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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쑤시개 폭탄

직장에 다니는 사람들에게는 하루에 한번씩 시간 맞춰 찾아오는       고민거리가 있으니 바로 점심식사 메뉴를 선택하는 문제다.       매일 그 시간이면 밖에서 식사를 해야 하니 그 음식이 그 음식이고,       어느 것을 골라도 성에 차지 않으며       입맛 또한 맞을 리 없으니 고민일 수밖에.                오늘도 거리의 음식점 간판을 번갈아 쳐다보며 적당한 집을 찾던중       오래전에 자주 가던 음식점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한동안 잘 가던 곳이었는데 일년 정도 발길이 뚝 끊어진 집이었다.       바로 '이쑤시개 폭탄' 사건 때문이었다.                이쑤시개 폭탄!        말만 들어도 처참한 역사의 현장이었다. 그 이름도 얼마나 잔인한가. ..

국민감정

밤늦은 시간까지 급한 일을 마치려고 허둥대고 있었다.      옆자리의 동료직원은 뭐가 계속 불만인지      욕을 섞어가며 뭐라고 투덜거리고 있다.         "이거 이렇게 많은데 이게 여기 어떻게 다 들어가?"         계속 투덜거리는 목소리로 내게 물었다.      일하는 내용중에 각 국가별 전화번호를 안내하는 부분이 있었는데      정해진 지면은 너무 작고 담아야 할 내용은 너무 많았다.        "어디 보자.... 뭐 대충 필요한 나라만 골라내야 하지 않겠어?"       "어떤건 빼고 어떤 건 넣으라는 거야?"         동료는 아직도 불만이 많은지 계속 투덜거리고 있다.      늦은 시간까지 집에 못 가고 일해야 하니 짜증도 났을테고      날씨마저 올해 들어 가장 더운..

잠적

가끔씩 머리가 터질듯이 아픈 일이 생긴다.      그 일은 흔히 생각할 수 있는 것처럼 손해와 이익이 오가는 일도 아니요      인간관계에서 일어날 수 있는 애정과 증오의 갈등도 아니다.      그저 아무런 상관없는 일에 괜히 끼어들게 되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되는 상황에 놓이는 일로,      가장 골치 아프고 짜증나며 속 뒤집어 진다.             잘 해결되어봐야 본전 그대로요 잘 해결되지 않으면      분명 잘못한 일도 없는데 엉뚱한 책임을 뒤집어 써야 하는 일이      되어 버린다. 정말 이럴 때 도망가고 싶다.            그럴 일이 눈앞에 펼쳐지자 무언가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생각이 번뜩 떠 올랐다.          “이봐, 전화로 거기서..

과장님, 과장님

아침 일찍 시작해서 하루종일 거래처에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별로 인연이 없는 관공서였지만 일을 하는데      장소 따질 일 있나. 그냥 하면 하는 거지.                   회의실에는 4명이 미리 대기하고 있었다.      3명은 이전에 본 사람들. 대장이 한사람 있었고 두 사람은 사무관,      나머지 한사람은 처음 보는 사람이었다.            준비해간 디자인 시안을 꺼내 이런 저런 설명을 하는데      그전 회의할 때 없었던 사람이 목소리를 높이며      몇 가지 트집을 잡고 있었다.      별로 트집 잡힐 부분이 아닌데 괜시리 불쾌한 생각이 들 그때였다.             "어허, 김과장 의견도 맞긴 한데 이거야 보는 사람마다 다르지 않나?"        ..

기억력의 대가

점심식사 전 핸드폰이 울린다.      걸어주는 이가 많지 않아 잘 울리지 않는 핸드폰인데      그나마 발신자를 보니 기억에도 없는 번호다.      대개 그런 전화인 경우는      뭐 사라거나 밀린 카드 값 빨리 내라는 전화밖에 없다.         "여보세요? 나 누군지 아슈?"         상대방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또한 매우 싸가지 없다.      주로 그런 전화는 철저히 무시하는 성격이라 일방적으로 끊을 심산으로      매우 점잖게 대답했다.      그랬더니 다소 경직된 내 목소리에 조금 놀랐는지 순순히 정체를 밝힌다.         "나요, 나. 강부장!"       "......!"        한 10년전이었을까?      아니 5년은 분명 넘었고 10년이 채 되지 않은 오래 전..

오천년의 인연

아침에 핸드폰에서 문자메시지가 왔다는 신호가 울렸다.      문자 메시지와 친할 나이가 이미 지났다고 판단되어      아마도 이상한 판촉행위를 하는 업체들의 메시지일 듯 싶었다.       그래도 혹시나 하고 열어보니 발신인이 직장 후배로 되어 있다.      옆자리에서 일하는 사람이 내게 메시지를 보낼 일이 있을 리가 없으니      아무래도 뭔가 이상했다. 내용을 확인해보니 그 또한 심상치 않다.        "이봐, 요즘 꼬시는 여자 있나?"         옆자리 후배에게 말하니 화들짝 놀라는 표정으로 대꾸한다.              "그거 어찌 아셨당가요?"       "........"         알고 모르고의 구분이 있을 리 만무한 메시지를      엉뚱한 사람에게 보내고 또한 그 사..

팬티

여름철에 직장생활을 하려면 상당히 곤란한 일이 하나있다.물론 더워서 생기는 일이다.한자리에 앉아서 오랜 시간 일을 하려면 물론 덥기도 하지만에어컨이 있으니 그리 견디기 힘든 일은 아니고그 보다 더 큰 문제는바로 팬티가 자꾸 엉덩이에 붙는다는 것이다.이거 경험해본 사람들은 안다.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오직 손을 사용하는 방법이 유일한데그 모습이 그리 아름답지 못할 뿐 아니라그렇다고 손을 안쓰고 몸부림만으로 해결하려 했다가는세상에서 가장 우스운 꼴을 남에게 보여주게 된다.나는 항상 그 부분이 짜증스러웠다.그래서 늘 그 상황이 오면 신경질적인 큰 소리로 말하곤 했다.  “어휴~ 이거 팬티가 자꾸 엉덩이에 붙어서 불편해~”  그때마다 여직원들도 재밌게 응수하곤 했는데그중에 한명이 매번 짜증스러운 반응을 보이는 것..

증거

아침에 출근하고 막 일과를 시작할 때가 되었는데도고대리의 자리는 비어 있었다.고대리는 일명 고도리라고도 불리우는 동료로그리 나쁜 업무나 성격의 문제는 없었지만화투치는 것을 지나치게 좋아한다는 단점이 있던 사람이다.오늘이 월요일이니까아마도 어제 또 늦은 밤까지 화투판에 끼어 있었던 것 같다. 그렇지 않아도 부장님 눈초리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뭔가 벼락이라도 칠 것만 같은 아침이다.10시가 넘어서야 고대리가 출근했다.눈이 벌겋게 충혈된 것으로 보아 또 밤새 화투판에 있었음이 분명해 보였다.아니나 다를까 곧 부장님께 호출되어 갔고 고대리는 곧 부장님 책상앞에서호되게 야단맞는 일만 남아 있었다.   “이봐, 고대리.... 월요일 아침부터 이게 뭐야! 엉?  또 밤새 화투판에 있었나?”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

세 사람의 내기

같은 회사에서 일하는 직원 세 사람의 얘기다.특별한 약속이 없으면 술이나 한잔하자는 동료 직원의 말에술은 못 먹지만 그래도 가끔은 술자리에 참석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술집으로 향했다. 아직은 술자리가 거나하게 이루어질 시간은 아니었지만동료 세 사람은 술집에 자연스러운 자세로 앉아 있었다.남들은 한창 저녁 식사의 즐거움을 느끼고 있는 시간에 이 세 사람이 술집에서자리를 함께 하게 된 데는 저마다 한 가지씩 고민이 있었기 때문이었고,그 고민은 귀가 시간을 의도적으로 늦어지도록 만들어야 하는 일이었으며또한 저마다의 그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한결같이 똑같은 것이었다.  “그러니까, 김형! 그래서 일찍 들어가면 안 된다는 거지?”“그렇다니까. 박형도 그러면서 왜 남 얘기를 물어?”“하긴 최형도 그렇다니 이거 원 참..

수정

아침에 사무실에 도착하니 온통 산만하고 어수선한 분위기였다.무슨 일인가 알아보려 하기도 전에 이미 부장님의 호출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봐, 김대리. 지금이 도대체 몇 년도야?  이거 1988년은 도대체 언제 얘기야? 올림픽하나? 올림픽 해?”  무슨 일인가 알아보니 이번에 제작한 사무용 다이어리 한 부분에연도가 1988이라고 잘못 인쇄된 채 완제품이 나오고 말았다.엄밀히 따지면 내 잘못은 아니었지만 어차피 책임자였던 만큼 달리 변명이나책임을 회피할 수가 없었다.없을 것만 같은 해결 방안을 이곳저곳으로 찾다가 잘못 인쇄된 부분을지우개로 지우면 지워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실험해본 결과비교적 흡족한 결과를 가져다 주었다. 그나마 다행이었다.이거 잘못되어 폐기 처분하면 퇴직금도 못 받고 쫓겨날 뻔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