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을 낳아 키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식의 성장환경에 대해 관심이 많다.
그리고 그 관심의 현실에서 이룰 수 있는 최선의 모델은
자연과 함께 뛰놀 수 있는 환경을 이상적으로 손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하지만 현실이란게 어디 그런가.
그림 같은 자연을 벗삼아 마음껏 뛰어 노는 일이 얼마나 힘드냐는 말이다.
그러므로 단지 그것은 일부 소수의 사람들에게 해당하는 말이고
대다수의 부모들은 차조심 시키고 공해에 걱정하고
또한 주변의 온갖 유해환경을
한탄하지만 결국 환경을 이기지 못하고 상황에 타협하고 만다.
그것은 나 또한 마찬가지여서 좋은 환경이란, 그리고 이상적인 환경이란
어디까지나 상상속에서만 그려지는 환경이고
내가 주변에서 실제로 접하는 환경은
평소에 내가 절실하게 바라지 않던 그 모습이 되더라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컴퓨터나 전자오락에 익숙해지고 심취하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게 된다.
그것이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을 누구보다
절실히 알고 있으면서도 딱히 대안은 나오지 않는다.
유일한 대안이라면 컴퓨터를 무조건 나쁘게만 보지 말자는
합리적인 타협뿐이다.
그 타협으로 인해 아이들은 컴퓨터적인 사고에 익숙해지고
또 컴퓨터적인 생활방식에 몸을 맞춰가게 된다.
나 역시 이제 주변 환경을 바꾼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판단되어
최소한의 것만 지키는 선에서
컴퓨터와 친해지는 것을 방치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최소한의 것이란 몇 가지의 기준이 있지만 가장 대표적인 것은
RESET을 만병통치약으로 생각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이것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존엄성의 가치를 느끼게 하는 중요한 부분이다.
즉, 게임을 할 때 마음대로 안 된다고 게임을 중단하고
다시 '시작' 버튼을 누르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나름대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면도 있는 말이지만
겨우 그 정도의 기준만 있을 뿐
컴퓨터와 친해지면서 상대적으로 자연과 친구와 멀어지는,
가장 걱정스러운 그 부분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
지금 게임을 막 즐기기 시작한 큰 녀석도 나름대로 컴퓨터 게임으로 익숙해진
무언가의 불안전한 사고가 어디엔가 자리잡고 있을 것이다.
* * *
추석이고 해서 게임 CD를 한 장 사려고 큰 녀석 손을 잡고 집을 나섰다.
게임 CD 사준다는 말에 기분이 좋은지
녀석의 발걸음은 가볍다 못해 날아갈 것만 같다.
마음이 급한 녀석은 건널목 신호들이 빨간색인데도 길을 건너려 했다.
얼른 정색하고 길을 건너는 요령 - 이제는 귀에 못이 박힐듯한 -을
다시 반복해준다.
" 초록불일 때 건너야 해. 그러니까 빨간불은 절대로 건너면 안돼. 알지?"
그러자 평소 같으면 신나는 목소리로 내가 하는 말을 두어번 반복했을 녀석이
오늘은 새로운 방법으로 대꾸한다.
"점프해서 가면 돼"
아하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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