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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선상의 아리아

내가 고등학생이었을 때 큰 누나는 서울의 한 여자 고등학교에서음악 선생님으로 근무하셨다.늘 기말고사 때면 누나는 답안지 뭉치를 집으로 가져와 채점하곤 했는데가끔 시간이 맞으면 채점을 도와주곤 했다. 그러던 하루는 이상한 답안지를 하나 보았다.  “누나! 여기서부터는 답이 이상해?”  답안지는 네 칸 중에 정답 한 칸을 새까맣게 채우는 스타일이어서정답에 구멍을 내어 표시한 정답지를 가지고답안지와 대조해보면 금방 점수가 나오는 방식이었는데16번 문제부터는 단답형 답안이었던 것이다.그런데 정답의 내용이 모두 고전 음악 제목인 것이 이상하여 누나에게 물었다.  “음……. 그거 청음 시험이라는 건데 너희 학교는 안 하니?”“청음 시험?”  그러니까 누나의 설명은 시험 시간에 번호를 붙이고 음악을 틀어주면서그 번호..

분식점

고등학생이었을 때였다.일요일이어서 무얼 할까 고민하다 마침 여동생이 떡볶이를 사달라기에초등학생이던 막내 동생과 셋이서 집 근처 분식점에 갔다.한참 먹성이 좋은 나이였던 세 남매는 뭐가 그리 좋은지 큰 소리로 웃어가며떡볶이를 비롯한 여러 가지 음식들을 겁나게 먹어 치웠다.자리가 대충 끝나갈 무렵,막 분식점으로 들어오고 있는 동네 친구들을 만났고잠깐이지만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값을 치르고 밖으로 나갔더니분식점 앞에서 엄마를 기다리는 듯한 길 잃은 남매 같은 모습으로동생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약간은 긴장된 얼굴로 또 약간은 음흉한 얼굴로,그리고 약간은 상기된 얼굴로아무것도 모르는 표정으로 서 있는 동생들에게나지막하면서도 의미심장한 목소리로 작지만 힘 있게 말했다.  “뛰어!”  나는 금지된 약물 먹고..

그때 그 자리

기억에 남아 있는 장소를 다시 찾는다는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그리고 그곳이 찾기 힘든 곳일수록, 일부러 발걸음을 옮겨야 하는 곳일수록그 감회는 매우 새롭다.맑은 날이 연속되는 요즘, 카메라를 들고 남산 한옥마을을 찾았다.남산 한옥마을은 도시한복판에 있는 작은 휴식처다.특히 예전에 사무실이 근처에 있어 자주 찾던 곳이어서개인적으로 각별한 의미가 있는 곳이다.처음 카메라를 사고 테스트삼아 찍었던 장소도 한옥마을이었고가끔 카메라를 들고 찾아나선 정겨운 곳이다.사진이 잘 나오던 그 자리를 또 찾았다.변함없이 좋은 자태로 사진찍는 나를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이 세상에 변하는 것은 오직 사람뿐이다.

사진과 이야기 2024.06.25

라이브 음악 카페

음악을 듣는 것을 즐겨하는 나는 외국에 갈 때마다 마음에 듣는 바나 카페를 찾는다.한국에도 그런 곳들이 없겠냐만 음식값이 만만치 않아 형편상 자주 갈 수 없다.동남아 국가는 한국에 비해 물가 자체가 싸기도 하지만술집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큰 돈이 들어가지 않는다.특히 서양 사람들이 주로 오는 업소일수록 서양식 문화가 술값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맥주 한병 테이블에 올려두고 적당히 즐기는 것이 고작이다.술을 즐겨하지 않는 내게 이런 문화는 상당히 마음에 들지만우리나라에서 만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베트남 호치민시에 가면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카페가 있다.보통의 라이브 카페들은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기계음악으로 반주를 하고가수 한두사람이 있는 형태이거나혹은 베이스키타, 드럼, 키보드 등 락뮤직에 걸맞는 시스템..

사진과 이야기 2024.06.25

고궁과 현대식 건물의 조화

가끔 경복궁이나 덕수궁 등 도심의 고궁에 사진찍으러 가는 일이 있다.렌즈를 새로 구입했거나 날씨가 유난히 좋아 놓치기 아까운 경우빠르고 쉽게 찾아갈 수 있는 장소가 이곳인데막상 사진을 찍으려면 곤란한 부분이 있다.경복궁의 경우는 궁의 배경이 북악산이어서 자연과 건물의 조화가잘 아우러진데 비해 덕수궁의 경우는 주변의 높은 빌딩에 둘러쌓여 있어카메라를 어떤 각도로 들이대도 좋은 그림 찾기가 쉽지 않다.도심 한복판에 있는 고궁이니 불가피한 상황일 듯했다.지난 2006년 3월.후쿠오카 시내 祈園역 근처의 한 신사는 이러한 상식을 깨고 있었다.도심속에 갇힌 작은 사원이나 주변 빌딩과의 조화가 놀랍도록 정제되어 있다.고궁의 의미를 잘 보존하려면 주변 건물과의 조화,그리고 시대적 차이의 조화가 우선일 듯싶다. 200..

사진과 이야기 2024.06.25

후쿠오카의 신사

일본에서는 어렵지 않게 신사(神寺)를 발견할 수 있다.도심 속의 작은 공원같은 신사도 있고, 잡앞의 성황당 같은 신사도 있다.그런가 하면 유원지나 관광지에서도 작은 규모의 신사를 볼 수 있다.신사마다 모시는 신도 각기 다양해서 조금만 유래가 있다고 하면모두 신으로 모셔지는 셈이다.뭐가 그렇게 바라는 게 많은지 많은 사람이 빌고 빌고 또 빈다.앞으로 일본은 빌어먹을 나라가 될 것이다.2006년 3월.후쿠오카 텐진(天神)역 근처의 한 신사에서.

겨울 경복궁

눈이 많이 내린 다음날.밤새 내리던 눈이 오후 2시경에 멎었다.혹시라도 이때를 놓치면 눈덮인 경관을 사진에 담을 수 없을 것 같아서둘러 향한 경복궁.광화문에서 경복궁은 매우 가까운 듯 보이나실제로 경복궁 안으로 들어가려면 먼길을 돌아가야 한다.그렇게 서둘러 도착하니 이미 경복궁 문은 닫혀 있다.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경복궁은 시설관리를 위해요즘 개방시간을 제한한다고 한다.결국 겉보습만 몇장 찍고 힘없이 돌아왔다.사진도 하늘이 도와줘야 찍는다는 것은 날씨 만이 아닌 모양이다. 2006년 2월. 경복궁에서.Pentax ist-DS. Vivitar 28mm / f1:2.8.

사진과 이야기 2024.06.25

홍콩 엿보기 - 홍콩의 꽃, 야경

홍콩은 비즈니스와 쇼핑으로 널리 알려진 곳이다.그외에도 다양한 볼거리들이 있지만 뭐니뭐니해도 홍콩의 볼거리중하이라이트는 백만불이라고 불리는 야경이다.구룡반도 남쪽 끝에서 홍콩섬을 바라보면,거대한 빌딩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어 마치 바다에 커다란병풍을 둘러세운 것과 같은 느낌이 든다.밤 9시에서 10시 사이가 절정을 이루는데,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야경이 또 하나의 볼거리가 된다니 이것도 흥미로운 점이다.가끔 강변도로를 달리며 강건너 아파트촌을 보니잘만 꾸미면 우리 야경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2006년 1월. 홍콩.Pentax ist-DS. 18-55m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