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병장 김병장의 군대이야기

훈련소의 하루

아하누가 2024. 6. 30. 01:12


여기는 그 유명한 논산훈련소.
모든 군인들이 그러하듯이 김병장 또한 훈련소 시절이 있었다.
훈련소라는 곳은 군대에 막 입대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곳이기 때문에
이곳에서는 군대에 대한 개념과 기본적 상식이 없어
갖은 사건들이 일어나는 곳이기도 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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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내일 모레.
김훈련병은 정해진 교육 기간을 마치고

그동안 고생해온 논산훈련소를 떠나게 된다.
이 곳을 떠나면 더 많은 어려움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은 아직 모르지만
김병장은 아니, 김훈련병은 퇴소의 기쁨에 들떠있었다.

그러나 그 기쁨도 잠시, 김훈련병은 한가지 고민에 빠지게 된다.
그것은 입소할 때 받았던 물품 중에 몇가지를 잊어버렸기 때문이었다.
호랑이 같은 얼굴로 하나라도 잊어버리면 혼내겠다던

조교 한놈의 얼굴이 자꾸만 어른거린다.

 

 

훈련도 힘들고 익숙치 않은 내무생활도 힘겨운 훈련소에는

또 하나의 커다란 문제가 발생하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자신이 보관해야 할 보급품에 대한 관리 문제였다.
보급품이란 것은 군에서 지급하는 모든 물품을 말하는 것으로
처음 훈련소에 입대해서 지급받은 물품을 훈련소를 나갈 때까지
모두 갖추고 있어야 했으며, 하나라도 잊어버리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다시 보충해야 한다는 것이 또한 그곳의 불문율이기도 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전원에게 똑같이 나눠준 물품들이 왜 없어지는가? 하는

의문이 생기게 된다.
하지만 그 의문도 곧 간단히 풀린다.

많은 물품을 받다보니 -양말이며 구두솔에 구두약, 치약,비누에 칫솔, 손수건,

심지어 반짇고리까지 그 종류는 너무 많고 다양하다 -
관리 소홀로 잃어버릴 수 있게 마련이며

그것을 잃어버린 사람은 후환이 두려워 곧바로 남의 것을 훔쳐서 채워 놓게 되었고,

그로 인해 본의 아니게 잃어버리게 된 사람은
또 남의 것을 훔치게 되는 악순환이 계속 벌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김훈련병은 이제 모든 것을 포기했다.
내일 모레가 훈련소를 나가는 날이니 이제는 각자 관리가 철저해서
남의 것 훔치기도 틀렸고,

그렇다고 한달 넘게 동고동락한 같은 내무반 동기들의
물품을 훔칠 수도 없는 일이고…….
앞으로는 무시무시한 중대장의 혹독한 기합과 얼굴도 쳐다보기 싫은 조교의
숙달된 잔소리만 남았을 뿐이다.

 

모든 것을 포기할 무렵 중대장의 특별 교육이 있다는 전갈에
모두 내무반에 대기하게 되었다.

 

 “모두들 사고 없이 퇴소하게 됨을 축하하는 바이다”

 

 

중대장은 자신이 마치 1개 사단의 사령관이나 된 듯한 말투로

잔뜩 거드름을 피운다.
그렇지 않아도 심사가 곱지 않은 김훈련병은

불만 가득한 시선으로 중대장을 보고 있었는데
그 중대장의 다음 말에 김훈련병은 귀가 번쩍 뜨였다.

 

 

 “음… 귀관들이 그동안 개인소지품 관리하느라 고생이 많았다고 들었다.

허나 아직도 자신의 소지품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병사가 있다 하여
그들에게 특별훈련을 하러 본인이 이렇게 찾아 왔다!”

 

 

중대장은 예의 그 말투가 점점 더 심해졌다.
김훈련병은 이제 올 것이 왔노라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중대장은 하나라도 소지품을 잃어버린 사병들은 손을 들라고 했고,
이에 쭈뼛쭈뼛 주변의 눈치를 보던 사병들이

하나둘씩 손을 들기 시작했다.


가만히 주변을 둘러본 김훈련병은 적잖이 놀랬다.
상당히 많은 인원이 자신과 같은 환경에서 같은 이유로

고민하고 있었던 것이다. 

중대장은 그 인원을 모두 밖으로 인솔하여 나갔다.
특별 교육을 시작한다며.

부대의 한쪽 끝으로 모두를 인솔한 중대장은 말했다.

 

 “특별 훈련을 하기에 앞서 귀관들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겠다!”

 

 

모두들 귀가 솔깃해져 서로를 쳐다보았다.

한줄기 빛이라도 발견한 길잃은 나그네처럼
희망이 보이는 것 같았다고나 할까?

김훈련병은 생각했다. 세상에 죽으라는 법은 없다고.
기대에 잔뜩 들떠 있는 김훈련병의 흥분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중대장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 저~ 쪽에  뭐~가 보이는가?”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한 사병이 말했다.

 

 

 “자유가 보인다~!”

 

 

이렇게 말한 한 훈련병은 그자리에서

연병장을 토끼뜀으로 25바퀴 뛰라는 지시를 받고
부지런히 토끼뜀을 시작했다.

 

 

중대장의 특별 교육을 마치고 김훈련병은 이곳이 정상적인 사회가 아니란 것을
또 한번 느껴야 했다.

계속 말을 이어갈 듯 하던 중대장은 한마디를 툭 던지고는
마치 자신이 할 일은 다했다는 듯이 싱겁게 돌아가 버렸기 때문이다.

중대장은 이렇게 말했다.

 

 

“저쪽에 보이는 막사에는 여러분이 한달전에 그랬던 것처럼
훈련을 받으러 신병들이 내일 아침에 입소한다…….  이상!”


 

 

토끼뜀하는 병사는 아직도 23바퀴나 남았다고 투덜거리고

훈련소의 하루는 또 이렇게 저물고 있다.

 

 

 

 

 

 

아하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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