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글 긴 얘기 42

개성에 대한 작은 감상

1대학교에 막 들어간 나이, 그러니까 혈기가 왕성하고 세상에 무서울 것이 없으며또한 부딪히는 모든 일들이 새로운 경험으로 남게 되는 바로 그 시절에 친구들 사이에서불던 유행의 바람은 이른 바 ‘개성’에 관한 것이었습니다.개성이라 함은 남과 다른 자신만의 좋은 성격을 말하는 것인데친구들은 이런 기본적 의미는 모두 망각한 채그저 남들과 무조건 다르면 그것이 개성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그러다보니 남들이 대부분 하던가 또는 했었던 웬만한 일들은거들떠 보지도 않게 되었습니다.따라서 개성을 발휘한다는 것은 점점 더 힘들게 되었습니다.  바로 그 무렵, 친구들과 서울 근교의 강변으로 놀러가는 계획을 잡게 되었습니다.놀러갈 때면 으레히 등장하는 내용인 일정이며 장소며 교통편등을 줄줄이 결정하고각자 담당할 준비물을 ..

술값, 그 영원한 숙제

1가끔씩 술값을 안내 보려고 갖은 잔머리를 썼던 기억은누구에게나 한번 정도는 있었을 겁니다. 그 잔머리는 이상하게도 성공하면 왠지 찝찝하고실패하게 되거나 또는 남들이 눈치를 채게 되면 더 민망하게 됩니다.그렇다고 경제적인 사정으로 매일 나서서 술값을 낼 수도 없는 일이니이 또한 스트레스가 아닐 수 없습니다.하지만 술값을 내지 않으려고 노력할 때만 스트레스가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2같은 동호회 회원이 퇴근 무렵 사무실에 놀러왔습니다.거래처에 업무를 마치고 퇴근하는 길에 들렀다고 합니다. 별 약속도 없고또 귀하게 찾아온 사람이니 저녁식사를 대접하려 했습니다.조금 부담스러워 하긴 했지만 그래도 저녁도 안 먹고 가면내가 더 곤란할 것이라는 생각을 했는지 이에 응하게 되었습니다.저녁 식사하러 식당으로 향하는..

사무실 화장실에 얽힌 말못할 이야기

1내가 일하는 사무실에는 한 층에 두 개의 화장실이 있습니다.사무실 바로 옆에 화장실이 있는데 아쉽게도 숙녀용이고꽤 멀리 떨어진 엘리베이터 옆에 있는 화장실이 신사용입니다.물론 바로 옆의 비상 계단으로 한 층 내려가거나또는 올라가도 남자화장실이 나오지만인내력과 게으름의 일인자인 나는주로 엘리베이터 탈 일이 생길 때까지 참습니다.뿐만 아니라 모든 직원이 다 그렇습니다.그래서 우리 사무실 직원들은 모두 다리를 꼰 자세로 일합니다.  하루는 아래 층에 내려갈 일도 있어 엘리베이터 옆의 남자화장실로 가는데화장실 입구에서 누군가가 화장실 안쪽을 향해 이렇게 외치고 있었습니다.  “안에 성기있냐?”  참으로 별 사람 다봤습니다.화장실 앞에서 신체 일부를 직접 거명하며큰소리로 부르는 사람은 처음 봤습니다.속으로 ‘그..

나의 기타이야기

1기타를 처음으로 친 때가 초등학교 5학년 때였습니다.그때는 기타를 끌어 안기엔 기타가 너무도 커서방바닥에 뉘어 놓고 가야금 튕기듯이 기타를 쳐야 했습니다.그런 모습을 보고 누나들이 매번 놀렸는데도 뭐가 좋은지 열심히 쳤습니다.그러다가 중학교 2학년이 되어서 비로소 기타가 몸에 들어왔습니다.정말 행복했습니다.그리고 그 이듬해 박대통령이 세상을 떠났습니다.물론 그 얘기는 지금 하려는 얘기와는 전혀 관련없는 얘깁니다.   2군대에 있을 때는 기타가 더 치고 싶었습니다.물론 군대에도 기타는 있습니다만 내가 주로 치던 클래식 기타가 아니었고또한 아무나 치는 것도 아니어서 매일 구경만 해야 했습니다.그러다가 보초 근무 시간을 이용해힘들게 구한 악보를 한장 가지고 초소에 올라가나무 판자에 볼펜으로 그린 기타로 연습..

안타까운 일들

1꽤 오래전 일이라 정확한 시기는 잘 모르겠고아마 고등학교에 다닐 무렵으로 기억됩니다.그 당시에는 요즘도 가끔 볼 수 있는,그물을 쳐놓고 동전 먹은 기계가 야구공을 던지면방망이로 치는 바로 그 야구연습장이 우후죽순으로 곳곳에 들어서던 때였습니다. 그 이후 그 야구연습장이 돈을 벌어 규모를 뻥튀기 시켜 골프연습장이 되었다고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는 전혀 근거없는 얘기며 뿐만 아니라지금 하고자 하는 얘기와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어느날 아버지 심부름으로 어떤 곳에 갔다가 시간도 남고 심심해서그 야구연습장에 들어가 공을 치기 시작했습니다.그날따라 약을 먹었는지 아니면 다른 무슨 일이 있었는지마치 신들린 듯한 타격을 하게 되었지요. 아마 요즘 한참 유명세를 타고 있는맥과이어나 세미 소사가 봤으면 ‘형님’이..

나이 이야기

1인터넷에서 알게 된 대학생이 있었습니다.여학생이었는데 꽤  많은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친구처럼 잘 지냈습니다.내가 일하는 사무실도 자주 찾아오곤 했지요.그런데 그 여학생이 어느날 나에게 학교 축제 때 같이 가자고 했습니다.하하… 살다보니까 이런 일도 생기더군요. 물론 겉으론 점잖게 거절했습니다.학생들 잔치에 어른이 가서 되겠냐며 점잔 떨었지만사실은 좋아서 다리가 비비 꼬이고 있었습니다.하지만 행복함을 느낀 순간은 잠시였고다음 순간 그 여학생은 아무렇지도 않은 목소리로  담담히 내게 말했습니다. “우리 학교는 부모님 모시고 오면 공짜에요~ 공짜~” 그 이후로 ‘축제’소리만 들어도 눈물이 납니다.   2머리를 자르러 미용실에 갔습니다.내가 일하는 사무실 바로 밑 층에 제법 큰 미용실이 있어서멀리 가기 귀..

나의 소원

1아주 어린 시절에 어른들이 네 소원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많이 하곤 했습니다.학교 선생님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런 걸 발표하는 시간도 있었으니까요.하지만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나는 그 질문이 세상에서 가장 유치한 질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하루는 같은 질문을 하는 선생님께‘그딴 거 말하면 이루어지기나 하나요?’ 라며한편으론 똘똘한 목소리로, 다른 한편으론 싸가지없는 말투로마치 세상 다 산 것 같은 사람처럼 대답했다가 매만 엄청나게 맞았습니다.엄청나게 밀려오는 배신감과 함께 소원이라는 것은 단지 이루어지기전에는아무 것도 아닌 것이라는 옆집 할아버지 같은 생각이소원에 대한 나의 모든 관념을 점점 장악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중학생이 되어서 국어 교과서에 나오는, 첫째도 이 나라의 독립이요,둘째도 이..

멋진 말 남기기

1잘 알고 지내는 선배의 아이가 무럭무럭 커갈 무렵의 일입니다.아기가 커가면 당연히 키도 자라고 몸도 커지는 현상이 나타나게 마련인데,그러다보니 옆집 아이와도 비교하게 되고혹시 우리 아이만 어디가 모자란게 아닌가 하는 걱정도 하게 됩니다.그런데 그 당시 선배의 부인은 아이의 이가 자라지 않는 것을 보고심각한 걱정을 하기 시작했습니다.남의 집 애들은 다 이가 있는데 왜 우리 애만 이가 나질 않느냐며,평소 무관심에 대한 불만의 표시로 이빨을 바득바득 갈고 있었습니다.그때 선배가 나서서 말했습니다.  “이 세상에서 이가 안 난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었어”  그 얘기를 전해 듣는 나도 가만히 생각하니 정말 그런 것 같았습니다.여태까지 이가 생기지 않는다는 사람은 단 한명도 본적이 없었고또한 그런 이상한 증세가..

작가

1인터넷에 글을 올리면서부터주변의 사람들은 나를 가리켜 ‘작가’라고 놀리듯 불렀습니다.얼핏 생각하면 놀리는 것 같기도 했지만 번데기도 아니고날라리도 아닌 ‘작가’라는 좋은 호칭을 써서 불러주는데그걸 기분이 나쁠 수는 없었습니다. 오히려 쑥스럽다고 해야 맞는 표현이겠지요. 그러던 어느 날은 운 좋게 책까지 내게 되었습니다.호칭도 ‘작가’에서 ‘인기작가’로 바뀌었습니다.그러다 신문과 잡지 몇군데에 이름이 오르내리더니 호칭이 또 한번 바뀌었습니다.‘인기작가’에서 ‘국민작가’로 바뀐 것입니다.내가 자주 가는 어느 동호회에서는 아예 ‘궁민자까’라고 부릅니다.문자의 모양상 어째 놀림의 의미가 있는 것 같기도 하지만이를 애써 통신식 표현이라 해석하며 그런대로 좋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아마도 국내 최고의 유명 작가들이..

게으른 날들의 기억

1사람들은 가끔 별 것도 아닌 일 가지고자신이 더 뛰어나다는 사실을 확인시키고 또 자랑하려 합니다.참 우스운 일입니다.가난한 얘기가 주제가 될 때는 그게 뭐 자랑이라고 자신이 더 가난하다고핏발을 세우기도 하고,음식 잘먹는 얘기해도 시간가는 줄 모르며 떠들어 댑니다.그러다가 남자들끼리 모인 자리에서군대에서 누가 더 고생했냐는 얘기라도 나오면 그날은 밤을 새워야 합니다.남에게 지기 싫은 본질적 생각들이 늘 잠재해 있거나아니면 이 사회가 너무 1등만 요구하는각박한 환경을 가지고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멍청하게도 게으른 성격을 가지고도서로 뛰어나다고 열변을 토하게 되는 일도 있으니이거야 정말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를 일입니다.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성격이 몹시도 게으른 편입니다.게으른 정도가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