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글 긴 얘기

발음의 중요성에 대한 일화

아하누가 2024. 6. 30. 01:31


 

1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꽤 오래된 얘기입니다.
군입대를 앞두고 잠시 레코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당시에 무시무시한 매머드 수퍼 히트 음반이 하나 있었는데
그게 바로 마이클 잭슨의 ‘드릴러’라는 앨범이었습니다.
이 앨범은 빌리진(billy Jean)이니 비릿(Beat it)이니 하는 노래들이

모두 들어있는 바로 그 화제의 앨범이었습니다.

 

하루는 나이가 조금 지긋하신 어른이 레코드점에 와서

마이클 잭슨의 ‘빌리진’이 있는 판을 달라고 하시더군요.

한창 잘 팔리던 때니 그러려니 하며 말없이 건네줬습니다.
그랬더니 그 분은 잠시 판을 들여다보시고는 내게 ‘빌리진 말고 다른 곡은
별 볼 일 없는 앨범 아니냐?’고 물었습니다.
아마 아들이 보채서 퇴근하는 길에 사다주려는 것 같았고 또한 앨범에 대해
나름대로 조예가 있으신 분 같았습니다. 그래도 그렇지요.

어찌 다른 앨범도 아니고 바로 그 앨범을 가리키며
나머지 곡이 별 볼 일 없는 것 아니냐고 물으면 어쩌란 말입니까?

 

그래서 갖은 팝송 지식을 총동원해서 설명을 했습니다.
이 앨범은 팝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리고 있는 앨범이며 신화적인 음반이다.
한곡 한곡 모두 주옥같은 노래가 담겨있다… ….

대충 설명은 이러했습니다.

 

하지만 나의 해박한 지식과 조리있는 설명에 감동할 줄 알았던 그 어른이
갑자기 절 무섭게 쏘아보는 게 아니겠어요?
그리고는 그냥 앨범을 툭 던지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빠른 걸음으로
레코드점을 나갔습니다. 잠시 당황했지만 그런 일도 있으려니 생각하다가 문득
아까 나의 설명중 문제되는 부분을 찾게 되었습니다.

‘주옥 같은…’을 힘주어 빠르게 세번 반복해 보니 그 이유를 알겠더군요.
발음, 이거 조심해야 합니다.

 

 

 

2

직장 다닐 때의 일입니다.
하루는 부서의 전 직원이 나이트 클럽에 갔습니다.
평범한 나이트 클럽은 아니었고

부장님의 취향에 맞춰 주로 이상망측한 쇼를 하는 그런 곳에 가게 되었습니다.

보고 싶지 않아도 볼 수 밖에 없는 곳에 자리를 잡고서
무대 위의 오도망정을 보고 있는데

잠시후 한 남자가 나와서 제법 날카로와 보이는
칼 세 자루를 혼자 던지고 받는 일명 ‘저글링’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저글링하면 생각 나는 일이 있습니다.
바로 내가 그 쪽으로는 취미가 있어 심심풀이로 자주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사무실 직원들도 그 사실은 알고 있고

가끔씩 엄청난 찬사를 보내주기도 합니다.

 

 

“김은태씨도 직업적으로 하면 저것보단 잘 할거야...”

 

 

갑자기 옆에 있는 여직원이 불쑥 말을 건넸습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나도 전문적으로 저것만 한다면

남보다 잘 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맞장구를 치려고 말을 하려는데 갑자기 음악 소리가 더 커졌습니다.
하는 수 없이 그 여직원에게 바싹 다가가서

귀속말하는 듯한 자세로 큰 소리로 말했습니다.

 

 

“나는 저 놈보다 더 뛰어난 자질을 가지고 있잖아?”

 

 

단순히 응답에 불과한 말이었는데

예상밖으로 그 여직원은 얼굴이 불그락 푸르락 하며 당황했습니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 무대 위를 쳐다보니 조금 전까지도
저글링을 하던 그 놈이 갑자기 빤스만 입고

벗을둥말둥 해괴망측한 자세를 취하고 있었습니다.
뭐가 문제였을까요? 아마 ‘뛰어난 자질을…’부분이 문제가 된 것 같습니다.
정말 발음은 상황을 고려해서 신중하게 해야 합니다.

 

 

 

3

발음만 중요한 게 아닙니다. 글로 표현할 때는 더욱 중요합니다.
한 글자가 틀려서 전체가 호도될 소지도 있고

전혀 다른 내용이 될 수도 있는 것이 또한 우리가 쓰는 글입니다.

옛 어른의 말씀대로 말을 하거나 글을 쓸 때는 한번 더 생각하고
신중을 기하는 것이 몸에 배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고부터는 인터넷 게시판에 글을 쓸 때도 항상 오자 탈자는 물론
문법에 맞지 않는 글이 나오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게 되었습니다.
아마도 내가 지금 쓴 글은 한 글자도 틀린 글자 없이 완벽한 문장일 겁니다.
나는 그렇게 확신합니다.

그러니 여러분도 문서작성이나 말로 의사를 전달할 때
실수가 없도록 항상 신중하시기 바랍니다.

 


-이 글이 청소년에게 불건전하다고 생각되면 <자지삭제> 하겠습니다 -

 

 

 

 

 

 

 

아하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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