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병장 김병장의 군대이야기 17

의무실

군대를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이 군대 얘기를 들을 때 가장 믿기지 않는얘기가 하나 있다.군인들은 배가 아프다고 하면 배에다가 ‘빨간 약’을 발라준다는 얘기가 바로그것이다. 하지만 군대는 그렇지 않다.나름대로 번듯한 의무실도 있고 의사 출신 군의관도 있으며,관련 학문을 전공했거나 소정의 자격을 갖춘 위생병(의무병이라고도 한다)도있어 군대에서도 얼마든지 좋은 진료를 받을 수 있다.---------------------------------------------------------------------- 김병장은 며칠째 고열에 시달리고 있었다.하늘은 가을답게 눈이 시리도록 파란데 김병장은 심한 몸살로 인해하늘의 파란색을 자꾸만 노란색으로 느껴지고 있었다.하루는 부대안에 있는 의무실에나 가라는 주변의 권유에훈련..

겨울, 패치카, 그리고 발전기

군대의 겨울은 유난히 춥다.난방시설도 충분하지 않은 내무반이 그렇고 풍족하지 못한 방한복이또한 그러하며, 집을 떠나 있다는 마음의 허전함이겨울을 매섭게도 춥게만 느끼게 하곤 한다.------------------------------------------------------------------ 벌써 12월 중순인데 중대에서는 내무반의 난방 시설을 가동하지 않는다.엄연히 규정에는11월말부터는 난방 시설을 가동하도록 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보다 더 추운 혹한기를 따뜻하게 보내자는 이유 하나로아직까지 난방도 없이 견디고 있었다. 추위를 무척이나 싫어하는 김병장은 내내 불만으로 가득차 있었다.군대에서 겨울나기라는 것만으로도 쉽잖은 일인데난방 시설까지 없는 채로 겨울을 보내고 있음이 커다란 불만이었던 것이다.난..

훈련소의 하루

여기는 그 유명한 논산훈련소.모든 군인들이 그러하듯이 김병장 또한 훈련소 시절이 있었다.훈련소라는 곳은 군대에 막 입대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곳이기 때문에이곳에서는 군대에 대한 개념과 기본적 상식이 없어갖은 사건들이 일어나는 곳이기도 했던 것이다.--------------------------------------------------------------------  드디어 내일 모레.김훈련병은 정해진 교육 기간을 마치고그동안 고생해온 논산훈련소를 떠나게 된다.이 곳을 떠나면 더 많은 어려움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은 아직 모르지만김병장은 아니, 김훈련병은 퇴소의 기쁨에 들떠있었다.그러나 그 기쁨도 잠시, 김훈련병은 한가지 고민에 빠지게 된다.그것은 입소할 때 받았던 물품 중에 몇가지를 잊어버렸기 때..

찰나의 미학

군대라는 집단은 참으로 특이한 사회다.모이게 된 특수성이 그렇고 모인 목적이 또한 그러하며,모여있는 사람들의 단순성이 또한 그렇다.하지만 이 또한 사람들이 부대끼며 사는 사회인만큼 슬픔도 기쁨도,눈물도 웃음도 여느 사회나 마찬가지로 공존하는 집단임을 이를 경험하지 못한사람들에게 전제하고 싶다.-----------------------------------------------------------------------   논두렁을 따라 아무 생각없이 발걸음을 옮기던 김병장은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걸음을 멈추었다.앞서 가던 입대 동기 한녀석이 걸음을 멈추었기 때문이다.녀석은 앞에 보이는 장애물 같은 것을 뛰어 넘으려는지 몇 걸음 뒤로 물러서더니힘껏 달려나간다.                      *  ..

소양강 처녀

김병장은 말없이 담배를 꺼내 물고는주섬주섬 담배에 불을 붙여줄 도구를 찾기 시작했다.보초 근무를 나가기전에 실시하는 근무자 군장검사 때문에몸 속 깊숙한 곳에 숨겨 두었더니 잘 나오지 않는다.겨우 찾아서 담배에 불을 붙이고는 긴 담배 연기를 뿜어낸다.연기가 걷히니 거기에는 보초 근무를 위해 같이 온, 갓 입대한 신참 하나가잔뜩 긴장한 모습으로 부동자세를 취하고 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참으로 재미있는 일이 아닐 수 없다.부대에 처음 들어온 신참들은 첫 근무지에서 같이 나간 고참에게한바탕 호된 기합을 받는 것이 이 부대의 오랜 전통이었고,또한 그것은 보초 근무의 군기를 위해서도 약간은 필요한 것이어서김병장 역시 신참 시절엔 땀을 뻘뻘 흘려가며 기합도 받고얻어 터지기도 했었다. 하지만 어느덧 흐르는 물과 같은..

최중사 이야기

사건의 발단은 최중사라는 한 연구대상급에 해당하는 인물이새로 전입오면서 시작된다(중사라는 계급은 장교도 아니고 사병도 아닌,그 둘의 가교 역할을 하는 그런 계급이다 ).최중사는 히스테리컬하면서도착각성 우월감에 깊이 빠져 있는 그런 성격의 인물이었다.그로 인해 육군병장 김병장의 고달픈 군생활은 황금기를 맞게 된다.뭐가 그리 밉보였는지 최중사는 김병장만을 유독 괴롭혔다.총 한번 잘못 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남의 실수나 잘못이라도 김병장은 홀로특수 교육이라는 명목의 배려를 받곤 했다.다만 그런 역경 속에서도 꿋꿋이 견디어 낼 수 있었던 것은최중사가 중대원 전원에게 비정상적이고이해 못할 성격의 - 한마디로 또라이라는얘기다 - 소유자로 인식되고 있었으므로그에게 유난히 밉보인, 시쳇말로 찍힌 김병장은 상대적으로 ..

화장실의 낙서

지금으로부터 10년전, 조국을 지키던 한 군인이 있었다.이름하여 육군병장 김병장 -그는 때론 호국의 간성으로 미화되기도 때론 군바리라는 속어로 비화되기도 했다.이 이야기들은 그가 실제로 겪은 군대 생활을 꾸밈없이 그리고 있다.그가 걸어온 군인 정신을 더듬어 보자......----------------------------------------------------  화장실의 낙서 육군병장 김병장은 평소에 화장실에 대한 남다른 개념이 있었다.바로 화장실이 사용자를 만족시켜 주어야 하는 기본 조건의 개념을남몰래 정립하고 있었던 것이다.화장실이 사용자를 위해 갖추고 있어야 할 것이란 화장지와 적당한 불결,그리고 낙서인 것이라 늘 생각하고 있었다.그러나 김병장은 군대 화장실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화장지가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