이 오후 2시경에 멎었다.혹시라도 이때를 놓치면 눈덮인 경관을 사진에 담을 수 없을 것 같아서둘러 향한 경복궁.광화문에서 경복궁은 매우 가까운 듯 보이나실제로 경복궁 안으로 들어가려면 먼길을 돌아가야 한다.그렇게 서둘러 도착하니 이미 경복궁 문은 닫혀 있다.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경복궁은 시설관리를 위해요즘 개방시간을 제한한다고 한다.결국 겉보습만 몇장 찍고 힘없이 돌아왔다.사진도 하늘이 도와줘야 찍는다는 것은 날씨 만이 아닌 모양이다. 2006년 2월. 경복궁에서.Pentax ist-DS. Vivitar 28mm / f1:2.8.

사진과 이야기 2024.0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