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병장 김병장의 군대이야기 17

군부대에 울려퍼진 <어머님의 자장가>

군대에 입대했을 때니 무척 오래전 일이다. 군대에도 회식이란 게 있어 가끔 신병들 노래도 시켜보고 재주 있는 고참들이 나와 장기자랑하듯 즐겁게 노는 시간도 있다.  분위기가 무르익을 즈음이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이등병이 있었다. 대전의 한 대학교를 졸업하고 당시 대전 밤무대에서 밴드 보컬을 하다가 입대했다는 동기녀석이다. 노래를 어찌나 구성지게도 잘 부르는지, 회식의 마무리는 녀석의 노래에 진지함을 담아 근엄하게 마무리하곤 했다. 대한민국 군대 회식문화로는 가장 세련된 문화가 아니었나 싶다. 이등병의 노래는 언제나 였다. 1985년 당시 이 노래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꽤 많은 부대원들이그 녀석 자작곡으로 알고 있을 정도였다. 노래의 구슬픈 가사나 서정적 멜로디는 집을 떠나 힘든 군생활을 하고 있는..

구전군가 BEST 3

군대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군대에서 군가만 부르는 줄 알지만군대에서도 회식시간을 통해 인기가요나 흘러간 트로트를 즐겨 부른다.군대의 노래 중 특이한 것은 군가도 아니고 가요도 아닌오직 군대에서만 애창되는 특별한 노래가 있다는 것으로이것이 바로 군가 아닌 군가, 즉 구전(口傳)군가다.여기까지 읽고 순간적으로 몇 가지 노래를 흥얼거릴 수 있는 사람이라면군대생활을 제대로 한 이 땅의 자랑스러운 예비역임이 분명하다. 오로지 군대에서만 불리워졌던 수많은 노래를국민투표나 그 흔한 설문조사 없이 단 한사람만의 시각으로 3곡만을 선정하고,이를 통해 사회의 급격한 변화 속에 잠시 잊혀지고 있던군대의 추억을 색다른 시각으로 되짚어본다.이른바 구전군가의 BEST 3이다.   제 3위 소령 중령 대령은 짚차 도둑놈.....명..

목욕탕 가는 길

군대에도 목욕탕이 있다.겨울에만 사용하는데 탕안에는 들어가지 못하고 밖에서 물을 퍼서 목욕한다.시설은 매우 좋은 편이다.다만 목욕탕의 실내온도는 너무나 춥고 목욕탕물은 너무 뜨거워물을 몸에 끼얹기는 커녕 손도 못대는 기현상이 있을 뿐이다.--------------------------------------------------------------------------  목욕이 있는 날이다. 영하 10도는 족히 넘고도 남을 차가운 날씨였지만김병장은 목욕을 하기로 굳게 맘을 먹었다.그리고 그동안 목욕탕에서 익힌 노하우를 다시 한번 점검해보기로 했다. 1. 일단 입고 있는 속옷 차림으로 목욕탕으로 향한다.2. 비눗칠을 대충 한 뒤 입고 있던 속옷을 벗어 그 자리에 쪼구리고 앉아 빨래를 시작한다.3. 그러면 ..

아프지 않은 환자는 없다!

어떤 사회에서나 사건의 발단은 아주 작은 일로부터 시작되기 마련이다.저녁 식사를 마친 육군 어느 부대의 내무반. 한쪽 구석에서 장난삼아 팔씨름 대회가 열렸다.대회라 할 것도 없이 너도 나도 만만한 놈 붙잡고 단순한 힘겨루기를 하는중이었다.남보다 특히 힘이 세지도 약하지도 않은 김병장은 잔뜩 호기를 부리며커다란 덩치를 가진 부대 고참인 일명 ‘백곰’에게 도전장을 던졌다.아무 일에도 쓸데가 없는 것 같은 그 간단한 일이 사건의 발단을 만들었으니.....   잠시 후 부대내 의무실.김병장은 한쪽 팔로 다른 한쪽 팔을 부축하듯 감싸안은 채군의관의 설명을 듣고 있었다.이리저리 상태를 살펴본 군의관은 이내 밝지 않은 표정을 짓더니담담한 목소리로 위생병에게 지시했다. “어이, 이병장, 이 친구 하루나 이틀 정도 입실..

내무반의 TV

군대라고 해서 늘 훈련만 있고 기합만 있는 것은 아니다.이곳 또한 사람들이 사는 곳이요, 그러니 만큼 웃음도 눈물도 모두함께 있는 곳이다. 하지만 때로는 엄청나게 슬픈 일임에도그만 웃음을 터져 나오게도 되는 곳이 또한 군대이기도 하다.---------------------------------------------------------- 강추위가 몰아치는 한 겨울. 김병장은 초소에 앉아서 옛생각에 잠긴다.날씨가 춥다보니 군대에 입대하기 전에 있었던 집안의 따뜻한 방이 절실하게그리워지고 있었다.따뜻한 아랫목에 이불덮고 TV를 보고 있으면정말 천국이 따로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물론 군대에도 TV는 있다.일과 시간 이후에는 봐도 되지만 말처럼 그리 쉬운 것은 아니다.일단 TV를 볼만한 서열이 되어야 ..

동그라미 그리기

사람들은 기억에 있어서는 얄미우리만큼 모든 일을 쉽게 망각하곤 한다.성격이 단순할수록 그 정도는 더 심하게 마련이어서가장 사람을 단순하게 만드는 곳인 군대에서는 웃을 수도 없는 일들이가끔 발생하곤 하는데.......-------------------------------------------------------------------------- 김병장은 화장실에 자리를 잡고 앉아 담배를 꺼내 물었다. 앉은 자세로 보아 장기적인 휴식에 들어가기 위함이 분명했다.그러던중 화장실 밖에서 두 사병이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이 김병장의 귀에아련히 들어왔다.얘기의 내용으로 보아 아마도 이제 막 부대배치를 받은 신병들인 것 같은데첫 보초근무에 나갔던 얘기들을 나누고 있는 모양이었다.담배를 한모금 힘껏 빨던 김병장은지..

사격의 달인

군대라는 사회에서는 비상식이 상식처럼 통하는 경우가 잦다.그저 그러면서 힘들고 외로운 시간들을 조금이라도 잊어보자는 발상일게다.따라서 어쩌면 가장 유머러스한 사건들과 말들이 오가는 곳도바로 이 군대일 것이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조용히 일기를 쓰고 있던 김병장은 옆자리에서후배 사병 두 녀석이 하고 있는 대화를 듣게 되었다. “이봐! 아무래도 나는 총이 안좋은가봐. 그래서 사격이 잘 안되는 것 같아.”  가만히 듣고 있던 김병장은 이 두 녀석이 오후에 있었던 사격훈련에서좋지 않은 성적 때문에 많은 기합을 받았던 녀석들이라는 기억이 떠올랐다.군인이 사격을 못한 사실만으로도 챙피..

목욕

살다보면 끔찍하게도 여겨지는, 하기 싫은 해야 할 경우가 있다.그런데 그것이 자신의 의사와는 다르게 하게 될 때는 포기상태에서 하게 되지만순수한 자신의 의지로 해야 할 때는 참으로 괴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군대는 그런 일들이 자주 일어나곤 한다.-------------------------------------------------------------------------- 매월 말이면 모든 것들이 부족해진다.비누도 떨어지고 담배도 떨어지고.새달이 올 때까지 기다리지만 그 시간은 참으로 길게만 느껴지곤 한다.김병장은 화장실에 앉아 볼 일을 보다가 볼일이 다 끝나가고 있을 무렵문득 손에 쥐고 있는 화장지가 턱없이 부족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고는지금이 월말이라는 사실을 새삼 떠올렸다.지금 가지고 있는 화장..

헌혈

사람들이 어울려 살아가는 조직에서는 무언가 적법하지 않은 일을해야 할 때가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비양심적인 행동은나름대로 합리화시키면서 누군가 그 행동을 하면 입에 침을 튀어가며비난하고 나서기 마련이다.특히 자신이 비양심적인 행동을 하고 있을 때 누군가가 그것을 바로 따라한다면그 사람이 얼마나 얄밉게 보이는지…비양심적인 행동이 잦은 사람들은 이 부분에 대해 잘 알것이다.군대 또한 사람사는 집단이라 이 문제가 가끔 일어나곤 하는데…------------------------------------------------------------------------ 아침부터 무슨 교육인지 집합인지 모두 연병장으로 모이라는 지시에김병장은 심기가 편치 않았다.더욱이 최근 들어 잠이 모자라서 그런지 ..

펄럭이는 팬티

군대라는 곳은 당연히 빨래도 스스로 해야 한다.항상 숙소 앞에는 빨래를 말리는 커다란 장소가 있고 거기에는 항상많은 빨래들이 펄럭이고 있다. 모두들 같은 모양을 한 옷들이다.그러다보니 네옷 내옷을 가리기가 어려워 모든 옷에는 유성매직으로 커다랗게자신의 이름들이 쓰여있다. 이름이 커다랗게 쓰여진 채 빨래줄에서 펄럭이는팬티......이것이야 말로 군대에서만 볼 수 있는 진풍경인 셈이다.-------------------------------------------------------------------------  아직은 여름의 열기가 남아 있는 어느 오후,김병장은 무심코 빨래줄에 널려있는 옷들을 바라보다가 참으로진기한 장면이 아닐 수 없다는 생각이 새삼스럽게 떠올랐다.국방색을 띈 옷에 쓰여진 검정색 매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