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셋 여자 한 분

여우와 곰 그리고.....

아하누가 2024. 6. 24. 01:29


 

일을 마치고 집에 들어오니 12시 30분.
모두가 잠들어 불이 꺼진 집안으로 살짝 들어오니

자는 줄 알았던 두 아이가 모두 나온다.
도대체 지금이 몇 시인데 아직도 잠을 안 자는지 원.
아이들이 나오고 한동안 소란해지자 잠자고 있던 아내가

아직 잠이 덜 깬 목소리로 외친다.

 

 

"으~~잠 좀 자자. 도대체 얘들은 누굴 닮아 잠을 안 자는거야. 에구~"

 

 

나는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난다. 우리 애들도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난다.
내가 늦게 자니 아이들도 늦게 잔다는 아내의 잔소리엔 언제나

예전에 오려둔 신문기사의 한조각을 펼쳐보이며 다른 아이들과 다른 점을
집중적으로 강조하라는 말을 한다.

하지만 늦은 시간이어서 아이들을 재우려고
얼른 씻고 자리에 누웠다. (사실 얼른 재우고 인터넷으로 바둑 두려고 그랬다.)


아내의 잔소리에 토라진 큰 녀석은 얼른 내 옆에 찰싹 누워 아양을 떤다.

 

 

"나 이제 엄마 싫어! 나 아빠 좋아~"

 

 

여우같은 녀석. 하지만 녀석이 여우라면 나는 곰인가?
여우같은 녀석의 말에 나는 그만 너무도 쉽게 응답했다.

 

 

"그래? 난 옛날부터 엄마 싫어했어~"

 

 

혹시 이 말을 자고 있는 아내가 들었을까 주변 분위기를 살피고 있는데
목에 엄마 목도리를 칭칭 감고 있던 둘째가 자기를 쳐다보라며
자고 있는 엄마를 툭툭 친다. 아내가 또 잠이 깨서 짜증을 부린다.

 

 

"지금이 몇 신데 안자니. 잠 좀 자자 잠 좀....우아아아아앙~"

 

 

그리고 나서 길고도 요란한 소리가 나는 망측한 하품을 했다.
그 소리를 듣고 큰 녀석이 말한다.

 

 

"아빠, 이게 무슨 소리야?"
"응? 이거?"

 

 

그리고 나는 또 한번 곰이 된다.

 

 

"음... 하마가 배고플 때 내는 소리야~"

 

 


내일부터 아예 더 늦게 들어오는 편이 건강에 좋을 것 같다.

 

 

 

 

 

 

아하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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