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천재의 대명사로 불리는 발명왕 토마스 에디슨이나 또는 뉴튼 같은
과학자의 일대기를 보면 가끔씩 멍청했던 어린 시절 얘기가 나오곤 합니다.
누가 봐도 멍청한 짓일 텐데 그들이 그랬다니
그것이 바로 천재의 자질이 있는 사람의 엉뚱한 행동으로 미화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정말로 이들은 천재이기 때문에 상식적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생각과
행동을 했던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보니 갑자기 나도 천재적인 발상을 했던 적이 있었던 몇가지 기억이 떠오릅니다.
2.
고등학생 때의 일입니다.
집으로 오는 길에 길바닥에 죽어 있는 게를 발견했습니다.
멍멍 짖는 개가 아니고 옆으로 기어가는 ‘게’ 말입니다.
죽은 지 오래 되었는지 이미 자동차나 많은 사람들에게 밟혀
거의 쥐포, 아니 ‘게포’가 되어 있었습니다.
갑자기 의문이 생겼습니다.
어쩌다 저 게는 여기까지 와서 명을 달리했는지에 대한 의문이었습니다.
그곳에서 제일 가까운 바다는 인천 앞바다밖에 없으니
게걸음으로 여기까지 오려면 1년 정도는 걸려야겠다는 생각을 하니
그 게의 죽음이 더 슬퍼보였습니다.
그리고 나서 한참 시간이 흘렀을 때 그 근처에 시장이 있다는 생각이 났습니다.
3.
어른이 되었습니다.
자동차에 올라 타고 시동을 걸려고 하는데 열쇠가 안 보입니다.
아무리 찾아봐도 열쇠가 없습니다.
집에 두고 왔거나 잃어버린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지갑에 끼워넣고 다니던 비상 열쇠를 꺼냈습니다.
비상 열쇠를 평소에 준비하고 다니는 치밀함에 스스로도 감동했고
또한 그 기억을 해낸 것에 탄복했습니다.
시동을 걸고 출발하려는데 옆으로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던 어느 아저씨가
문을 두드리며 말했습니다.
“이봐요! 차 문에 키 꽂혀 있어요~”
그때야 내가 어떻게 차 안으로 들어왔는지 생각났습니다.
4.
길을 걷다 지금이 몇 시인지 시간이 궁금해졌습니다.
시계를 차고 다니지 않아 시간을 알 수 있는 아무런 방법이 없었습니다.
워크맨에도 시간이 맞춰져 있지 않았고 전자계산기도 없었습니다.
물론 삐삐에도 시간이 맞춰져 있지 않았습니다.
하는 수 없이 그때 가지고 있던 시티폰으로 내게 삐삐를 쳤습니다.
물론 음성도 남겼지요.
그리고 다시 내 삐삐 번호로 음성을 확인하며
몇 시에 도착한 음성인지를 확인하고는 시간을 알게 되었습니다.
나중에 이 얘기를 들은 친구들이 한 마디씩 했습니다.
-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어보겠다. 빙~신.
- 그냥 시티폰으로 116번 걸면 시간 나와~
- 지나가던 길에 가게도 없든? 시계가 보일 텐데…….
- 워크맨으로 라디오만 들어봐도 몇 시인줄 알겠다~
내 행동이 어처구니 없긴 했지만 한편으론 지금 생각하니
그 녀석들은 천재되기 틀렸습니다.
5.
바로 얼마 전의 일입니다.
사무실이 있는 곳은 낮에는 바쁜 사람들의 움직임으로 분주하지만 밤이 되면
유흥가처럼 변합니다.
그래서 점심 식사를 할 때면 핫팬티나 미니스커트 차림의 유흥업소 아가씨들이
식당까지 와서 명함이나 야쿠르트 등을 나눠주며
저녁 때 들러 달라고 홍보를 합니다.
재미있는 장면이지요.
그날은 조그마한 상자를 나누어 주고 있었습니다.
무언가 물어보려는데 같이 식사하던 동료가 장난기 가득한 말투로 물었습니다.
“어이! 이거 콘돔이야?”
아가씨는 알듯 모를듯한 웃음으로 답했고 상자를 열어 확인해보니
그 안에는 일명 ‘대일밴드’라고 통칭되는 일회용 반창고 3개가 들어 있었습니다.
남들은 그러려니 하는 표정으로 밥을 먹고 있었는데
나는 한참 동안 고민했습니다.
도대체 이것을 어떤 방법으로 사용해야 콘돔 대용으로 쓰는지 말입니다.
머릿속으로는 붙여도 보고 둘러도 보고
3개를 동시에 붙이는 방법도 생각해봤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뚜렷한 방법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조금 지나서야
일회용 반창고는 콘돔 대용으로 사용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몇 가지 예로 비추어 나는 천재가 확실합니다.
천재 아니면 도저히 할 수 없는 비상식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으니까요.
다만 아쉬운 것은
대부분의 천재들은 잠시 한두 번의 어린 시절 일화로만 끝나는데
나는 아직도 계속 그 과정을 반복하며
천재적인 소질만 계속 확인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여러분도 천재적인 자질을 가지고 계십니까?
아하누가
'짧은 글 긴 얘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표현 (0) | 2024.06.30 |
---|---|
글을 쓰던 오랜 추억 (0) | 2024.06.30 |
동물의 왕국 (0) | 2024.06.30 |
소독차에 관한 긴 추억 (0) | 2024.06.30 |
배신에 관한 쓰라린 기억 (0) | 2024.06.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