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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 베트남(호치민) 3화 - 쌀국수 퍼(Pho)

지금 내가 즐기는 여행의 패턴하고는 너무나 다른 일정이었다.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첫 번째 방문에서의 몇 가지 실수는 다음 여행에 있어 중요한 지침서가 되었다.첫 방문지인 베트남을 잘 훑어볼 수 있게 해준 계기가 되었다.이 지루한 여행기도 나중에는 큰 도움이 되었다.    사이공에 도착하여 호텔을 잡고 짐을 푼뒤 가장 먼저한 일은밥 먹는 일이었다.외국에 나가니 밥 먹는 일도 대단한 일정인양 가이드북 여기저기를 뒤졌다.자리에 함께 있던 후이부(Huy Vu. 26. 영어강사)가 물었다. 어디 가서 뭐 먹을래?잠깐 기다려봐. 한국에서 뉴스나 신문만 봐도베트남의 음식중에 쌀국수가 유명하다는 것은 저절로 알게 된다.쌀국수라는 것은 말 그대로 쌀로 만든 국수를 만하는 것인데,가끔 나이 40쯤 먹은 사람이 예전에..

2003 베트남(호치민) 2화 - 호텔의 서비스

베트남은 첫방문이었으니 당연히 호텔 투숙도 처음이었다.베트남이 가진 매력 중 하나가 저렴한 물가였으니,이를 십분 활용하고 피부로 느끼기 위해서는허름한 호텔에 투숙하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였다고 생각했다.-----------------------------------------------------------   후이부(26. 영어강사)의 오토바이를 타고 시내를 가로질러여행자의 거리라고 알려진 데탐 스트리트(De Tham street)에 도착했다.방콕의 카오산 로드같은 곳이고 우리나라로 말하면 이태원 같은 곳이다. 수많은 외국인이 눈에 띈다.한국에서 예약한 호텔을 찾았다. 응옥당 호텔 (Ngoc Dang Hotel).말이 호텔이지 이런데까지 호텔이란 이름을 붙이면다른 호텔들이 얼마나 섭섭해 할까.그러나 처음..

2003 베트남(호치민) 1화 - 공항의 주객전도

이 이야기는  2003년 11월에 있었던 첫 베트남 여행기다.시간이 많이 흘러 지금의 현실과 상당히 다른 당시의 상황이지만그래도 나는 이 여행기가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든다.아마 처음이라는 신선함과 아직 베트남의 현실에 눈을 뜨지 못한 순수함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시간도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날아가듯 훌쩍 과거로 돌아갔다.여행은 추억을 만들고 추억은 삶을 아름답게 한다. ------------------------------------------------------------------------------------------  약 5시간 30분의 비행을 마친 비행기가 서서히 활주로에 착륙하기 시작했다.베트남의 경제중심지 호치민(Hochiminh)시의 관문인탄손나트 공항(Tan Son Nhat, ..

1997 필리핀(마닐라) - 세번째 감상 (4-끝)

1997년 3월 31일(월) 간밤에 여러 곳을 다니느라 꽤 늦은 시간에 잠이 들었는데서둘러야 하는 아침 일정 때문에무척 이른 시간에 눈을 뜨려니 몹시 힘들었다.평소 체력 관리도 중요하지만 여행 일정에 있어서의 체력 안배 또한몹시도 중요한 일임에 틀림없다는 사실을 서너번 되새기며 호텔을 나섰다.  마닐라 관광에서 빠질 수 없는 코스인 ‘팍상한 폭포’를 가는 날.벌써 3번이나 필리핀에 왔지만이상하게도 ‘팍상한 폭포’와는 인연이 없었다.3번째 방문만에 가보는 ‘팍상한 폭포’.우리말로는 이상한 이름을 가진 곳이지만이곳 마닐라에서는 유명한 관광지 중 한 곳이다.이곳에 오기 전부터 우리나라의 많은 TV프로를 통해 보아왔고,또한 월남전을 그린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영화‘지옥의 묵시록’의 로케 현장이라는 사실 ..

1997 필리핀(마닐라) - 세번째 감상 (3)

1997년 3월 30일(일) 느낌도 그렇고 주워 들은 얘기도 있고 해서 오늘의 일정은그리 큰 비중을 두지 않았다.그래서 현지 가이드도 오후에 오라고 했고그 시간을 이용해 호텔 수영장을 찾았다.의아해 하던 가이드의 표정이 생각난다.보기 드물게 맛보는 오랫만의 한가로움이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찾은 화산지역 ‘따가이따이(Tagaytai)’. 카비테(Cavite)에 있는피서지로 해발 700m에 위치하여 마닐라에 비해 서늘하며타알화산(Taal Volcano)과그 주위를 둘러 싼 타알호(Taal Lake)의 절경을 즐길 수 있다. 우리나라의 통일전망대 같은 분위기로내국인 관광객이 많고 가족과 연인들이 많이 찾는 곳인 듯하다. 맥주 한잔 하려고 전망이 좋은 곳에 자리를 잡았다.잠깐 맥주 얘기를 짚고 넘어가자.필리핀..

1997 필리핀(마닐라) - 세번째 감상 (2)

1997년 3월 29일 토요일 아침 일찍 서둘러 도착한 곳은 마닐라의 유명한 휴양지 ‘푸에르토아줄’.스페인 말로 ‘푸른 섬’이라는 이곳은 스페니쉬 계통의 한 부자가 소유한 땅에만들어진 리조트라는데 그 정취와 아름다움이 굉장하다.개인적으로는 두번째 방문이어서새로운 발견보다는 나름대로의 추억에 젖고 싶었는데애석하게도 많은 관광객이 이미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우리나라의 보통 유원지나 관광지에 비하면야사람이 없다고 표현해야 하겠지만이곳의 평소 상태로 보면 꽤 많은 관광객이 온 셈이다.사람이 많고 적음에 따라 느끼는 감상은 너무도 다르다.지난번에 찾았던 이 곳은 너무도 한가로운 여유의 만끽이었는데…. 오늘은 일정이 이곳 뿐이니 일찍 돌아가서개인적인 시간을 많이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했다.저녁 식사를 마치고 내가 ..

1997 필리핀(마닐라) - 세번째 감상 (1)

여행에 앞서그리 자주 하는 여행은 아니지만 여행을 목적으로 외국에 갈 때마다 꼭 다짐하는두 가지가 있다.우선은 여행을 함께 하는 인원이 3명을 넘지 말아야 한다는 것과또 하나는 현지에서는 우리 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현지에 도착하는 순간부터현지 언어를 - 그것이 의사 소통을 위한 몸짓이 될지언정 -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서로 비슷하기도 한 이 두 원칙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는원래의 목적이라고 생각한 ‘여행’이라는 것이 ‘관광’이나 ‘휴양’이 되지 않도록하기 위한 것으로,여행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그들만의 문화를 맛보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1997년 3월 28일(금) 마닐라로 향하는 아침-혹시라도 더운 지방 여행에 짐이 될까봐 두꺼운 옷을 피했더니3월의 이른 아침이 유난히 쌀쌀하게 느껴진다..

1997 일본(동경) - 혼네 속의 개선행진곡 (4-끝)

1997년 9월 29일 (월) 집으로 돌아가는 날이다.어제의 흥분에서 조금씩 가라앉긴 했지만 그래도 아직은 들떠 있었다.아침 일찍 서둘러 전철역에 나가 신문을 잔뜩 사가지고 왔다.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일본인들은 자꾸만 나를 혼란에 빠뜨리게 한다.6개의 스포츠신문 중어제의 경기를 톱기사로 다룬 신문은 오로지 한개 뿐이었다.나머지는 모두 프로야구의 우승팀 소식이 톱기사였던 것이다.그때까지의 나의 생각으로는,현재까지 내가 알고 있는 일본인이라면제법 당당하게 톱기사로 게재를 했을 것이라 믿고 있었던 것이다.이성적인 분석과 함께.그러나 톱기사도 아닌 어제의 축구 경기와 관련한 커다란 사진은더욱 황당한 것으로,우리 선수의 반칙하는 장면과 일본팀의 스타인 ‘미우라’라는 선수가 부상당해그라운드에 넘어져 있는 사진들이었..

1997 일본(동경) - 혼네 속의 개선행진곡 (3)

1997년 9월 28일(일) 흐림 이번 여행의 가장 중요한 목적이 있는 날이라다른 날 보다 몹시 긴장된 아침을 맞았다.서둘러 전열을 가다듬고 우리는 마지막 응원 연습을 위해 시내에 있는재일동포를 위한 학교운동장에 모였다.교문에 써있는 명판을 보니 왠지 모를 뭉클함이 가슴을 저미어 온다.비로소 내가 일본 땅에 와있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는 순간이기도 했다.그곳에서 우리와 같은 목적으로 이곳에 온 다른 응원단과 합류하여 마지막 호흡을 맞추어 보았다.낯설지 않은 교복을 입고 지나가며 우리를 쳐다보던교포 학생들의 눈길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하지만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그저 오늘의 경기를 이겼으면 하는 바램뿐이었다.일본 땅에 도착하면서부터 끈질기게 따라다니는 TBS 방송의 스탭진들도여전히 긴장을 늦추지 않는..

1997 일본(동경) - 혼네 속의 개선행진곡 (2)

1997년 9월 27일(토) 여전히 흐린 날씨 50여명의 본 팀이 도착하는 날이다.서둘러 샤워를 마치고 방 배정을 하고 저녁식사를 위한 도시락을 주문하러 갔다.우선 도시락 몇개를 종류별로 주문해보았다.식사도 할겸 앞으로 올 일행들의 식단도 짤겸 미리 맛보기로 했다.이 나라는 사먹는 문화가 매우 발달되어 있는 나라다.편의점만 가보아도 우리는 상상도 못할갖가지 음식들이 즉석으로 먹을 수 있도록 포장된 채 전시되어 있다.그래서 그런지 음식맛도 꽤 좋은 편이다.아니, 좋다기 보다는 사먹는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내 느낌엔사먹는 음식치고는 매우 성의있다는 것이다.마치 집에서 만들어 먹는 음식처럼 말이다. 식사와 도시락 주문을 마치고 일행 중 2명은 본팀을 마중하러 공항에 나가고나는 숙소에 남게 되었다. 잠시 틈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