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글 긴 얘기 42

발음의 중요성에 대한 일화

1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꽤 오래된 얘기입니다.군입대를 앞두고 잠시 레코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그 당시에 무시무시한 매머드 수퍼 히트 음반이 하나 있었는데그게 바로 마이클 잭슨의 ‘드릴러’라는 앨범이었습니다.이 앨범은 빌리진(billy Jean)이니 비릿(Beat it)이니 하는 노래들이모두 들어있는 바로 그 화제의 앨범이었습니다. 하루는 나이가 조금 지긋하신 어른이 레코드점에 와서마이클 잭슨의 ‘빌리진’이 있는 판을 달라고 하시더군요.한창 잘 팔리던 때니 그러려니 하며 말없이 건네줬습니다.그랬더니 그 분은 잠시 판을 들여다보시고는 내게 ‘빌리진 말고 다른 곡은별 볼 일 없는 앨범 아니냐?’고 물었습니다.아마 아들이 보채서 퇴근하는 길에 사다주려는 것 같았고 또한 앨범에 대해나름대로 조예..

썰렁의 극치

1썰렁하다는 표현은 어느덧 일반적인 표현이 되어 무척이나 폭넓게 쓰입니다. 아주 천박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예의없는 것 같지도 않으니꽤 적절한 표현인 셈입니다.주로 누군가 주제에 맞지 않는 말을 했을 때,웃기려고 노력했는데 씨알도 안 먹힐 때또는 분위기도 파악 못하고 나중에 얘기에 참견해서 엉뚱한 소리를 할 때.... 이럴 때는 정말 ‘썰렁’하다는 표현말고는다른 말로 그런 상황을 표현할 수가 없습니다.거듭 말하지만 참 적절한 표현입니다.하지만 앞서 나열한 것 뿐만 아니라 썰렁함이란 단어가 적절하게 적용되는또 한가지 경우가 있습니다.누군가에 의해 모두가 민망해지는 상황이 연출되는 경우가 바로 그 경우입니다.   2대학 다닐 때의 일입니다.워낙 여학생이 많은 과인데다 신설학과여서 선후배도 없었습니다.그런 상황..

욕의 사회적 순기능

1후배 한 녀석이 사귀던 여자가 있었습니다.어느 날 이 여자가 후배에게 별안간 이별을 원했습니다.하지만 그것은 그 여자의 생각이었고후배 녀석은 어떻게든 그 여자를 붙잡고 싶었습니다.그래서 치맛자락이라도 붙들고 늘어지고 싶은 심정으로몇날 몇일을 계속 설득하고이해시키며 마음을 돌려보려고 갖은 애를 썼습니다.그런데도 그 여자의 마음은 쉽게 변하지 않아후배 녀석의 마음 고생은 제법 심각했지요.  그러던 어느 날 후배는 그 여자를 만났습니다.최후의 방법이라 생각하고갖은 아양과 비굴, 재롱과 읍소로 마지막 설득을 시도했지요.한마디로 치마자락을 붙잡고 늘어지고 있는,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장면이연출되고 있었습니다. 스스로 생각해도 감동적인 순간이었답니다.제법 읍소작전이 먹혀들어 가려는 분위기가 될 듯한 바로 그때..

소설

1누구나 그렇겠지만 한번쯤은소설을 써보고 싶은 꿈을 가지고 있던 적이 있을 겁니다.하지만 나는 그리 욕심이 없었는지남들이 그런 생각할 때도 별 다른 생각없이 살았습니다.그러다 주변에 한두명씩 그런 사람을 만나게 되는 횟수가 잦아지면서‘나도 한번 소설을 써봐?’라는 터무니 없고 파렴치한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그리고는 문장력은 생각지도 않고 스토리 구상에만 몰두하여결국 한편의 내용을 완성한 적이 있었습니다.지금 생각하면 유치의 극치겠지만 나름대로는 대단한 작품이었습니다.제목도 라는 그럴듯한 제목이었는데 시작은 이렇습니다.편의상 남주인공 이름은 정인이로 여자 주인공 이름은 지현이로 하겠습니다. 정인은 숨에 가뿐 듯 거친 숨을 몰아쉬며 지현에게 말한다.“헉~ 안돼~ 나 도저히 더 이상은 못하겠어...” 이게 ..

체험으로 느끼는 속담의 교훈

1군대에 있을 때의 일입니다.시도 때도 없이 보초 근무에 나가는 경비중대에서 근무했기 때문에정상적인 생활은 꿈도 꿀 수 없었습니다.따라서 배설의 생리현상 또한 시도 때도 없이 신체적 현상과주변 상황이 허락하는 시점을 찾아 알아서 처리해야 했습니다. 어느날 초소에서 보초 근무를 하고 있는데 고참이 똥 누고 오겠다며약간 떨어진 산기슭으로 갔습니다.갈려면 좀 멀리 가지 빤히 보이는 눈앞에 자리 잡고 앉아 있는 놈을 보니웃음이 나왔습니다. 한편으론 ‘순찰자가 옵니다!’라고 큰 소리로장난이라도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습니다만후환이 두려워 애써 간지러운 입을 꾹 다물고 있었습니다.그런데 그 고참은 내가 있는 쪽을 바라보며계속 싱글싱글 웃는 것이 아니겠어요?참 살다보니 별 놈 다봤습니다. 남이 똥 누는 장면도 보..

표현

1어떤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게 된 적이 있었습니다.메뉴판에 적힌 음식 이름이 너무 생소해서 옆 사람의 의견대로여러 음식을 골고루 시켰습니다.이것저것 골고루 시켜야 다양하게 맛을 볼 수 있다는 설명이었습니다.얼핏 이해가 가긴 했지만 곰곰히 생각하니그 사람도 이런 곳이 처음인 것 같았습니다.  잠시 후 테이블 가득 음식이 쌓였고그중에 매우 먹음직스럽게 보이는 빵 한조각에맛있게 보이는 버터를 듬뿍 발랐습니다.그리고 한 입을 용감하게 베어 먹는 순간 갑자기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슬픈 일도 없었고 빵에 얽힌 쓰라린 과거도 없었는데갑자기 눈물이 핑 도는 것이었습니다.이유인 즉 버터로 알고 듬뿍 발라두었던 바로 그것이 버터가 아니라겨자였던 것이었습니다.얼마나 눈물이 났는지 눈물이 핑 돈 정도가 아니라눈물을 ..

글을 쓰던 오랜 추억

1.고등학교 다닐 때였습니다.친구 두 녀석이 화장실에서 담배 피우다 선생님께 들켰습니다.다행히 정학 같은 처벌을 받지는 않았지만반성문을 매일 10장씩 제출해야 했습니다.나는 친구들이 담배 피울 때 망을 봐주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그 친구들의 반성문 작성을 도와주어야 했습니다.귀찮기도 했지만 내가 잘못해서 쓰는 글이 아니라고 생각하니그것도 꽤 재미있었습니다.그래서 하루에 열 장씩 같은 주제로 비슷한 표현들을 만들어 갔습니다.같은 표현을 절묘하게 변형시켰습니다. 거의 일주일 동안이나 그 짓을 했습니다.내가 생각해도 이건 반성문이 아니라 노벨문학상에 가까운 예술이었습니다.그 후 반성문을 쓰는 학생들은 모두 내게 검토를 받고 자문을 구했습니다.  2.군에 입대했습니다.무식한 몇몇 고참들은 가요책 뒷부분에서 적어 ..

천재型에 관한 일화

1.천재의 대명사로 불리는 발명왕 토마스 에디슨이나 또는 뉴튼 같은과학자의 일대기를 보면 가끔씩 멍청했던 어린 시절 얘기가 나오곤 합니다.누가 봐도 멍청한 짓일 텐데 그들이 그랬다니그것이 바로 천재의 자질이 있는 사람의 엉뚱한 행동으로 미화되고 있었습니다.하지만 정말로 이들은 천재이기 때문에 상식적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생각과행동을 했던 것일 수도 있습니다.그리고 보니 갑자기 나도 천재적인 발상을 했던 적이 있었던 몇가지 기억이 떠오릅니다.  2.고등학생 때의 일입니다.집으로 오는 길에 길바닥에 죽어 있는 게를 발견했습니다.멍멍 짖는 개가 아니고 옆으로 기어가는 ‘게’ 말입니다.죽은 지 오래 되었는지 이미 자동차나 많은 사람들에게 밟혀거의 쥐포, 아니 ‘게포’가 되어 있었습니다.갑자기 의문이 생겼습니다...

동물의 왕국

1.초등학생 시절이었습니다.호랑이라는 동물이 우리들 사이에서 최고의 파이터로 인식되고 있던 그 때난데없이 밀림의 왕자 레오라는 만화 영화가선풍적인 인기를 몰고 오는 바람에사자라는 동물이 뉴스타로 떠오르게 되었습니다.그 일로 인해 대부분 호랑이를 용맹의 상징으로 비유하던 우리들 사이에커다란 변화가 생기게 되었습니다. 한 마디로 사자가 뜨기 시작한 것입니다.결국 무리들은 사자파와 호랑이파로 나누어졌습니다.만날 때마다 어디선가 주워들은 상식들을 최대로 증폭하여저마다 자신이 지지하는 동물의 우위를 주장하고 있었습니다.  며칠간 그 논쟁이 반복되던 어느 하루는 옆 집 사는 중학생 형이나름대로 절충안을 내었습니다.그 절충안이란 초원에서 싸우면 사자가 이기고산악 지방에서 싸우면 호랑이가 이긴다는, 그럴 듯한 이론이었..

소독차에 관한 긴 추억

1.나이 10살 무렵이었습니다.대부분의 어린 시절이 그렇듯이지금 생각하면 이해하지 못하는 일들이 몇 가지 있습니다.바로 그 중에 하나가어린 시절 커다란 구름을 일으키며 동네방네를 돌아다니던,일명 소독차라고 불리는 방역차를 미친 듯이 따라다니던 일입니다.퀘퀘한 냄새와 함께 어우러진 분위기는마치 심한 안개나 연막과도 같은 역할을 하여옆에 따라오던 평소에 얄미운 놈의 다리를 걸어 넘어뜨리기에더없이 적절한 타이밍이기도 했습니다.뿐만 아니라 내가 어릴 때에는 일명 ‘아이스께끼’라고 불리는 흉칙한 놀이가 있었는데그 놀이를 가장 완벽하게 해내던 상황도 바로 그 때였습니다.여기서 말하는 ‘아이스께끼’란 놀이 아닌 놀이는 치마 입은 여학생들에게 접근한 뒤잠시 방심하는 틈을 이용하여 빠른 손놀림으로 치마를 걷어올리고는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