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이었을 때였다.
일요일이어서 무얼 할까 고민하다 마침 여동생이 떡볶이를 사달라기에
초등학생이던 막내 동생과 셋이서 집 근처 분식점에 갔다.
한참 먹성이 좋은 나이였던 세 남매는 뭐가 그리 좋은지 큰 소리로 웃어가며
떡볶이를 비롯한 여러 가지 음식들을 겁나게 먹어 치웠다.
자리가 대충 끝나갈 무렵,
막 분식점으로 들어오고 있는 동네 친구들을 만났고
잠깐이지만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값을 치르고 밖으로 나갔더니
분식점 앞에서 엄마를 기다리는 듯한 길 잃은 남매 같은 모습으로
동생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약간은 긴장된 얼굴로 또 약간은 음흉한 얼굴로,
그리고 약간은 상기된 얼굴로
아무것도 모르는 표정으로 서 있는 동생들에게
나지막하면서도 의미심장한 목소리로 작지만 힘 있게 말했다.
“뛰어!”
나는 금지된 약물 먹고 뛰는 100미터 육상선수처럼 먼저 달리기 시작했고,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하던 동생들도
이 자리에 서 있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엉겹결에 나를 따라 뛰기 시작했으며, 급기야 분식집 아주머니가 뒤에서
우리를 부를 때가 되어서는 셋이서 젖 먹던 힘을 다해 전속력으로 달렸다.
꽤 멀리 떨어진 곳까지 뛰어가서 골목 모퉁이를 돌자마자
누구네 집인지도 모르는 담
벼락에 몸을 기댄 채 가쁜 숨을 몰아 쉬고 있었고
영문도 모르고 따라온 동생들도 저마다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무슨 일인데?”
아직 채 숨을 고르지도 못한 여동생이 궁금증을 못 참겠는지 힘들게 물었다.
나는 곧 숨을 고르고 이내 정신을 차리고는
마치 세상에서 오로지 자신만이 할 수 있다는 일을 했다는
성취감 가득한 표정을 한 채 동생들에게 말했다.
“분식집 아주머니가 마지막에 시킨 만두값을 안 받았지 뭐야.
푸하하하~~”
별로 신날 것 같지도 않은 그 일이 얼마나 신이 났는지
호흡기관의 기능은 심리적 변화에 따라 무한히 작동된다는
최신 의학적 논리를 정립하면서
이미 가쁜 숨도 잊은 채 계속 신나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동생들은 그러한 내 행동이 못마땅했는지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아직은 어리기 때문일 것이다.
조금만 더 크면 인간적 체면과 경제적 이익 사이에서
발생하는 상관 관계를 현대 사회에 알맞게 해석할 줄 아는 능력이 생기게 되어
내 행동을 이해할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아낀 돈으로 아이스크림이라도 사서
추태가 남기는 이익의 보람을 찾는 동시에
이에 대한 실질적 증명을 동생들에게 몸소 보이려는 순간
여동생이 울먹이는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그럼 오빠두 돈 냈어?”
아하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