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도 목욕탕이 있다.
겨울에만 사용하는데 탕안에는 들어가지 못하고 밖에서 물을 퍼서 목욕한다.
시설은 매우 좋은 편이다.
다만 목욕탕의 실내온도는 너무나 춥고 목욕탕물은 너무 뜨거워
물을 몸에 끼얹기는 커녕 손도 못대는 기현상이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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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이 있는 날이다. 영하 10도는 족히 넘고도 남을 차가운 날씨였지만
김병장은 목욕을 하기로 굳게 맘을 먹었다.
그리고 그동안 목욕탕에서 익힌 노하우를 다시 한번 점검해보기로 했다.
1. 일단 입고 있는 속옷 차림으로 목욕탕으로 향한다.
2. 비눗칠을 대충 한 뒤 입고 있던 속옷을 벗어 그 자리에 쪼구리고 앉아 빨래를 시작한다.
3. 그러면 남들이 끼얹는 물로 인해 내몸에 비누물은 다 가신다.
4. 갈아입을 옷은 없지만 남들보다 목욕을 빨리 마쳤으니 어두움을 이용해 그 상태로 내무반까지 뛰어간다.
5. 내무반에서 여유있게 속옷을 갈아 입는다.
이러면 행복한 목욕이 될 것이라 생각한 김병장은 자신도 모르게 콧노래가 나왔다.
이 얼마나 행복한 상상인가?
따뜻한 물에 빨아야 하는 속옷도 빨고 목욕도 했으니 이야 말로 누이 좋고 매부좋고,
꿩도 먹고 알도 먹고, 님도 보고 뽕도 따는 셈이 아닌가?
여기서 잠깐! ---------------------------------------------------------------
이와 비슷한 속담으로 자주 쓰이는 ‘도랑치고 가재잡고’는
위의 경우와는 다른 뜻이랍니다. 이는 도랑을 치고 가재를 잡으려면 가재가 있겠는가? 하는,
일의 순서가 잘못 되었다는 뜻으로 쓰이는 속담이랍니다
-우리말 속담 큰 사전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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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무반에 앞에 모인 중대원들은 군바리다운 철저한 집단행동 규칙에 의거,
목욕탕까지 줄지어 발맞춰 행진한다.
이에 군가 또한 울려퍼지니
이야 말로 군대 아니면 볼 수 없는 기이한 장면 아닌가?
이때 불리워지는 군가(?)를 소개한다.
나는 때미는 여자~ X나게 때미는 여자~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펄펄 끓는 목욕탕에서
X나게 때를 미는~ 나는 때미는 여자 ~
(이때 랩과 비슷한 멘트성 가사가 나온다) 누우세요! 벗으세요! 벌리세요!(뭘 벌려?)
(그리고 후렴구로 돌아가 노래를 마친다)
나는 때미는 여자~~~~
* * *
목욕을 계획대로 마친 김병장은 마지막 단계인
알몸으로 내무반을 향해 빠른 속도로 이동하는, 이른바 스트리킹 전술을 감행한다.
영하 15도의 매서운 추위도
김병장의 계획과 의지앞엔 아무런 장애도 되지 못했는데....
아뿔싸!
이 시간엔 나타나리라 상상도 못했던 군기교육대 김중사가
마침 그길을 지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이봐~ 자네 뭐하는 병산가?”
“헉~ 예 저는 3경비중대 병장 김은X입니다”
“어라? 이 녀석이 복장 보게나~ 차렷!”
김병장은 분명 복장위반이라곤 할 아무런 단서도 없었음에도 복장불량이라는
전대미문의 죄목을 덮어 써야 했다.
영하 15도의 매서운 바람이 갑자기 더 강하게 불기 시작했다.
김병장은 대한민국 육해공군을 통털어 노팬티 차림으로
1시간 가까이 서있어야 했다.
팬티바람으로 벌을 받는, 일명 ‘빰빠라’는 있어도 노팬티 차림은 그 사례를 찾기
드문 일이었다.
이 가혹한 벌을 내린 군기담당관도 제재를 받아야 할 만큼
혹독하고도 잔인한 벌이라 생각되어 항의라도 하려 했지만
옷을 강제로 벗긴 것도 아니고 스스로 벗고 있는 놈을 그냥 세워놨을 뿐이니
달리 항의할 여지도 없었다.
저 멀리서 목욕을 마친 중대원들이 단체로 돌아오는 소리가 들리면서
김병장의 하루는 또 이렇게 저물어가고 있었다.
“나 는 때미는 여자~ X나게 때 미 는 여 자.....”
아하누가
이 글을 쓴 시절이 1990년말이니 오래전 글이다. 어째 어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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