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기간중에 그나마 날이 화창했던 어느 하루는 식구들 데리고
인사동 거리에 갔었다.
큰 아들이 지금의 작은 아들만 했을 때 한번 갔었는데
그 한가로운 분위기가 아내는 아직 기억에 남았던 모양이다.
그전보다 잘 단장된 거리를 걸으며
아내는 지난 기억을 더듬고 있었고
나는 예전에 가보았던,
마당이 있고 작은 연못이 있던 고풍스러운 까페를 찾고 있었다.
작은 인사동 거리에 그 집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어서
식구들은 그전보다 한 사람이 더 늘어난 상태로
예전처럼 같은 장소에 자리를 잡았다.
한 녀석이 마당에서 뛰어 놀던 그때와는 달리 두 녀석이 있으니
서로 잘 뛰어 다닌다.
마당 중간에 있던 연못은 없어지고
대신 마당 끝부분에 그보다 조금 작은 연못이 있어
혹시라도 거기에 빠질까 아내는 아이 뒤를 졸졸 따라다니고 있다.
나는 감이 탐스럽게 주렁주렁 열린 감나무 아래서
혹시 감이 떨어지는 일을
직접 체험하지 않을까 내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자리에 앉아 아내와 아들을 바라보니 풍경화속의 장면 같다.
연못 근처에서 어느 아줌마가
우리집 작은 아들 정도 되어 보이는 딸의 손을 잡고 거닐다
우리 작은 녀석과 마주쳤다.
그 집 딸은 키는 우리 작은 녀석 비슷하지만 우리 작은 녀석이 워낙 크니
나이는 아마 1년쯤 더 먹었을 것 같다.
그 나이에 일년이면 말도 제법 잘하는 어른인 셈이다.
아이들답게 처음 본 아이들인데도 다정한 척 하더니
어느 순간 우리 작은 아들이 그 집 딸의 얼굴을 찰싹 때린다.
멀리서 지켜보니 때린 거라고는 할 수 없고
녀석이 이쁘다고 쓰다듬어 줬다거나 또는
버릇처럼 손이 가다가 얼굴을 건드린 것 같다.
하지만 그것은 아이를 키운 당사자니 아는 사실이고
남이 보기에는 빰을 때렸다가
올바른 표현일 정도로 녀석의 손길은 날래고 거칠었다.
아니, 뺨을 때렸다기 보다 '뀌싸대기를 후려쳤다'가 맞을 정도로
유난히 거칠었다.
아내와 그집 아이 엄마가 ‘미안해요’, ‘괜찮아요’의 상투적 대화가 오갔고
아이를 데리고 아내는 내가 있는 자리로 왔다.
"무슨 일이 있어?"
대수롭지 않겠지만 나 역시 상투적으로 물었다.
"나도 몰라요 갑자기 애한테 손이 가더라구"
"참나...녀석..."
애들인데 원인이 어디있겠으며 이유가 어디 있겠나 자기가 하고픈대로 했겠지.
그저 그러려니 하며 넘어가려 했던 일이었는데
그 뒤에 아내의 말에 귀가 번쩍 뜨인다.
"일본 사람들인데 그 집 아이가 일본말로 얘기하는 순간에 그러더라구요"
아하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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