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병장 김병장의 군대이야기

군부대에 울려퍼진 <어머님의 자장가>

아하누가 2024. 7. 9. 05:22

 

 

군대에 입대했을 때니 무척 오래전 일이다. 

군대에도 회식이란 게 있어 가끔 신병들 노래도 시켜보고 

재주 있는 고참들이 나와 장기자랑하듯 즐겁게 노는 시간도 있다. 

 

분위기가 무르익을 즈음이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이등병이 있었다. 

대전의 한 대학교를 졸업하고 당시 대전 밤무대에서 밴드 보컬을 하다가 입대했다는 동기녀석이다. 

노래를 어찌나 구성지게도 잘 부르는지, 

회식의 마무리는 녀석의 노래에 진지함을 담아 근엄하게 마무리하곤 했다. 

대한민국 군대 회식문화로는 가장 세련된 문화가 아니었나 싶다.

 

이등병의 노래는 언제나 <어머님의 자장가>였다. 

1985년 당시 이 노래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꽤 많은 부대원들이

그 녀석 자작곡으로 알고 있을 정도였다. 

노래의 구슬픈 가사나 서정적 멜로디는 집을 떠나 힘든 군생활을 하고 있는 

군인 아저씨들에게는 가슴을 후벼파는 명곡이었다.

녀석은 부르기 싫어했지만 

일방적인 요청에 의해 자기 기분만을 내세울 수는 없는 상황이 매번 반복됐다. 

그 노래는 다들 노랫말을 외워서 감동의 떼창을 부르기도 했으며,

노래를 어떻게 할 지 뻔히 알면서도 회식의 마지막 자리는 녀석이 부르는 <어머님의 자장가>였다.

나는 그렇게 세련된(?) 군대생활을 했다. 

 

 

* * *

 

 

토요일 늦은 밤 티비를 보니 전인권 밴드가 부르는 <어머님의 자장가>가 흘러나온다.

30년전 전방을 지키며 목숨을 걸고 싸우던 고된 군생활도 떠올랐고,

유난히 목소리에 힘이 넘치는 전인권의 노래를 들으니 온갖 감회가 스쳐간다. 

 

그래서 노래는 생명이 길다고 했다.

그래서 노래는 영화보다 잔상이 오래 남는다고 했다.

그래서 노래는 감성으로 시작해 이성으로 마무리한다고 헀다. 

 

노래에 취해 잠에 빠지는 아름다운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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