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속에서 또 다른 여행을 떠나다

2003 베트남(호치민) 2화 - 호텔의 서비스

아하누가 2024. 6. 26. 00:53


 

 

베트남은 첫방문이었으니 당연히 호텔 투숙도 처음이었다.

베트남이 가진 매력 중 하나가 저렴한 물가였으니,이를 십분 활용하고 피부로 느끼기 위해서는

허름한 호텔에 투숙하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였다고 생각했다.

-----------------------------------------------------------

 

 

 

후이부(26. 영어강사)의 오토바이를 타고 시내를 가로질러

여행자의 거리라고 알려진 데탐 스트리트(De Tham street)에 도착했다.
방콕의 카오산 로드같은 곳이고 우리나라로 말하면 이태원 같은 곳이다.

 

수많은 외국인이 눈에 띈다.
한국에서 예약한 호텔을 찾았다. 응옥당 호텔 (Ngoc Dang Hotel).
말이 호텔이지 이런데까지 호텔이란 이름을 붙이면

다른 호텔들이 얼마나 섭섭해 할까.
그러나 처음 방문하는 곳이니 현지 상황을 조금 더 파악하기로 하고

호텔로 들어섰다.

작은 입구를 들어서면 불법 복제 CD를 만들어 전시해둔 상점같은 곳이

리셉션을 대신하고 있다.
주인을 찾아 이름을 말하니 이메일로 연락을 받았다며 반가워한다.
한층 올라가니 간판 바로 위 103호.

 

이 나라는 층수 개념이 달라

우리가 일층이라 말하는 맨 아래층은 빼고 다음부터 1층이라 한다.
그러니 경우에 따라선 우리식의 3층이 1층이기도 하고

우리식의 2층이 1층이기도 하다.

 

방문을 여니 높은 천정엔 커다란 선풍기가 있다.

에어콘도 있다며 리모콘으로 켜준다.
힐끔 리모콘을 보니 삼성이다.

 

거리를 향한 문을 여니 작은 테라스가 나온다.
이곳에서 가장 유니크한 장소다. 조그만 테이블이 있고 의자가 두개 있는데,
이곳에 있으면 데탐거리가 환히 보인다.
문을 닫고 안으로 들어와도 방음 시설이 좋지 않아

데탐거리의 시끄러운 소리가 빠짐없이 들려온다.
어차피 온자 왔으니 조용한 것보다

조금은 북적거리는 분위기가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니
열악한 방음시설이 오히려 마음에 든다.

 

하루에 15달러. 제일 좋은 방이다. 테라스 값인가 보다.
조금 깍으려 했는데 주인장이 완고하다.
마지막날 조금 늦게 체크아웃 하자니까 그것도 요금을 더 내야 한단다.

요 대목에서 조금 삐졌다.
그런데 이어진 주인장 왈. 두밤만 자고 다음부터는 3층으로 옮겨 달라나?
이유인즉 스웨덴에서 예약하고 오는 손님이 있는데 나이가 70세 노인이라
엘리베이터 없는 이 호텔의 3층은 너무 힘들단다.
자고로 노인을 공경하는 것을 미덕으로 알며 자라온

동방예의지국의 한사람으로서 반대의 의사를 밝히기는 곤란한 상황이다.
그러나 두 밤자고 방을 옮기는 것도 문제가 있다.

잠자리라는 것은 단지 잠만 자는 곳이 아니라

여행에 있어 일종의 베이스 캠프다.
시도 때도 없이 들르고 쉬어야 하므로

매우 안정적이고 편안한 느낌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그러니 가져온 짐을 잘 풀어 여기저기 정리해야 비로소 내집 같은데
두밤자고 이동한다면 그것도 귀찮은 일이지

편안한 곳이라는 인식은 생기지 않는다.
어떻게 한담?

 

 

 

 

베트남에서 처음으로 숙박한 옥당호텔(Ngoc Dang Hotel) 입구.

오토바이에 앉아 있는 젊은이들은 호텔 직원들인데

별로 하는 일 없이 손님들에게 인사만 한다.

 

 

 

옥당호텔(Ngoc Dang Hotel)의 객실 모습.

그 호텔에서 가장 고급 객실(?)답게 침대도 두개나 있다.

커텐 뒤편으로 테라스로 나가는 문이 있으며 테라스에 나가면 데탐거리가 가깝게 보인다.

 

 

 

 

 

 

객실내의 화장실과 테라스.

화장실은 자바라 방식의 가림문이 있고, 허름하지만 뜨거운 물도 나온다.

테라스는 사진 보다 협소하고 조악하지만 나름대로 이국의 정취를 느끼기에 좋은 곳이다.

 

 

 

 

작은 테라스에서 바라본 데탐거리의 이른 새벽 풍경.

환경미화원인듯한 사람들이 거리청소를 하고 있다.

더운 나라답게 이른 아침부터 하루 일과가 시작된다.

이 나라는 많은 노동직 근무자들이 여성으로 채워져 있다. 이들도 모두 여자다.

 

 

 

 

*     *     *

 

 

 

다음날 아침.
피곤해서 일찍 잠자리에 든 탓인지,

아니면 낯선 잠자리에 잠을 설친 탓인지 아침 6시에 눈을 떴다.
후이부가 찾아오기로 한 시간은 아침 9시.

그때까지 뭘 한담?

 

바람도 쐴 겸, 동네 순찰도 할겸

호텔을 나서 이곳저곳 돌아다니다 수많은 미니호텔을 찾았다.
노력해서 찾은게 아니라

그냥 길을 걸으면 저절로 눈에 뜨이는게 미니호텔이다.
외관이 그럴듯해 보이는 몇군데에 들어가니 값도 싸고 친절하다.
워낙 짠돌이 유럽 애들을 상대해서 그런지
내가 말도 안했는데 데리고 들어가 가격대별로 방을 구경시켜준다.

적당한 곳 3군데를 리스트에 올렸다가

그래도 인터넷에서 가장 좋은 평을 받는 곳으로 정했다.
인터넷의 여행정보 베트남-호치민의 숙소편을 보면 이런 말이 있다.

 

 

데탐스트리트에서 지낼 분들은 숙소 걱정은 하지 마시라!

 

 

맞는 정보다.

누군가 이 글을 읽고 베트남 여행을 가신다면 꼭 참고해 두시라.

 

15불 짜리 방이 있고 25불짜리 방이 있다는데 과감히 25불짜리로 예약했다.
잠자리를 가리는 걸 보니 나도 나이를 먹었다.

 

하룻밤 지낸 그전 호텔로 돌아와 짐을 정리했다.
잠시 나갔다 올테니 체크아웃을 해달라니 주인의 표정이 어째 밝지 않다.
왜 그러냔다. 몰라서 묻나?
오히려 내가 물었다.

 

 

"너 혹시 엉덩이가 무겁다는 말 아니?"

 

 

모른다는 표정을 짓는다. 그냥 그런게 있다고만 했다.
엉덩이 무거운 손님보고 두밤자고 방을 옮기라는 니네 잘못이다.
똥씹은 표정짓지 말고 장사 잘해라.
무슨 이유인지 몰라도 그때 나는 참 당당했다.

 

 

가끔 나는 외국여행을 하면서 그들이 생각하는 한국인의 인식에 대해 생각을 한다.
과연 어떤게 좋은 인상이고 좋은 인식일까.
몇번 반복의 갈등을 겪으며 내린 결론은 착하다는 인상보다는 무섭다가,
감성적이라기 보다는 냉정하다가 더 좋다는 결론이었다.
그동안 외국인에게 한국인에 대한 인상과 느낌을 전해들을 때 가장 듣기 싫은 말이
사람들이 예의가 없다 라던가 또는 자기밖에 모른다 라는 말이 아니라
사람들이 호락호락하다거나 만만해 보인다는 말이었다.

개인적으로 나는 한국인의 한사람으로서

외국사람들에게 만만하게 보이기는 싫다.
유쾌하게 보이는 것도 좋고 친절하고 다정하게 보이는 것도 좋지만
절대로 만만하게 보여서는 안된다는 생각이다.

짧은 영어지만 분명히 얘기했다.
손님을 받고 그 자리에 또 다른 손님을 받는다는 것.

그건 분명히 잘못된 것이다.
그렇다고 내가 호텔을 옮긴다고 지금 니가 나한테

그렇게 기분 나쁜 인상 지을 이유는 없다.

그리고 바로 체크아웃을 부탁한 게 아니라

가방을 데스크에 맡기고 마침 찾아온 후이부와 함께
늦은 아침식사를 하기 위해 근처 시장으로 출발했다.

 

 

이후 호텔에 돌아오니 주인 얼굴이 조금은 나아져 보인다.

얼마 내면 되지?

여기 계산서 있어.

정확하지?

당근이지.

 

계산서를 펼치고 나름대로 날카롭다고 생각되는 눈초리로 보고 있으니

주인이 와서 설명한다.
먼저 큰소리 친 이유 때문인지 설명하는 주인 말투가 조심스럽다.
설명하는 말중 반밖에 못알아 들었지만 예상했던 금액이라
마치 다 알아들은 표정을 짓고 돈을 내밀었다.
팁을 조금 줄까 하다 그가 내게 해준 서비스가 없다는 기억을 떠올리곤

그냥 참았다.

 


다음에 또 오마.

꼭 와라.

 


미리 정해둔 공식같은 인사를 마치고 호텔을 나서 새로운 호텔로 향한다.
그 호텔은 몇가지 마음에 드는 점이 있다.

조그만 프론트 데스크지만 항상 아오자이(베트남의 전통의상)를 입은

여직원이 있다.

이 대목은 매우 중요하다.
둘러본 다른 호텔들은 이른 시간이라 그랬는지 간밤에 야근한 남자 직원이
근무복이 아니라 잠자기 편한 옷 그대로 입고 방에 대해 설명한다.
여직원이 있는 호텔도 청바지에 티셔츠 입고 있다.
옷이 별거냐고? 그렇게 생각할 일이 아니다.
손님을 맞이하는 곳은 손님에 대한 예의를 갖추어야 하는 법이다.

 

 

며칠 머문 뒤에 알았지만 꼬장꼬장하게 생긴 인상을 가진 주인이

직원들에게 매일 잔소리를 한다.
프론트에 있으며 그런 장면을 보며 별로 좋은 기분이 아니었는데
며칠 지나니 이 호텔 직원이 친절하고 또 구석구석 깔끔한 이유가

그것에 있는 것 같다.
주인이 무심하면 서비스는 엉망이 된다는 간단한 사실을 실천하고 있는 업소다.
그점에 나는 큰 점수를 준다.

 

 

베트남은 아직 공산국가의 관습과 체제가 남아 있는 곳이다.

따라서 서비스의 개념이 매우 부족하다.
이런 현실이라면 남보다 한발 앞선 마인드를 갖추는 것이 사업에 성공하게 되어 있다.
그 호텔은 나름대로 성공할 것이다.
그리고 당분간 서비스 업종에서 서비스 마인드는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넓직하고 편안한 방 침대에 벌렁 눕는다.
짐을 다 풀으니 이제야 내방에 온 것 같다.
이제 또 어디로 나간담?

 

 

 

 

 

 

 

 

새로 옮긴 Southern Hotel. 역시 데탐거리에 있으며 호텔 객실료는 25불.

전 호텔에 비하니 깔끔한 실내가 매우 고급스러워 보인다.

 

 

 

 

 

 

호텔 맨 윗층에 자리잡은 식당.

호텔에서 제공하는 아침식사를 위해 매일 아침 이곳을 찾는다.

투숙하고 있는 다른 관광객과 나누는 아침인사가 여행의 참맛을 느끼게 한다.

작은 속소에는 이런 인간미가 있다.

 

 

 

  

 

*****************************************************************

 

 

 

이글을 쓰고 나서 몇 번의 방문을 더 경험한 후

나는 더 이상 미니호텔을 찾아다니지 않고 나름대로 연구하고 개척한(?)

베트남의 새 숙소를 찾는다.

이것이 베트남에 가면서 겉으로 드러난 가장 큰 변화다.

하지만 이 미니호텔은 가슴속 어딘가에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아하누가

당시 촬영 카메라는 NIKON Coolpix E-5700과 Minolta Dimage-X이었다.

 

 

 


 

 

베트남은 첫방문이었으니 당연히 호텔 투숙도 처음이었다.

베트남이 가진 매력 중 하나가 저렴한 물가였으니,이를 십분 활용하고 피부로 느끼기 위해서는

허름한 호텔에 투숙하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였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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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이부(26. 영어강사)의 오토바이를 타고 시내를 가로질러

여행자의 거리라고 알려진 데탐 스트리트(De Tham street)에 도착했다.
방콕의 카오산 로드같은 곳이고 우리나라로 말하면 이태원 같은 곳이다.

 

수많은 외국인이 눈에 띈다.
한국에서 예약한 호텔을 찾았다. 응옥당 호텔 (Ngoc Dang Hotel).
말이 호텔이지 이런데까지 호텔이란 이름을 붙이면

다른 호텔들이 얼마나 섭섭해 할까.
그러나 처음 방문하는 곳이니 현지 상황을 조금 더 파악하기로 하고

호텔로 들어섰다.

작은 입구를 들어서면 불법 복제 CD를 만들어 전시해둔 상점같은 곳이

리셉션을 대신하고 있다.
주인을 찾아 이름을 말하니 이메일로 연락을 받았다며 반가워한다.
한층 올라가니 간판 바로 위 103호.

 

이 나라는 층수 개념이 달라

우리가 일층이라 말하는 맨 아래층은 빼고 다음부터 1층이라 한다.
그러니 경우에 따라선 우리식의 3층이 1층이기도 하고

우리식의 2층이 1층이기도 하다.

 

방문을 여니 높은 천정엔 커다란 선풍기가 있다.

에어콘도 있다며 리모콘으로 켜준다.
힐끔 리모콘을 보니 삼성이다.

 

거리를 향한 문을 여니 작은 테라스가 나온다.
이곳에서 가장 유니크한 장소다. 조그만 테이블이 있고 의자가 두개 있는데,
이곳에 있으면 데탐거리가 환히 보인다.
문을 닫고 안으로 들어와도 방음 시설이 좋지 않아

데탐거리의 시끄러운 소리가 빠짐없이 들려온다.
어차피 온자 왔으니 조용한 것보다

조금은 북적거리는 분위기가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니
열악한 방음시설이 오히려 마음에 든다.

 

하루에 15달러. 제일 좋은 방이다. 테라스 값인가 보다.
조금 깍으려 했는데 주인장이 완고하다.
마지막날 조금 늦게 체크아웃 하자니까 그것도 요금을 더 내야 한단다.

요 대목에서 조금 삐졌다.
그런데 이어진 주인장 왈. 두밤만 자고 다음부터는 3층으로 옮겨 달라나?
이유인즉 스웨덴에서 예약하고 오는 손님이 있는데 나이가 70세 노인이라
엘리베이터 없는 이 호텔의 3층은 너무 힘들단다.
자고로 노인을 공경하는 것을 미덕으로 알며 자라온

동방예의지국의 한사람으로서 반대의 의사를 밝히기는 곤란한 상황이다.
그러나 두 밤자고 방을 옮기는 것도 문제가 있다.

잠자리라는 것은 단지 잠만 자는 곳이 아니라

여행에 있어 일종의 베이스 캠프다.
시도 때도 없이 들르고 쉬어야 하므로

매우 안정적이고 편안한 느낌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그러니 가져온 짐을 잘 풀어 여기저기 정리해야 비로소 내집 같은데
두밤자고 이동한다면 그것도 귀찮은 일이지

편안한 곳이라는 인식은 생기지 않는다.
어떻게 한담?

 

 

 

 

 

베트남에서 처음으로 숙박한 옥당호텔(Ngoc Dang Hotel) 입구.

오토바이에 앉아 있는 젊은이들은 호텔 직원들인데

별로 하는 일 없이 손님들에게 인사만 한다.

 

 

 

 

옥당호텔(Ngoc Dang Hotel)의 객실 모습.

그 호텔에서 가장 고급 객실(?)답게 침대도 두개나 있다.

커텐 뒤편으로 테라스로 나가는 문이 있으며 테라스에 나가면 데탐거리가 가깝게 보인다.

 

 

 

 

 

 

 

객실내의 화장실과 테라스.

화장실은 자바라 방식의 가림문이 있고, 허름하지만 뜨거운 물도 나온다.

테라스는 사진 보다 협소하고 조악하지만 나름대로 이국의 정취를 느끼기에 좋은 곳이다.

 

 

 

 

 

작은 테라스에서 바라본 데탐거리의 이른 새벽 풍경.

환경미화원인듯한 사람들이 거리청소를 하고 있다.

더운 나라답게 이른 아침부터 하루 일과가 시작된다.

이 나라는 많은 노동직 근무자들이 여성으로 채워져 있다. 이들도 모두 여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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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아침.
피곤해서 일찍 잠자리에 든 탓인지,

아니면 낯선 잠자리에 잠을 설친 탓인지 아침 6시에 눈을 떴다.
후이부가 찾아오기로 한 시간은 아침 9시.

그때까지 뭘 한담?

 

바람도 쐴 겸, 동네 순찰도 할겸

호텔을 나서 이곳저곳 돌아다니다 수많은 미니호텔을 찾았다.
노력해서 찾은게 아니라

그냥 길을 걸으면 저절로 눈에 뜨이는게 미니호텔이다.
외관이 그럴듯해 보이는 몇군데에 들어가니 값도 싸고 친절하다.
워낙 짠돌이 유럽 애들을 상대해서 그런지
내가 말도 안했는데 데리고 들어가 가격대별로 방을 구경시켜준다.

적당한 곳 3군데를 리스트에 올렸다가

그래도 인터넷에서 가장 좋은 평을 받는 곳으로 정했다.
인터넷의 여행정보 베트남-호치민의 숙소편을 보면 이런 말이 있다.

 

 

데탐스트리트에서 지낼 분들은 숙소 걱정은 하지 마시라!

 

 

맞는 정보다.

누군가 이 글을 읽고 베트남 여행을 가신다면 꼭 참고해 두시라.

 

15불 짜리 방이 있고 25불짜리 방이 있다는데 과감히 25불짜리로 예약했다.
잠자리를 가리는 걸 보니 나도 나이를 먹었다.

 

하룻밤 지낸 그전 호텔로 돌아와 짐을 정리했다.
잠시 나갔다 올테니 체크아웃을 해달라니 주인의 표정이 어째 밝지 않다.
왜 그러냔다. 몰라서 묻나?
오히려 내가 물었다.

 

 

"너 혹시 엉덩이가 무겁다는 말 아니?"

 

 

모른다는 표정을 짓는다. 그냥 그런게 있다고만 했다.
엉덩이 무거운 손님보고 두밤자고 방을 옮기라는 니네 잘못이다.
똥씹은 표정짓지 말고 장사 잘해라.
무슨 이유인지 몰라도 그때 나는 참 당당했다.

 

 

가끔 나는 외국여행을 하면서 그들이 생각하는 한국인의 인식에 대해 생각을 한다.
과연 어떤게 좋은 인상이고 좋은 인식일까.
몇번 반복의 갈등을 겪으며 내린 결론은 착하다는 인상보다는 무섭다가,
감성적이라기 보다는 냉정하다가 더 좋다는 결론이었다.
그동안 외국인에게 한국인에 대한 인상과 느낌을 전해들을 때 가장 듣기 싫은 말이
사람들이 예의가 없다 라던가 또는 자기밖에 모른다 라는 말이 아니라
사람들이 호락호락하다거나 만만해 보인다는 말이었다.

개인적으로 나는 한국인의 한사람으로서

외국사람들에게 만만하게 보이기는 싫다.
유쾌하게 보이는 것도 좋고 친절하고 다정하게 보이는 것도 좋지만
절대로 만만하게 보여서는 안된다는 생각이다.

짧은 영어지만 분명히 얘기했다.
손님을 받고 그 자리에 또 다른 손님을 받는다는 것.

그건 분명히 잘못된 것이다.
그렇다고 내가 호텔을 옮긴다고 지금 니가 나한테

그렇게 기분 나쁜 인상 지을 이유는 없다.

그리고 바로 체크아웃을 부탁한 게 아니라

가방을 데스크에 맡기고 마침 찾아온 후이부와 함께
늦은 아침식사를 하기 위해 근처 시장으로 출발했다.

 

 

이후 호텔에 돌아오니 주인 얼굴이 조금은 나아져 보인다.

얼마 내면 되지?

여기 계산서 있어.

정확하지?

당근이지.

 

계산서를 펼치고 나름대로 날카롭다고 생각되는 눈초리로 보고 있으니

주인이 와서 설명한다.
먼저 큰소리 친 이유 때문인지 설명하는 주인 말투가 조심스럽다.
설명하는 말중 반밖에 못알아 들었지만 예상했던 금액이라
마치 다 알아들은 표정을 짓고 돈을 내밀었다.
팁을 조금 줄까 하다 그가 내게 해준 서비스가 없다는 기억을 떠올리곤

그냥 참았다.

 


다음에 또 오마.

꼭 와라.

 


미리 정해둔 공식같은 인사를 마치고 호텔을 나서 새로운 호텔로 향한다.
그 호텔은 몇가지 마음에 드는 점이 있다.

조그만 프론트 데스크지만 항상 아오자이(베트남의 전통의상)를 입은

여직원이 있다.

이 대목은 매우 중요하다.
둘러본 다른 호텔들은 이른 시간이라 그랬는지 간밤에 야근한 남자 직원이
근무복이 아니라 잠자기 편한 옷 그대로 입고 방에 대해 설명한다.
여직원이 있는 호텔도 청바지에 티셔츠 입고 있다.
옷이 별거냐고? 그렇게 생각할 일이 아니다.
손님을 맞이하는 곳은 손님에 대한 예의를 갖추어야 하는 법이다.

 

 

며칠 머문 뒤에 알았지만 꼬장꼬장하게 생긴 인상을 가진 주인이

직원들에게 매일 잔소리를 한다.
프론트에 있으며 그런 장면을 보며 별로 좋은 기분이 아니었는데
며칠 지나니 이 호텔 직원이 친절하고 또 구석구석 깔끔한 이유가

그것에 있는 것 같다.
주인이 무심하면 서비스는 엉망이 된다는 간단한 사실을 실천하고 있는 업소다.
그점에 나는 큰 점수를 준다.

 

 

베트남은 아직 공산국가의 관습과 체제가 남아 있는 곳이다.

따라서 서비스의 개념이 매우 부족하다.
이런 현실이라면 남보다 한발 앞선 마인드를 갖추는 것이 사업에 성공하게 되어 있다.
그 호텔은 나름대로 성공할 것이다.
그리고 당분간 서비스 업종에서 서비스 마인드는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넓직하고 편안한 방 침대에 벌렁 눕는다.
짐을 다 풀으니 이제야 내방에 온 것 같다.
이제 또 어디로 나간담?

 

 

 

 

 

 

 

 

 

새로 옮긴 Southern Hotel. 역시 데탐거리에 있으며 호텔 객실료는 25불.

전 호텔에 비하니 깔끔한 실내가 매우 고급스러워 보인다.

 

 

 

 

 

 

 

호텔 맨 윗층에 자리잡은 식당.

호텔에서 제공하는 아침식사를 위해 매일 아침 이곳을 찾는다.

투숙하고 있는 다른 관광객과 나누는 아침인사가 여행의 참맛을 느끼게 한다.

작은 속소에는 이런 인간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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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을 쓰고 나서 몇 번의 방문을 더 경험한 후

나는 더 이상 미니호텔을 찾아다니지 않고 나름대로 연구하고 개척한(?)

베트남의 새 숙소를 찾는다.

이것이 베트남에 가면서 겉으로 드러난 가장 큰 변화다.

하지만 이 미니호텔은 가슴속 어딘가에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아하누가

당시 촬영 카메라는 NIKON Coolpix E-5700과 Minolta Dimage-X이었다.

 

 

 


 

 

베트남은 첫방문이었으니 당연히 호텔 투숙도 처음이었다.

베트남이 가진 매력 중 하나가 저렴한 물가였으니,이를 십분 활용하고 피부로 느끼기 위해서는

허름한 호텔에 투숙하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였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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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이부(26. 영어강사)의 오토바이를 타고 시내를 가로질러

여행자의 거리라고 알려진 데탐 스트리트(De Tham street)에 도착했다.
방콕의 카오산 로드같은 곳이고 우리나라로 말하면 이태원 같은 곳이다.

 

수많은 외국인이 눈에 띈다.
한국에서 예약한 호텔을 찾았다. 응옥당 호텔 (Ngoc Dang Hotel).
말이 호텔이지 이런데까지 호텔이란 이름을 붙이면

다른 호텔들이 얼마나 섭섭해 할까.
그러나 처음 방문하는 곳이니 현지 상황을 조금 더 파악하기로 하고

호텔로 들어섰다.

작은 입구를 들어서면 불법 복제 CD를 만들어 전시해둔 상점같은 곳이

리셉션을 대신하고 있다.
주인을 찾아 이름을 말하니 이메일로 연락을 받았다며 반가워한다.
한층 올라가니 간판 바로 위 103호.

 

이 나라는 층수 개념이 달라

우리가 일층이라 말하는 맨 아래층은 빼고 다음부터 1층이라 한다.
그러니 경우에 따라선 우리식의 3층이 1층이기도 하고

우리식의 2층이 1층이기도 하다.

 

방문을 여니 높은 천정엔 커다란 선풍기가 있다.

에어콘도 있다며 리모콘으로 켜준다.
힐끔 리모콘을 보니 삼성이다.

 

거리를 향한 문을 여니 작은 테라스가 나온다.
이곳에서 가장 유니크한 장소다. 조그만 테이블이 있고 의자가 두개 있는데,
이곳에 있으면 데탐거리가 환히 보인다.
문을 닫고 안으로 들어와도 방음 시설이 좋지 않아

데탐거리의 시끄러운 소리가 빠짐없이 들려온다.
어차피 온자 왔으니 조용한 것보다

조금은 북적거리는 분위기가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니
열악한 방음시설이 오히려 마음에 든다.

 

하루에 15달러. 제일 좋은 방이다. 테라스 값인가 보다.
조금 깍으려 했는데 주인장이 완고하다.
마지막날 조금 늦게 체크아웃 하자니까 그것도 요금을 더 내야 한단다.

요 대목에서 조금 삐졌다.
그런데 이어진 주인장 왈. 두밤만 자고 다음부터는 3층으로 옮겨 달라나?
이유인즉 스웨덴에서 예약하고 오는 손님이 있는데 나이가 70세 노인이라
엘리베이터 없는 이 호텔의 3층은 너무 힘들단다.
자고로 노인을 공경하는 것을 미덕으로 알며 자라온

동방예의지국의 한사람으로서 반대의 의사를 밝히기는 곤란한 상황이다.
그러나 두 밤자고 방을 옮기는 것도 문제가 있다.

잠자리라는 것은 단지 잠만 자는 곳이 아니라

여행에 있어 일종의 베이스 캠프다.
시도 때도 없이 들르고 쉬어야 하므로

매우 안정적이고 편안한 느낌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그러니 가져온 짐을 잘 풀어 여기저기 정리해야 비로소 내집 같은데
두밤자고 이동한다면 그것도 귀찮은 일이지

편안한 곳이라는 인식은 생기지 않는다.
어떻게 한담?

 

 

 

 

 

베트남에서 처음으로 숙박한 옥당호텔(Ngoc Dang Hotel) 입구.

오토바이에 앉아 있는 젊은이들은 호텔 직원들인데

별로 하는 일 없이 손님들에게 인사만 한다.

 

 

 

 

옥당호텔(Ngoc Dang Hotel)의 객실 모습.

그 호텔에서 가장 고급 객실(?)답게 침대도 두개나 있다.

커텐 뒤편으로 테라스로 나가는 문이 있으며 테라스에 나가면 데탐거리가 가깝게 보인다.

 

 

 

 

 

 

 

객실내의 화장실과 테라스.

화장실은 자바라 방식의 가림문이 있고, 허름하지만 뜨거운 물도 나온다.

테라스는 사진 보다 협소하고 조악하지만 나름대로 이국의 정취를 느끼기에 좋은 곳이다.

 

 

 

 

 

작은 테라스에서 바라본 데탐거리의 이른 새벽 풍경.

환경미화원인듯한 사람들이 거리청소를 하고 있다.

더운 나라답게 이른 아침부터 하루 일과가 시작된다.

이 나라는 많은 노동직 근무자들이 여성으로 채워져 있다. 이들도 모두 여자다.

 

 

 

 

*     *     *

 

 

 

다음날 아침.
피곤해서 일찍 잠자리에 든 탓인지,

아니면 낯선 잠자리에 잠을 설친 탓인지 아침 6시에 눈을 떴다.
후이부가 찾아오기로 한 시간은 아침 9시.

그때까지 뭘 한담?

 

바람도 쐴 겸, 동네 순찰도 할겸

호텔을 나서 이곳저곳 돌아다니다 수많은 미니호텔을 찾았다.
노력해서 찾은게 아니라

그냥 길을 걸으면 저절로 눈에 뜨이는게 미니호텔이다.
외관이 그럴듯해 보이는 몇군데에 들어가니 값도 싸고 친절하다.
워낙 짠돌이 유럽 애들을 상대해서 그런지
내가 말도 안했는데 데리고 들어가 가격대별로 방을 구경시켜준다.

적당한 곳 3군데를 리스트에 올렸다가

그래도 인터넷에서 가장 좋은 평을 받는 곳으로 정했다.
인터넷의 여행정보 베트남-호치민의 숙소편을 보면 이런 말이 있다.

 

 

데탐스트리트에서 지낼 분들은 숙소 걱정은 하지 마시라!

 

 

맞는 정보다.

누군가 이 글을 읽고 베트남 여행을 가신다면 꼭 참고해 두시라.

 

15불 짜리 방이 있고 25불짜리 방이 있다는데 과감히 25불짜리로 예약했다.
잠자리를 가리는 걸 보니 나도 나이를 먹었다.

 

하룻밤 지낸 그전 호텔로 돌아와 짐을 정리했다.
잠시 나갔다 올테니 체크아웃을 해달라니 주인의 표정이 어째 밝지 않다.
왜 그러냔다. 몰라서 묻나?
오히려 내가 물었다.

 

 

"너 혹시 엉덩이가 무겁다는 말 아니?"

 

 

모른다는 표정을 짓는다. 그냥 그런게 있다고만 했다.
엉덩이 무거운 손님보고 두밤자고 방을 옮기라는 니네 잘못이다.
똥씹은 표정짓지 말고 장사 잘해라.
무슨 이유인지 몰라도 그때 나는 참 당당했다.

 

 

가끔 나는 외국여행을 하면서 그들이 생각하는 한국인의 인식에 대해 생각을 한다.
과연 어떤게 좋은 인상이고 좋은 인식일까.
몇번 반복의 갈등을 겪으며 내린 결론은 착하다는 인상보다는 무섭다가,
감성적이라기 보다는 냉정하다가 더 좋다는 결론이었다.
그동안 외국인에게 한국인에 대한 인상과 느낌을 전해들을 때 가장 듣기 싫은 말이
사람들이 예의가 없다 라던가 또는 자기밖에 모른다 라는 말이 아니라
사람들이 호락호락하다거나 만만해 보인다는 말이었다.

개인적으로 나는 한국인의 한사람으로서

외국사람들에게 만만하게 보이기는 싫다.
유쾌하게 보이는 것도 좋고 친절하고 다정하게 보이는 것도 좋지만
절대로 만만하게 보여서는 안된다는 생각이다.

짧은 영어지만 분명히 얘기했다.
손님을 받고 그 자리에 또 다른 손님을 받는다는 것.

그건 분명히 잘못된 것이다.
그렇다고 내가 호텔을 옮긴다고 지금 니가 나한테

그렇게 기분 나쁜 인상 지을 이유는 없다.

그리고 바로 체크아웃을 부탁한 게 아니라

가방을 데스크에 맡기고 마침 찾아온 후이부와 함께
늦은 아침식사를 하기 위해 근처 시장으로 출발했다.

 

 

이후 호텔에 돌아오니 주인 얼굴이 조금은 나아져 보인다.

얼마 내면 되지?

여기 계산서 있어.

정확하지?

당근이지.

 

계산서를 펼치고 나름대로 날카롭다고 생각되는 눈초리로 보고 있으니

주인이 와서 설명한다.
먼저 큰소리 친 이유 때문인지 설명하는 주인 말투가 조심스럽다.
설명하는 말중 반밖에 못알아 들었지만 예상했던 금액이라
마치 다 알아들은 표정을 짓고 돈을 내밀었다.
팁을 조금 줄까 하다 그가 내게 해준 서비스가 없다는 기억을 떠올리곤

그냥 참았다.

 


다음에 또 오마.

꼭 와라.

 


미리 정해둔 공식같은 인사를 마치고 호텔을 나서 새로운 호텔로 향한다.
그 호텔은 몇가지 마음에 드는 점이 있다.

조그만 프론트 데스크지만 항상 아오자이(베트남의 전통의상)를 입은

여직원이 있다.

이 대목은 매우 중요하다.
둘러본 다른 호텔들은 이른 시간이라 그랬는지 간밤에 야근한 남자 직원이
근무복이 아니라 잠자기 편한 옷 그대로 입고 방에 대해 설명한다.
여직원이 있는 호텔도 청바지에 티셔츠 입고 있다.
옷이 별거냐고? 그렇게 생각할 일이 아니다.
손님을 맞이하는 곳은 손님에 대한 예의를 갖추어야 하는 법이다.

 

 

며칠 머문 뒤에 알았지만 꼬장꼬장하게 생긴 인상을 가진 주인이

직원들에게 매일 잔소리를 한다.
프론트에 있으며 그런 장면을 보며 별로 좋은 기분이 아니었는데
며칠 지나니 이 호텔 직원이 친절하고 또 구석구석 깔끔한 이유가

그것에 있는 것 같다.
주인이 무심하면 서비스는 엉망이 된다는 간단한 사실을 실천하고 있는 업소다.
그점에 나는 큰 점수를 준다.

 

 

베트남은 아직 공산국가의 관습과 체제가 남아 있는 곳이다.

따라서 서비스의 개념이 매우 부족하다.
이런 현실이라면 남보다 한발 앞선 마인드를 갖추는 것이 사업에 성공하게 되어 있다.
그 호텔은 나름대로 성공할 것이다.
그리고 당분간 서비스 업종에서 서비스 마인드는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넓직하고 편안한 방 침대에 벌렁 눕는다.
짐을 다 풀으니 이제야 내방에 온 것 같다.
이제 또 어디로 나간담?

 

 

 

 

 

 

 

 

 

새로 옮긴 Southern Hotel. 역시 데탐거리에 있으며 호텔 객실료는 25불.

전 호텔에 비하니 깔끔한 실내가 매우 고급스러워 보인다.

 

 

 

 

 

 

 

호텔 맨 윗층에 자리잡은 식당.

호텔에서 제공하는 아침식사를 위해 매일 아침 이곳을 찾는다.

투숙하고 있는 다른 관광객과 나누는 아침인사가 여행의 참맛을 느끼게 한다.

작은 속소에는 이런 인간미가 있다.

 

 

 

  

 

*****************************************************************

 

 

 

이글을 쓰고 나서 몇 번의 방문을 더 경험한 후

나는 더 이상 미니호텔을 찾아다니지 않고 나름대로 연구하고 개척한(?)

베트남의 새 숙소를 찾는다.

이것이 베트남에 가면서 겉으로 드러난 가장 큰 변화다.

하지만 이 미니호텔은 가슴속 어딘가에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아하누가

당시 촬영 카메라는 NIKON Coolpix E-5700과 Minolta Dimage-X이었다.

 

 

 


 

 

베트남은 첫방문이었으니 당연히 호텔 투숙도 처음이었다.

베트남이 가진 매력 중 하나가 저렴한 물가였으니,이를 십분 활용하고 피부로 느끼기 위해서는

허름한 호텔에 투숙하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였다고 생각했다.

-----------------------------------------------------------

 

 

 

후이부(26. 영어강사)의 오토바이를 타고 시내를 가로질러

여행자의 거리라고 알려진 데탐 스트리트(De Tham street)에 도착했다.
방콕의 카오산 로드같은 곳이고 우리나라로 말하면 이태원 같은 곳이다.

 

수많은 외국인이 눈에 띈다.
한국에서 예약한 호텔을 찾았다. 응옥당 호텔 (Ngoc Dang Hotel).
말이 호텔이지 이런데까지 호텔이란 이름을 붙이면

다른 호텔들이 얼마나 섭섭해 할까.
그러나 처음 방문하는 곳이니 현지 상황을 조금 더 파악하기로 하고

호텔로 들어섰다.

작은 입구를 들어서면 불법 복제 CD를 만들어 전시해둔 상점같은 곳이

리셉션을 대신하고 있다.
주인을 찾아 이름을 말하니 이메일로 연락을 받았다며 반가워한다.
한층 올라가니 간판 바로 위 103호.

 

이 나라는 층수 개념이 달라

우리가 일층이라 말하는 맨 아래층은 빼고 다음부터 1층이라 한다.
그러니 경우에 따라선 우리식의 3층이 1층이기도 하고

우리식의 2층이 1층이기도 하다.

 

방문을 여니 높은 천정엔 커다란 선풍기가 있다.

에어콘도 있다며 리모콘으로 켜준다.
힐끔 리모콘을 보니 삼성이다.

 

거리를 향한 문을 여니 작은 테라스가 나온다.
이곳에서 가장 유니크한 장소다. 조그만 테이블이 있고 의자가 두개 있는데,
이곳에 있으면 데탐거리가 환히 보인다.
문을 닫고 안으로 들어와도 방음 시설이 좋지 않아

데탐거리의 시끄러운 소리가 빠짐없이 들려온다.
어차피 온자 왔으니 조용한 것보다

조금은 북적거리는 분위기가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니
열악한 방음시설이 오히려 마음에 든다.

 

하루에 15달러. 제일 좋은 방이다. 테라스 값인가 보다.
조금 깍으려 했는데 주인장이 완고하다.
마지막날 조금 늦게 체크아웃 하자니까 그것도 요금을 더 내야 한단다.

요 대목에서 조금 삐졌다.
그런데 이어진 주인장 왈. 두밤만 자고 다음부터는 3층으로 옮겨 달라나?
이유인즉 스웨덴에서 예약하고 오는 손님이 있는데 나이가 70세 노인이라
엘리베이터 없는 이 호텔의 3층은 너무 힘들단다.
자고로 노인을 공경하는 것을 미덕으로 알며 자라온

동방예의지국의 한사람으로서 반대의 의사를 밝히기는 곤란한 상황이다.
그러나 두 밤자고 방을 옮기는 것도 문제가 있다.

잠자리라는 것은 단지 잠만 자는 곳이 아니라

여행에 있어 일종의 베이스 캠프다.
시도 때도 없이 들르고 쉬어야 하므로

매우 안정적이고 편안한 느낌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그러니 가져온 짐을 잘 풀어 여기저기 정리해야 비로소 내집 같은데
두밤자고 이동한다면 그것도 귀찮은 일이지

편안한 곳이라는 인식은 생기지 않는다.
어떻게 한담?

 

 

 

 

 

베트남에서 처음으로 숙박한 옥당호텔(Ngoc Dang Hotel) 입구.

오토바이에 앉아 있는 젊은이들은 호텔 직원들인데

별로 하는 일 없이 손님들에게 인사만 한다.

 

 

 

 

옥당호텔(Ngoc Dang Hotel)의 객실 모습.

그 호텔에서 가장 고급 객실(?)답게 침대도 두개나 있다.

커텐 뒤편으로 테라스로 나가는 문이 있으며 테라스에 나가면 데탐거리가 가깝게 보인다.

 

 

 

 

 

 

 

객실내의 화장실과 테라스.

화장실은 자바라 방식의 가림문이 있고, 허름하지만 뜨거운 물도 나온다.

테라스는 사진 보다 협소하고 조악하지만 나름대로 이국의 정취를 느끼기에 좋은 곳이다.

 

 

 

 

 

작은 테라스에서 바라본 데탐거리의 이른 새벽 풍경.

환경미화원인듯한 사람들이 거리청소를 하고 있다.

더운 나라답게 이른 아침부터 하루 일과가 시작된다.

이 나라는 많은 노동직 근무자들이 여성으로 채워져 있다. 이들도 모두 여자다.

 

 

 

 

*     *     *

 

 

 

다음날 아침.
피곤해서 일찍 잠자리에 든 탓인지,

아니면 낯선 잠자리에 잠을 설친 탓인지 아침 6시에 눈을 떴다.
후이부가 찾아오기로 한 시간은 아침 9시.

그때까지 뭘 한담?

 

바람도 쐴 겸, 동네 순찰도 할겸

호텔을 나서 이곳저곳 돌아다니다 수많은 미니호텔을 찾았다.
노력해서 찾은게 아니라

그냥 길을 걸으면 저절로 눈에 뜨이는게 미니호텔이다.
외관이 그럴듯해 보이는 몇군데에 들어가니 값도 싸고 친절하다.
워낙 짠돌이 유럽 애들을 상대해서 그런지
내가 말도 안했는데 데리고 들어가 가격대별로 방을 구경시켜준다.

적당한 곳 3군데를 리스트에 올렸다가

그래도 인터넷에서 가장 좋은 평을 받는 곳으로 정했다.
인터넷의 여행정보 베트남-호치민의 숙소편을 보면 이런 말이 있다.

 

 

데탐스트리트에서 지낼 분들은 숙소 걱정은 하지 마시라!

 

 

맞는 정보다.

누군가 이 글을 읽고 베트남 여행을 가신다면 꼭 참고해 두시라.

 

15불 짜리 방이 있고 25불짜리 방이 있다는데 과감히 25불짜리로 예약했다.
잠자리를 가리는 걸 보니 나도 나이를 먹었다.

 

하룻밤 지낸 그전 호텔로 돌아와 짐을 정리했다.
잠시 나갔다 올테니 체크아웃을 해달라니 주인의 표정이 어째 밝지 않다.
왜 그러냔다. 몰라서 묻나?
오히려 내가 물었다.

 

 

"너 혹시 엉덩이가 무겁다는 말 아니?"

 

 

모른다는 표정을 짓는다. 그냥 그런게 있다고만 했다.
엉덩이 무거운 손님보고 두밤자고 방을 옮기라는 니네 잘못이다.
똥씹은 표정짓지 말고 장사 잘해라.
무슨 이유인지 몰라도 그때 나는 참 당당했다.

 

 

가끔 나는 외국여행을 하면서 그들이 생각하는 한국인의 인식에 대해 생각을 한다.
과연 어떤게 좋은 인상이고 좋은 인식일까.
몇번 반복의 갈등을 겪으며 내린 결론은 착하다는 인상보다는 무섭다가,
감성적이라기 보다는 냉정하다가 더 좋다는 결론이었다.
그동안 외국인에게 한국인에 대한 인상과 느낌을 전해들을 때 가장 듣기 싫은 말이
사람들이 예의가 없다 라던가 또는 자기밖에 모른다 라는 말이 아니라
사람들이 호락호락하다거나 만만해 보인다는 말이었다.

개인적으로 나는 한국인의 한사람으로서

외국사람들에게 만만하게 보이기는 싫다.
유쾌하게 보이는 것도 좋고 친절하고 다정하게 보이는 것도 좋지만
절대로 만만하게 보여서는 안된다는 생각이다.

짧은 영어지만 분명히 얘기했다.
손님을 받고 그 자리에 또 다른 손님을 받는다는 것.

그건 분명히 잘못된 것이다.
그렇다고 내가 호텔을 옮긴다고 지금 니가 나한테

그렇게 기분 나쁜 인상 지을 이유는 없다.

그리고 바로 체크아웃을 부탁한 게 아니라

가방을 데스크에 맡기고 마침 찾아온 후이부와 함께
늦은 아침식사를 하기 위해 근처 시장으로 출발했다.

 

 

이후 호텔에 돌아오니 주인 얼굴이 조금은 나아져 보인다.

얼마 내면 되지?

여기 계산서 있어.

정확하지?

당근이지.

 

계산서를 펼치고 나름대로 날카롭다고 생각되는 눈초리로 보고 있으니

주인이 와서 설명한다.
먼저 큰소리 친 이유 때문인지 설명하는 주인 말투가 조심스럽다.
설명하는 말중 반밖에 못알아 들었지만 예상했던 금액이라
마치 다 알아들은 표정을 짓고 돈을 내밀었다.
팁을 조금 줄까 하다 그가 내게 해준 서비스가 없다는 기억을 떠올리곤

그냥 참았다.

 


다음에 또 오마.

꼭 와라.

 


미리 정해둔 공식같은 인사를 마치고 호텔을 나서 새로운 호텔로 향한다.
그 호텔은 몇가지 마음에 드는 점이 있다.

조그만 프론트 데스크지만 항상 아오자이(베트남의 전통의상)를 입은

여직원이 있다.

이 대목은 매우 중요하다.
둘러본 다른 호텔들은 이른 시간이라 그랬는지 간밤에 야근한 남자 직원이
근무복이 아니라 잠자기 편한 옷 그대로 입고 방에 대해 설명한다.
여직원이 있는 호텔도 청바지에 티셔츠 입고 있다.
옷이 별거냐고? 그렇게 생각할 일이 아니다.
손님을 맞이하는 곳은 손님에 대한 예의를 갖추어야 하는 법이다.

 

 

며칠 머문 뒤에 알았지만 꼬장꼬장하게 생긴 인상을 가진 주인이

직원들에게 매일 잔소리를 한다.
프론트에 있으며 그런 장면을 보며 별로 좋은 기분이 아니었는데
며칠 지나니 이 호텔 직원이 친절하고 또 구석구석 깔끔한 이유가

그것에 있는 것 같다.
주인이 무심하면 서비스는 엉망이 된다는 간단한 사실을 실천하고 있는 업소다.
그점에 나는 큰 점수를 준다.

 

 

베트남은 아직 공산국가의 관습과 체제가 남아 있는 곳이다.

따라서 서비스의 개념이 매우 부족하다.
이런 현실이라면 남보다 한발 앞선 마인드를 갖추는 것이 사업에 성공하게 되어 있다.
그 호텔은 나름대로 성공할 것이다.
그리고 당분간 서비스 업종에서 서비스 마인드는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넓직하고 편안한 방 침대에 벌렁 눕는다.
짐을 다 풀으니 이제야 내방에 온 것 같다.
이제 또 어디로 나간담?

 

 

 

 

 

 

 

 

 

새로 옮긴 Southern Hotel. 역시 데탐거리에 있으며 호텔 객실료는 25불.

전 호텔에 비하니 깔끔한 실내가 매우 고급스러워 보인다.

 

 

 

 

 

 

 

호텔 맨 윗층에 자리잡은 식당.

호텔에서 제공하는 아침식사를 위해 매일 아침 이곳을 찾는다.

투숙하고 있는 다른 관광객과 나누는 아침인사가 여행의 참맛을 느끼게 한다.

작은 속소에는 이런 인간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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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을 쓰고 나서 몇 번의 방문을 더 경험한 후

나는 더 이상 미니호텔을 찾아다니지 않고 나름대로 연구하고 개척한(?)

베트남의 새 숙소를 찾는다.

이것이 베트남에 가면서 겉으로 드러난 가장 큰 변화다.

하지만 이 미니호텔은 가슴속 어딘가에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아하누가

당시 촬영 카메라는 NIKON Coolpix E-5700과 Minolta Dimage-X이었다.

 

 

 


 

 

베트남은 첫방문이었으니 당연히 호텔 투숙도 처음이었다.

베트남이 가진 매력 중 하나가 저렴한 물가였으니,이를 십분 활용하고 피부로 느끼기 위해서는

허름한 호텔에 투숙하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였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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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이부(26. 영어강사)의 오토바이를 타고 시내를 가로질러

여행자의 거리라고 알려진 데탐 스트리트(De Tham street)에 도착했다.
방콕의 카오산 로드같은 곳이고 우리나라로 말하면 이태원 같은 곳이다.

 

수많은 외국인이 눈에 띈다.
한국에서 예약한 호텔을 찾았다. 응옥당 호텔 (Ngoc Dang Hotel).
말이 호텔이지 이런데까지 호텔이란 이름을 붙이면

다른 호텔들이 얼마나 섭섭해 할까.
그러나 처음 방문하는 곳이니 현지 상황을 조금 더 파악하기로 하고

호텔로 들어섰다.

작은 입구를 들어서면 불법 복제 CD를 만들어 전시해둔 상점같은 곳이

리셉션을 대신하고 있다.
주인을 찾아 이름을 말하니 이메일로 연락을 받았다며 반가워한다.
한층 올라가니 간판 바로 위 103호.

 

이 나라는 층수 개념이 달라

우리가 일층이라 말하는 맨 아래층은 빼고 다음부터 1층이라 한다.
그러니 경우에 따라선 우리식의 3층이 1층이기도 하고

우리식의 2층이 1층이기도 하다.

 

방문을 여니 높은 천정엔 커다란 선풍기가 있다.

에어콘도 있다며 리모콘으로 켜준다.
힐끔 리모콘을 보니 삼성이다.

 

거리를 향한 문을 여니 작은 테라스가 나온다.
이곳에서 가장 유니크한 장소다. 조그만 테이블이 있고 의자가 두개 있는데,
이곳에 있으면 데탐거리가 환히 보인다.
문을 닫고 안으로 들어와도 방음 시설이 좋지 않아

데탐거리의 시끄러운 소리가 빠짐없이 들려온다.
어차피 온자 왔으니 조용한 것보다

조금은 북적거리는 분위기가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니
열악한 방음시설이 오히려 마음에 든다.

 

하루에 15달러. 제일 좋은 방이다. 테라스 값인가 보다.
조금 깍으려 했는데 주인장이 완고하다.
마지막날 조금 늦게 체크아웃 하자니까 그것도 요금을 더 내야 한단다.

요 대목에서 조금 삐졌다.
그런데 이어진 주인장 왈. 두밤만 자고 다음부터는 3층으로 옮겨 달라나?
이유인즉 스웨덴에서 예약하고 오는 손님이 있는데 나이가 70세 노인이라
엘리베이터 없는 이 호텔의 3층은 너무 힘들단다.
자고로 노인을 공경하는 것을 미덕으로 알며 자라온

동방예의지국의 한사람으로서 반대의 의사를 밝히기는 곤란한 상황이다.
그러나 두 밤자고 방을 옮기는 것도 문제가 있다.

잠자리라는 것은 단지 잠만 자는 곳이 아니라

여행에 있어 일종의 베이스 캠프다.
시도 때도 없이 들르고 쉬어야 하므로

매우 안정적이고 편안한 느낌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그러니 가져온 짐을 잘 풀어 여기저기 정리해야 비로소 내집 같은데
두밤자고 이동한다면 그것도 귀찮은 일이지

편안한 곳이라는 인식은 생기지 않는다.
어떻게 한담?

 

 

 

 

 

베트남에서 처음으로 숙박한 옥당호텔(Ngoc Dang Hotel) 입구.

오토바이에 앉아 있는 젊은이들은 호텔 직원들인데

별로 하는 일 없이 손님들에게 인사만 한다.

 

 

 

 

옥당호텔(Ngoc Dang Hotel)의 객실 모습.

그 호텔에서 가장 고급 객실(?)답게 침대도 두개나 있다.

커텐 뒤편으로 테라스로 나가는 문이 있으며 테라스에 나가면 데탐거리가 가깝게 보인다.

 

 

 

 

 

 

 

객실내의 화장실과 테라스.

화장실은 자바라 방식의 가림문이 있고, 허름하지만 뜨거운 물도 나온다.

테라스는 사진 보다 협소하고 조악하지만 나름대로 이국의 정취를 느끼기에 좋은 곳이다.

 

 

 

 

 

작은 테라스에서 바라본 데탐거리의 이른 새벽 풍경.

환경미화원인듯한 사람들이 거리청소를 하고 있다.

더운 나라답게 이른 아침부터 하루 일과가 시작된다.

이 나라는 많은 노동직 근무자들이 여성으로 채워져 있다. 이들도 모두 여자다.

 

 

 

 

*     *     *

 

 

 

다음날 아침.
피곤해서 일찍 잠자리에 든 탓인지,

아니면 낯선 잠자리에 잠을 설친 탓인지 아침 6시에 눈을 떴다.
후이부가 찾아오기로 한 시간은 아침 9시.

그때까지 뭘 한담?

 

바람도 쐴 겸, 동네 순찰도 할겸

호텔을 나서 이곳저곳 돌아다니다 수많은 미니호텔을 찾았다.
노력해서 찾은게 아니라

그냥 길을 걸으면 저절로 눈에 뜨이는게 미니호텔이다.
외관이 그럴듯해 보이는 몇군데에 들어가니 값도 싸고 친절하다.
워낙 짠돌이 유럽 애들을 상대해서 그런지
내가 말도 안했는데 데리고 들어가 가격대별로 방을 구경시켜준다.

적당한 곳 3군데를 리스트에 올렸다가

그래도 인터넷에서 가장 좋은 평을 받는 곳으로 정했다.
인터넷의 여행정보 베트남-호치민의 숙소편을 보면 이런 말이 있다.

 

 

데탐스트리트에서 지낼 분들은 숙소 걱정은 하지 마시라!

 

 

맞는 정보다.

누군가 이 글을 읽고 베트남 여행을 가신다면 꼭 참고해 두시라.

 

15불 짜리 방이 있고 25불짜리 방이 있다는데 과감히 25불짜리로 예약했다.
잠자리를 가리는 걸 보니 나도 나이를 먹었다.

 

하룻밤 지낸 그전 호텔로 돌아와 짐을 정리했다.
잠시 나갔다 올테니 체크아웃을 해달라니 주인의 표정이 어째 밝지 않다.
왜 그러냔다. 몰라서 묻나?
오히려 내가 물었다.

 

 

"너 혹시 엉덩이가 무겁다는 말 아니?"

 

 

모른다는 표정을 짓는다. 그냥 그런게 있다고만 했다.
엉덩이 무거운 손님보고 두밤자고 방을 옮기라는 니네 잘못이다.
똥씹은 표정짓지 말고 장사 잘해라.
무슨 이유인지 몰라도 그때 나는 참 당당했다.

 

 

가끔 나는 외국여행을 하면서 그들이 생각하는 한국인의 인식에 대해 생각을 한다.
과연 어떤게 좋은 인상이고 좋은 인식일까.
몇번 반복의 갈등을 겪으며 내린 결론은 착하다는 인상보다는 무섭다가,
감성적이라기 보다는 냉정하다가 더 좋다는 결론이었다.
그동안 외국인에게 한국인에 대한 인상과 느낌을 전해들을 때 가장 듣기 싫은 말이
사람들이 예의가 없다 라던가 또는 자기밖에 모른다 라는 말이 아니라
사람들이 호락호락하다거나 만만해 보인다는 말이었다.

개인적으로 나는 한국인의 한사람으로서

외국사람들에게 만만하게 보이기는 싫다.
유쾌하게 보이는 것도 좋고 친절하고 다정하게 보이는 것도 좋지만
절대로 만만하게 보여서는 안된다는 생각이다.

짧은 영어지만 분명히 얘기했다.
손님을 받고 그 자리에 또 다른 손님을 받는다는 것.

그건 분명히 잘못된 것이다.
그렇다고 내가 호텔을 옮긴다고 지금 니가 나한테

그렇게 기분 나쁜 인상 지을 이유는 없다.

그리고 바로 체크아웃을 부탁한 게 아니라

가방을 데스크에 맡기고 마침 찾아온 후이부와 함께
늦은 아침식사를 하기 위해 근처 시장으로 출발했다.

 

 

이후 호텔에 돌아오니 주인 얼굴이 조금은 나아져 보인다.

얼마 내면 되지?

여기 계산서 있어.

정확하지?

당근이지.

 

계산서를 펼치고 나름대로 날카롭다고 생각되는 눈초리로 보고 있으니

주인이 와서 설명한다.
먼저 큰소리 친 이유 때문인지 설명하는 주인 말투가 조심스럽다.
설명하는 말중 반밖에 못알아 들었지만 예상했던 금액이라
마치 다 알아들은 표정을 짓고 돈을 내밀었다.
팁을 조금 줄까 하다 그가 내게 해준 서비스가 없다는 기억을 떠올리곤

그냥 참았다.

 


다음에 또 오마.

꼭 와라.

 


미리 정해둔 공식같은 인사를 마치고 호텔을 나서 새로운 호텔로 향한다.
그 호텔은 몇가지 마음에 드는 점이 있다.

조그만 프론트 데스크지만 항상 아오자이(베트남의 전통의상)를 입은

여직원이 있다.

이 대목은 매우 중요하다.
둘러본 다른 호텔들은 이른 시간이라 그랬는지 간밤에 야근한 남자 직원이
근무복이 아니라 잠자기 편한 옷 그대로 입고 방에 대해 설명한다.
여직원이 있는 호텔도 청바지에 티셔츠 입고 있다.
옷이 별거냐고? 그렇게 생각할 일이 아니다.
손님을 맞이하는 곳은 손님에 대한 예의를 갖추어야 하는 법이다.

 

 

며칠 머문 뒤에 알았지만 꼬장꼬장하게 생긴 인상을 가진 주인이

직원들에게 매일 잔소리를 한다.
프론트에 있으며 그런 장면을 보며 별로 좋은 기분이 아니었는데
며칠 지나니 이 호텔 직원이 친절하고 또 구석구석 깔끔한 이유가

그것에 있는 것 같다.
주인이 무심하면 서비스는 엉망이 된다는 간단한 사실을 실천하고 있는 업소다.
그점에 나는 큰 점수를 준다.

 

 

베트남은 아직 공산국가의 관습과 체제가 남아 있는 곳이다.

따라서 서비스의 개념이 매우 부족하다.
이런 현실이라면 남보다 한발 앞선 마인드를 갖추는 것이 사업에 성공하게 되어 있다.
그 호텔은 나름대로 성공할 것이다.
그리고 당분간 서비스 업종에서 서비스 마인드는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넓직하고 편안한 방 침대에 벌렁 눕는다.
짐을 다 풀으니 이제야 내방에 온 것 같다.
이제 또 어디로 나간담?

 

 

 

 

 

 

 

 

 

새로 옮긴 Southern Hotel. 역시 데탐거리에 있으며 호텔 객실료는 25불.

전 호텔에 비하니 깔끔한 실내가 매우 고급스러워 보인다.

 

 

 

 

 

 

 

호텔 맨 윗층에 자리잡은 식당.

호텔에서 제공하는 아침식사를 위해 매일 아침 이곳을 찾는다.

투숙하고 있는 다른 관광객과 나누는 아침인사가 여행의 참맛을 느끼게 한다.

작은 속소에는 이런 인간미가 있다.

 

 

 

  

 

*****************************************************************

 

 

 

이글을 쓰고 나서 몇 번의 방문을 더 경험한 후

나는 더 이상 미니호텔을 찾아다니지 않고 나름대로 연구하고 개척한(?)

베트남의 새 숙소를 찾는다.

이것이 베트남에 가면서 겉으로 드러난 가장 큰 변화다.

하지만 이 미니호텔은 가슴속 어딘가에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아하누가

당시 촬영 카메라는 NIKON Coolpix E-5700과 Minolta Dimage-X이었다.

 

 

 


 

 

베트남은 첫방문이었으니 당연히 호텔 투숙도 처음이었다.

베트남이 가진 매력 중 하나가 저렴한 물가였으니,이를 십분 활용하고 피부로 느끼기 위해서는

허름한 호텔에 투숙하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였다고 생각했다.

-----------------------------------------------------------

 

 

 

후이부(26. 영어강사)의 오토바이를 타고 시내를 가로질러

여행자의 거리라고 알려진 데탐 스트리트(De Tham street)에 도착했다.
방콕의 카오산 로드같은 곳이고 우리나라로 말하면 이태원 같은 곳이다.

 

수많은 외국인이 눈에 띈다.
한국에서 예약한 호텔을 찾았다. 응옥당 호텔 (Ngoc Dang Hotel).
말이 호텔이지 이런데까지 호텔이란 이름을 붙이면

다른 호텔들이 얼마나 섭섭해 할까.
그러나 처음 방문하는 곳이니 현지 상황을 조금 더 파악하기로 하고

호텔로 들어섰다.

작은 입구를 들어서면 불법 복제 CD를 만들어 전시해둔 상점같은 곳이

리셉션을 대신하고 있다.
주인을 찾아 이름을 말하니 이메일로 연락을 받았다며 반가워한다.
한층 올라가니 간판 바로 위 103호.

 

이 나라는 층수 개념이 달라

우리가 일층이라 말하는 맨 아래층은 빼고 다음부터 1층이라 한다.
그러니 경우에 따라선 우리식의 3층이 1층이기도 하고

우리식의 2층이 1층이기도 하다.

 

방문을 여니 높은 천정엔 커다란 선풍기가 있다.

에어콘도 있다며 리모콘으로 켜준다.
힐끔 리모콘을 보니 삼성이다.

 

거리를 향한 문을 여니 작은 테라스가 나온다.
이곳에서 가장 유니크한 장소다. 조그만 테이블이 있고 의자가 두개 있는데,
이곳에 있으면 데탐거리가 환히 보인다.
문을 닫고 안으로 들어와도 방음 시설이 좋지 않아

데탐거리의 시끄러운 소리가 빠짐없이 들려온다.
어차피 온자 왔으니 조용한 것보다

조금은 북적거리는 분위기가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니
열악한 방음시설이 오히려 마음에 든다.

 

하루에 15달러. 제일 좋은 방이다. 테라스 값인가 보다.
조금 깍으려 했는데 주인장이 완고하다.
마지막날 조금 늦게 체크아웃 하자니까 그것도 요금을 더 내야 한단다.

요 대목에서 조금 삐졌다.
그런데 이어진 주인장 왈. 두밤만 자고 다음부터는 3층으로 옮겨 달라나?
이유인즉 스웨덴에서 예약하고 오는 손님이 있는데 나이가 70세 노인이라
엘리베이터 없는 이 호텔의 3층은 너무 힘들단다.
자고로 노인을 공경하는 것을 미덕으로 알며 자라온

동방예의지국의 한사람으로서 반대의 의사를 밝히기는 곤란한 상황이다.
그러나 두 밤자고 방을 옮기는 것도 문제가 있다.

잠자리라는 것은 단지 잠만 자는 곳이 아니라

여행에 있어 일종의 베이스 캠프다.
시도 때도 없이 들르고 쉬어야 하므로

매우 안정적이고 편안한 느낌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그러니 가져온 짐을 잘 풀어 여기저기 정리해야 비로소 내집 같은데
두밤자고 이동한다면 그것도 귀찮은 일이지

편안한 곳이라는 인식은 생기지 않는다.
어떻게 한담?

 

 

 

 

 

베트남에서 처음으로 숙박한 옥당호텔(Ngoc Dang Hotel) 입구.

오토바이에 앉아 있는 젊은이들은 호텔 직원들인데

별로 하는 일 없이 손님들에게 인사만 한다.

 

 

 

 

옥당호텔(Ngoc Dang Hotel)의 객실 모습.

그 호텔에서 가장 고급 객실(?)답게 침대도 두개나 있다.

커텐 뒤편으로 테라스로 나가는 문이 있으며 테라스에 나가면 데탐거리가 가깝게 보인다.

 

 

 

 

 

 

 

객실내의 화장실과 테라스.

화장실은 자바라 방식의 가림문이 있고, 허름하지만 뜨거운 물도 나온다.

테라스는 사진 보다 협소하고 조악하지만 나름대로 이국의 정취를 느끼기에 좋은 곳이다.

 

 

 

 

 

작은 테라스에서 바라본 데탐거리의 이른 새벽 풍경.

환경미화원인듯한 사람들이 거리청소를 하고 있다.

더운 나라답게 이른 아침부터 하루 일과가 시작된다.

이 나라는 많은 노동직 근무자들이 여성으로 채워져 있다. 이들도 모두 여자다.

 

 

 

 

*     *     *

 

 

 

다음날 아침.
피곤해서 일찍 잠자리에 든 탓인지,

아니면 낯선 잠자리에 잠을 설친 탓인지 아침 6시에 눈을 떴다.
후이부가 찾아오기로 한 시간은 아침 9시.

그때까지 뭘 한담?

 

바람도 쐴 겸, 동네 순찰도 할겸

호텔을 나서 이곳저곳 돌아다니다 수많은 미니호텔을 찾았다.
노력해서 찾은게 아니라

그냥 길을 걸으면 저절로 눈에 뜨이는게 미니호텔이다.
외관이 그럴듯해 보이는 몇군데에 들어가니 값도 싸고 친절하다.
워낙 짠돌이 유럽 애들을 상대해서 그런지
내가 말도 안했는데 데리고 들어가 가격대별로 방을 구경시켜준다.

적당한 곳 3군데를 리스트에 올렸다가

그래도 인터넷에서 가장 좋은 평을 받는 곳으로 정했다.
인터넷의 여행정보 베트남-호치민의 숙소편을 보면 이런 말이 있다.

 

 

데탐스트리트에서 지낼 분들은 숙소 걱정은 하지 마시라!

 

 

맞는 정보다.

누군가 이 글을 읽고 베트남 여행을 가신다면 꼭 참고해 두시라.

 

15불 짜리 방이 있고 25불짜리 방이 있다는데 과감히 25불짜리로 예약했다.
잠자리를 가리는 걸 보니 나도 나이를 먹었다.

 

하룻밤 지낸 그전 호텔로 돌아와 짐을 정리했다.
잠시 나갔다 올테니 체크아웃을 해달라니 주인의 표정이 어째 밝지 않다.
왜 그러냔다. 몰라서 묻나?
오히려 내가 물었다.

 

 

"너 혹시 엉덩이가 무겁다는 말 아니?"

 

 

모른다는 표정을 짓는다. 그냥 그런게 있다고만 했다.
엉덩이 무거운 손님보고 두밤자고 방을 옮기라는 니네 잘못이다.
똥씹은 표정짓지 말고 장사 잘해라.
무슨 이유인지 몰라도 그때 나는 참 당당했다.

 

 

가끔 나는 외국여행을 하면서 그들이 생각하는 한국인의 인식에 대해 생각을 한다.
과연 어떤게 좋은 인상이고 좋은 인식일까.
몇번 반복의 갈등을 겪으며 내린 결론은 착하다는 인상보다는 무섭다가,
감성적이라기 보다는 냉정하다가 더 좋다는 결론이었다.
그동안 외국인에게 한국인에 대한 인상과 느낌을 전해들을 때 가장 듣기 싫은 말이
사람들이 예의가 없다 라던가 또는 자기밖에 모른다 라는 말이 아니라
사람들이 호락호락하다거나 만만해 보인다는 말이었다.

개인적으로 나는 한국인의 한사람으로서

외국사람들에게 만만하게 보이기는 싫다.
유쾌하게 보이는 것도 좋고 친절하고 다정하게 보이는 것도 좋지만
절대로 만만하게 보여서는 안된다는 생각이다.

짧은 영어지만 분명히 얘기했다.
손님을 받고 그 자리에 또 다른 손님을 받는다는 것.

그건 분명히 잘못된 것이다.
그렇다고 내가 호텔을 옮긴다고 지금 니가 나한테

그렇게 기분 나쁜 인상 지을 이유는 없다.

그리고 바로 체크아웃을 부탁한 게 아니라

가방을 데스크에 맡기고 마침 찾아온 후이부와 함께
늦은 아침식사를 하기 위해 근처 시장으로 출발했다.

 

 

이후 호텔에 돌아오니 주인 얼굴이 조금은 나아져 보인다.

얼마 내면 되지?

여기 계산서 있어.

정확하지?

당근이지.

 

계산서를 펼치고 나름대로 날카롭다고 생각되는 눈초리로 보고 있으니

주인이 와서 설명한다.
먼저 큰소리 친 이유 때문인지 설명하는 주인 말투가 조심스럽다.
설명하는 말중 반밖에 못알아 들었지만 예상했던 금액이라
마치 다 알아들은 표정을 짓고 돈을 내밀었다.
팁을 조금 줄까 하다 그가 내게 해준 서비스가 없다는 기억을 떠올리곤

그냥 참았다.

 


다음에 또 오마.

꼭 와라.

 


미리 정해둔 공식같은 인사를 마치고 호텔을 나서 새로운 호텔로 향한다.
그 호텔은 몇가지 마음에 드는 점이 있다.

조그만 프론트 데스크지만 항상 아오자이(베트남의 전통의상)를 입은

여직원이 있다.

이 대목은 매우 중요하다.
둘러본 다른 호텔들은 이른 시간이라 그랬는지 간밤에 야근한 남자 직원이
근무복이 아니라 잠자기 편한 옷 그대로 입고 방에 대해 설명한다.
여직원이 있는 호텔도 청바지에 티셔츠 입고 있다.
옷이 별거냐고? 그렇게 생각할 일이 아니다.
손님을 맞이하는 곳은 손님에 대한 예의를 갖추어야 하는 법이다.

 

 

며칠 머문 뒤에 알았지만 꼬장꼬장하게 생긴 인상을 가진 주인이

직원들에게 매일 잔소리를 한다.
프론트에 있으며 그런 장면을 보며 별로 좋은 기분이 아니었는데
며칠 지나니 이 호텔 직원이 친절하고 또 구석구석 깔끔한 이유가

그것에 있는 것 같다.
주인이 무심하면 서비스는 엉망이 된다는 간단한 사실을 실천하고 있는 업소다.
그점에 나는 큰 점수를 준다.

 

 

베트남은 아직 공산국가의 관습과 체제가 남아 있는 곳이다.

따라서 서비스의 개념이 매우 부족하다.
이런 현실이라면 남보다 한발 앞선 마인드를 갖추는 것이 사업에 성공하게 되어 있다.
그 호텔은 나름대로 성공할 것이다.
그리고 당분간 서비스 업종에서 서비스 마인드는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넓직하고 편안한 방 침대에 벌렁 눕는다.
짐을 다 풀으니 이제야 내방에 온 것 같다.
이제 또 어디로 나간담?

 

 

 

 

 

 

 

 

 

새로 옮긴 Southern Hotel. 역시 데탐거리에 있으며 호텔 객실료는 25불.

전 호텔에 비하니 깔끔한 실내가 매우 고급스러워 보인다.

 

 

 

 

 

 

 

호텔 맨 윗층에 자리잡은 식당.

호텔에서 제공하는 아침식사를 위해 매일 아침 이곳을 찾는다.

투숙하고 있는 다른 관광객과 나누는 아침인사가 여행의 참맛을 느끼게 한다.

작은 속소에는 이런 인간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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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을 쓰고 나서 몇 번의 방문을 더 경험한 후

나는 더 이상 미니호텔을 찾아다니지 않고 나름대로 연구하고 개척한(?)

베트남의 새 숙소를 찾는다.

이것이 베트남에 가면서 겉으로 드러난 가장 큰 변화다.

하지만 이 미니호텔은 가슴속 어딘가에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아하누가

당시 촬영 카메라는 NIKON Coolpix E-5700과 Minolta Dimage-X이었다.

 

 

 


 

 

베트남은 첫방문이었으니 당연히 호텔 투숙도 처음이었다.

베트남이 가진 매력 중 하나가 저렴한 물가였으니,이를 십분 활용하고 피부로 느끼기 위해서는

허름한 호텔에 투숙하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였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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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이부(26. 영어강사)의 오토바이를 타고 시내를 가로질러

여행자의 거리라고 알려진 데탐 스트리트(De Tham street)에 도착했다.
방콕의 카오산 로드같은 곳이고 우리나라로 말하면 이태원 같은 곳이다.

 

수많은 외국인이 눈에 띈다.
한국에서 예약한 호텔을 찾았다. 응옥당 호텔 (Ngoc Dang Hotel).
말이 호텔이지 이런데까지 호텔이란 이름을 붙이면

다른 호텔들이 얼마나 섭섭해 할까.
그러나 처음 방문하는 곳이니 현지 상황을 조금 더 파악하기로 하고

호텔로 들어섰다.

작은 입구를 들어서면 불법 복제 CD를 만들어 전시해둔 상점같은 곳이

리셉션을 대신하고 있다.
주인을 찾아 이름을 말하니 이메일로 연락을 받았다며 반가워한다.
한층 올라가니 간판 바로 위 103호.

 

이 나라는 층수 개념이 달라

우리가 일층이라 말하는 맨 아래층은 빼고 다음부터 1층이라 한다.
그러니 경우에 따라선 우리식의 3층이 1층이기도 하고

우리식의 2층이 1층이기도 하다.

 

방문을 여니 높은 천정엔 커다란 선풍기가 있다.

에어콘도 있다며 리모콘으로 켜준다.
힐끔 리모콘을 보니 삼성이다.

 

거리를 향한 문을 여니 작은 테라스가 나온다.
이곳에서 가장 유니크한 장소다. 조그만 테이블이 있고 의자가 두개 있는데,
이곳에 있으면 데탐거리가 환히 보인다.
문을 닫고 안으로 들어와도 방음 시설이 좋지 않아

데탐거리의 시끄러운 소리가 빠짐없이 들려온다.
어차피 온자 왔으니 조용한 것보다

조금은 북적거리는 분위기가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니
열악한 방음시설이 오히려 마음에 든다.

 

하루에 15달러. 제일 좋은 방이다. 테라스 값인가 보다.
조금 깍으려 했는데 주인장이 완고하다.
마지막날 조금 늦게 체크아웃 하자니까 그것도 요금을 더 내야 한단다.

요 대목에서 조금 삐졌다.
그런데 이어진 주인장 왈. 두밤만 자고 다음부터는 3층으로 옮겨 달라나?
이유인즉 스웨덴에서 예약하고 오는 손님이 있는데 나이가 70세 노인이라
엘리베이터 없는 이 호텔의 3층은 너무 힘들단다.
자고로 노인을 공경하는 것을 미덕으로 알며 자라온

동방예의지국의 한사람으로서 반대의 의사를 밝히기는 곤란한 상황이다.
그러나 두 밤자고 방을 옮기는 것도 문제가 있다.

잠자리라는 것은 단지 잠만 자는 곳이 아니라

여행에 있어 일종의 베이스 캠프다.
시도 때도 없이 들르고 쉬어야 하므로

매우 안정적이고 편안한 느낌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그러니 가져온 짐을 잘 풀어 여기저기 정리해야 비로소 내집 같은데
두밤자고 이동한다면 그것도 귀찮은 일이지

편안한 곳이라는 인식은 생기지 않는다.
어떻게 한담?

 

 

 

 

 

베트남에서 처음으로 숙박한 옥당호텔(Ngoc Dang Hotel) 입구.

오토바이에 앉아 있는 젊은이들은 호텔 직원들인데

별로 하는 일 없이 손님들에게 인사만 한다.

 

 

 

 

옥당호텔(Ngoc Dang Hotel)의 객실 모습.

그 호텔에서 가장 고급 객실(?)답게 침대도 두개나 있다.

커텐 뒤편으로 테라스로 나가는 문이 있으며 테라스에 나가면 데탐거리가 가깝게 보인다.

 

 

 

 

 

 

 

객실내의 화장실과 테라스.

화장실은 자바라 방식의 가림문이 있고, 허름하지만 뜨거운 물도 나온다.

테라스는 사진 보다 협소하고 조악하지만 나름대로 이국의 정취를 느끼기에 좋은 곳이다.

 

 

 

 

 

작은 테라스에서 바라본 데탐거리의 이른 새벽 풍경.

환경미화원인듯한 사람들이 거리청소를 하고 있다.

더운 나라답게 이른 아침부터 하루 일과가 시작된다.

이 나라는 많은 노동직 근무자들이 여성으로 채워져 있다. 이들도 모두 여자다.

 

 

 

 

*     *     *

 

 

 

다음날 아침.
피곤해서 일찍 잠자리에 든 탓인지,

아니면 낯선 잠자리에 잠을 설친 탓인지 아침 6시에 눈을 떴다.
후이부가 찾아오기로 한 시간은 아침 9시.

그때까지 뭘 한담?

 

바람도 쐴 겸, 동네 순찰도 할겸

호텔을 나서 이곳저곳 돌아다니다 수많은 미니호텔을 찾았다.
노력해서 찾은게 아니라

그냥 길을 걸으면 저절로 눈에 뜨이는게 미니호텔이다.
외관이 그럴듯해 보이는 몇군데에 들어가니 값도 싸고 친절하다.
워낙 짠돌이 유럽 애들을 상대해서 그런지
내가 말도 안했는데 데리고 들어가 가격대별로 방을 구경시켜준다.

적당한 곳 3군데를 리스트에 올렸다가

그래도 인터넷에서 가장 좋은 평을 받는 곳으로 정했다.
인터넷의 여행정보 베트남-호치민의 숙소편을 보면 이런 말이 있다.

 

 

데탐스트리트에서 지낼 분들은 숙소 걱정은 하지 마시라!

 

 

맞는 정보다.

누군가 이 글을 읽고 베트남 여행을 가신다면 꼭 참고해 두시라.

 

15불 짜리 방이 있고 25불짜리 방이 있다는데 과감히 25불짜리로 예약했다.
잠자리를 가리는 걸 보니 나도 나이를 먹었다.

 

하룻밤 지낸 그전 호텔로 돌아와 짐을 정리했다.
잠시 나갔다 올테니 체크아웃을 해달라니 주인의 표정이 어째 밝지 않다.
왜 그러냔다. 몰라서 묻나?
오히려 내가 물었다.

 

 

"너 혹시 엉덩이가 무겁다는 말 아니?"

 

 

모른다는 표정을 짓는다. 그냥 그런게 있다고만 했다.
엉덩이 무거운 손님보고 두밤자고 방을 옮기라는 니네 잘못이다.
똥씹은 표정짓지 말고 장사 잘해라.
무슨 이유인지 몰라도 그때 나는 참 당당했다.

 

 

가끔 나는 외국여행을 하면서 그들이 생각하는 한국인의 인식에 대해 생각을 한다.
과연 어떤게 좋은 인상이고 좋은 인식일까.
몇번 반복의 갈등을 겪으며 내린 결론은 착하다는 인상보다는 무섭다가,
감성적이라기 보다는 냉정하다가 더 좋다는 결론이었다.
그동안 외국인에게 한국인에 대한 인상과 느낌을 전해들을 때 가장 듣기 싫은 말이
사람들이 예의가 없다 라던가 또는 자기밖에 모른다 라는 말이 아니라
사람들이 호락호락하다거나 만만해 보인다는 말이었다.

개인적으로 나는 한국인의 한사람으로서

외국사람들에게 만만하게 보이기는 싫다.
유쾌하게 보이는 것도 좋고 친절하고 다정하게 보이는 것도 좋지만
절대로 만만하게 보여서는 안된다는 생각이다.

짧은 영어지만 분명히 얘기했다.
손님을 받고 그 자리에 또 다른 손님을 받는다는 것.

그건 분명히 잘못된 것이다.
그렇다고 내가 호텔을 옮긴다고 지금 니가 나한테

그렇게 기분 나쁜 인상 지을 이유는 없다.

그리고 바로 체크아웃을 부탁한 게 아니라

가방을 데스크에 맡기고 마침 찾아온 후이부와 함께
늦은 아침식사를 하기 위해 근처 시장으로 출발했다.

 

 

이후 호텔에 돌아오니 주인 얼굴이 조금은 나아져 보인다.

얼마 내면 되지?

여기 계산서 있어.

정확하지?

당근이지.

 

계산서를 펼치고 나름대로 날카롭다고 생각되는 눈초리로 보고 있으니

주인이 와서 설명한다.
먼저 큰소리 친 이유 때문인지 설명하는 주인 말투가 조심스럽다.
설명하는 말중 반밖에 못알아 들었지만 예상했던 금액이라
마치 다 알아들은 표정을 짓고 돈을 내밀었다.
팁을 조금 줄까 하다 그가 내게 해준 서비스가 없다는 기억을 떠올리곤

그냥 참았다.

 


다음에 또 오마.

꼭 와라.

 


미리 정해둔 공식같은 인사를 마치고 호텔을 나서 새로운 호텔로 향한다.
그 호텔은 몇가지 마음에 드는 점이 있다.

조그만 프론트 데스크지만 항상 아오자이(베트남의 전통의상)를 입은

여직원이 있다.

이 대목은 매우 중요하다.
둘러본 다른 호텔들은 이른 시간이라 그랬는지 간밤에 야근한 남자 직원이
근무복이 아니라 잠자기 편한 옷 그대로 입고 방에 대해 설명한다.
여직원이 있는 호텔도 청바지에 티셔츠 입고 있다.
옷이 별거냐고? 그렇게 생각할 일이 아니다.
손님을 맞이하는 곳은 손님에 대한 예의를 갖추어야 하는 법이다.

 

 

며칠 머문 뒤에 알았지만 꼬장꼬장하게 생긴 인상을 가진 주인이

직원들에게 매일 잔소리를 한다.
프론트에 있으며 그런 장면을 보며 별로 좋은 기분이 아니었는데
며칠 지나니 이 호텔 직원이 친절하고 또 구석구석 깔끔한 이유가

그것에 있는 것 같다.
주인이 무심하면 서비스는 엉망이 된다는 간단한 사실을 실천하고 있는 업소다.
그점에 나는 큰 점수를 준다.

 

 

베트남은 아직 공산국가의 관습과 체제가 남아 있는 곳이다.

따라서 서비스의 개념이 매우 부족하다.
이런 현실이라면 남보다 한발 앞선 마인드를 갖추는 것이 사업에 성공하게 되어 있다.
그 호텔은 나름대로 성공할 것이다.
그리고 당분간 서비스 업종에서 서비스 마인드는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넓직하고 편안한 방 침대에 벌렁 눕는다.
짐을 다 풀으니 이제야 내방에 온 것 같다.
이제 또 어디로 나간담?

 

 

 

 

 

 

 

 

 

새로 옮긴 Southern Hotel. 역시 데탐거리에 있으며 호텔 객실료는 25불.

전 호텔에 비하니 깔끔한 실내가 매우 고급스러워 보인다.

 

 

 

 

 

 

 

호텔 맨 윗층에 자리잡은 식당.

호텔에서 제공하는 아침식사를 위해 매일 아침 이곳을 찾는다.

투숙하고 있는 다른 관광객과 나누는 아침인사가 여행의 참맛을 느끼게 한다.

작은 속소에는 이런 인간미가 있다.

 

 

 

  

 

*****************************************************************

 

 

 

이글을 쓰고 나서 몇 번의 방문을 더 경험한 후

나는 더 이상 미니호텔을 찾아다니지 않고 나름대로 연구하고 개척한(?)

베트남의 새 숙소를 찾는다.

이것이 베트남에 가면서 겉으로 드러난 가장 큰 변화다.

하지만 이 미니호텔은 가슴속 어딘가에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아하누가

당시 촬영 카메라는 NIKON Coolpix E-5700과 Minolta Dimage-X이었다.

 

 

 


 

 

베트남은 첫방문이었으니 당연히 호텔 투숙도 처음이었다.

베트남이 가진 매력 중 하나가 저렴한 물가였으니,이를 십분 활용하고 피부로 느끼기 위해서는

허름한 호텔에 투숙하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였다고 생각했다.

-----------------------------------------------------------

 

 

 

후이부(26. 영어강사)의 오토바이를 타고 시내를 가로질러

여행자의 거리라고 알려진 데탐 스트리트(De Tham street)에 도착했다.
방콕의 카오산 로드같은 곳이고 우리나라로 말하면 이태원 같은 곳이다.

 

수많은 외국인이 눈에 띈다.
한국에서 예약한 호텔을 찾았다. 응옥당 호텔 (Ngoc Dang Hotel).
말이 호텔이지 이런데까지 호텔이란 이름을 붙이면

다른 호텔들이 얼마나 섭섭해 할까.
그러나 처음 방문하는 곳이니 현지 상황을 조금 더 파악하기로 하고

호텔로 들어섰다.

작은 입구를 들어서면 불법 복제 CD를 만들어 전시해둔 상점같은 곳이

리셉션을 대신하고 있다.
주인을 찾아 이름을 말하니 이메일로 연락을 받았다며 반가워한다.
한층 올라가니 간판 바로 위 103호.

 

이 나라는 층수 개념이 달라

우리가 일층이라 말하는 맨 아래층은 빼고 다음부터 1층이라 한다.
그러니 경우에 따라선 우리식의 3층이 1층이기도 하고

우리식의 2층이 1층이기도 하다.

 

방문을 여니 높은 천정엔 커다란 선풍기가 있다.

에어콘도 있다며 리모콘으로 켜준다.
힐끔 리모콘을 보니 삼성이다.

 

거리를 향한 문을 여니 작은 테라스가 나온다.
이곳에서 가장 유니크한 장소다. 조그만 테이블이 있고 의자가 두개 있는데,
이곳에 있으면 데탐거리가 환히 보인다.
문을 닫고 안으로 들어와도 방음 시설이 좋지 않아

데탐거리의 시끄러운 소리가 빠짐없이 들려온다.
어차피 온자 왔으니 조용한 것보다

조금은 북적거리는 분위기가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니
열악한 방음시설이 오히려 마음에 든다.

 

하루에 15달러. 제일 좋은 방이다. 테라스 값인가 보다.
조금 깍으려 했는데 주인장이 완고하다.
마지막날 조금 늦게 체크아웃 하자니까 그것도 요금을 더 내야 한단다.

요 대목에서 조금 삐졌다.
그런데 이어진 주인장 왈. 두밤만 자고 다음부터는 3층으로 옮겨 달라나?
이유인즉 스웨덴에서 예약하고 오는 손님이 있는데 나이가 70세 노인이라
엘리베이터 없는 이 호텔의 3층은 너무 힘들단다.
자고로 노인을 공경하는 것을 미덕으로 알며 자라온

동방예의지국의 한사람으로서 반대의 의사를 밝히기는 곤란한 상황이다.
그러나 두 밤자고 방을 옮기는 것도 문제가 있다.

잠자리라는 것은 단지 잠만 자는 곳이 아니라

여행에 있어 일종의 베이스 캠프다.
시도 때도 없이 들르고 쉬어야 하므로

매우 안정적이고 편안한 느낌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그러니 가져온 짐을 잘 풀어 여기저기 정리해야 비로소 내집 같은데
두밤자고 이동한다면 그것도 귀찮은 일이지

편안한 곳이라는 인식은 생기지 않는다.
어떻게 한담?

 

 

 

 

 

베트남에서 처음으로 숙박한 옥당호텔(Ngoc Dang Hotel) 입구.

오토바이에 앉아 있는 젊은이들은 호텔 직원들인데

별로 하는 일 없이 손님들에게 인사만 한다.

 

 

 

 

옥당호텔(Ngoc Dang Hotel)의 객실 모습.

그 호텔에서 가장 고급 객실(?)답게 침대도 두개나 있다.

커텐 뒤편으로 테라스로 나가는 문이 있으며 테라스에 나가면 데탐거리가 가깝게 보인다.

 

 

 

 

 

 

 

객실내의 화장실과 테라스.

화장실은 자바라 방식의 가림문이 있고, 허름하지만 뜨거운 물도 나온다.

테라스는 사진 보다 협소하고 조악하지만 나름대로 이국의 정취를 느끼기에 좋은 곳이다.

 

 

 

 

 

작은 테라스에서 바라본 데탐거리의 이른 새벽 풍경.

환경미화원인듯한 사람들이 거리청소를 하고 있다.

더운 나라답게 이른 아침부터 하루 일과가 시작된다.

이 나라는 많은 노동직 근무자들이 여성으로 채워져 있다. 이들도 모두 여자다.

 

 

 

 

*     *     *

 

 

 

다음날 아침.
피곤해서 일찍 잠자리에 든 탓인지,

아니면 낯선 잠자리에 잠을 설친 탓인지 아침 6시에 눈을 떴다.
후이부가 찾아오기로 한 시간은 아침 9시.

그때까지 뭘 한담?

 

바람도 쐴 겸, 동네 순찰도 할겸

호텔을 나서 이곳저곳 돌아다니다 수많은 미니호텔을 찾았다.
노력해서 찾은게 아니라

그냥 길을 걸으면 저절로 눈에 뜨이는게 미니호텔이다.
외관이 그럴듯해 보이는 몇군데에 들어가니 값도 싸고 친절하다.
워낙 짠돌이 유럽 애들을 상대해서 그런지
내가 말도 안했는데 데리고 들어가 가격대별로 방을 구경시켜준다.

적당한 곳 3군데를 리스트에 올렸다가

그래도 인터넷에서 가장 좋은 평을 받는 곳으로 정했다.
인터넷의 여행정보 베트남-호치민의 숙소편을 보면 이런 말이 있다.

 

 

데탐스트리트에서 지낼 분들은 숙소 걱정은 하지 마시라!

 

 

맞는 정보다.

누군가 이 글을 읽고 베트남 여행을 가신다면 꼭 참고해 두시라.

 

15불 짜리 방이 있고 25불짜리 방이 있다는데 과감히 25불짜리로 예약했다.
잠자리를 가리는 걸 보니 나도 나이를 먹었다.

 

하룻밤 지낸 그전 호텔로 돌아와 짐을 정리했다.
잠시 나갔다 올테니 체크아웃을 해달라니 주인의 표정이 어째 밝지 않다.
왜 그러냔다. 몰라서 묻나?
오히려 내가 물었다.

 

 

"너 혹시 엉덩이가 무겁다는 말 아니?"

 

 

모른다는 표정을 짓는다. 그냥 그런게 있다고만 했다.
엉덩이 무거운 손님보고 두밤자고 방을 옮기라는 니네 잘못이다.
똥씹은 표정짓지 말고 장사 잘해라.
무슨 이유인지 몰라도 그때 나는 참 당당했다.

 

 

가끔 나는 외국여행을 하면서 그들이 생각하는 한국인의 인식에 대해 생각을 한다.
과연 어떤게 좋은 인상이고 좋은 인식일까.
몇번 반복의 갈등을 겪으며 내린 결론은 착하다는 인상보다는 무섭다가,
감성적이라기 보다는 냉정하다가 더 좋다는 결론이었다.
그동안 외국인에게 한국인에 대한 인상과 느낌을 전해들을 때 가장 듣기 싫은 말이
사람들이 예의가 없다 라던가 또는 자기밖에 모른다 라는 말이 아니라
사람들이 호락호락하다거나 만만해 보인다는 말이었다.

개인적으로 나는 한국인의 한사람으로서

외국사람들에게 만만하게 보이기는 싫다.
유쾌하게 보이는 것도 좋고 친절하고 다정하게 보이는 것도 좋지만
절대로 만만하게 보여서는 안된다는 생각이다.

짧은 영어지만 분명히 얘기했다.
손님을 받고 그 자리에 또 다른 손님을 받는다는 것.

그건 분명히 잘못된 것이다.
그렇다고 내가 호텔을 옮긴다고 지금 니가 나한테

그렇게 기분 나쁜 인상 지을 이유는 없다.

그리고 바로 체크아웃을 부탁한 게 아니라

가방을 데스크에 맡기고 마침 찾아온 후이부와 함께
늦은 아침식사를 하기 위해 근처 시장으로 출발했다.

 

 

이후 호텔에 돌아오니 주인 얼굴이 조금은 나아져 보인다.

얼마 내면 되지?

여기 계산서 있어.

정확하지?

당근이지.

 

계산서를 펼치고 나름대로 날카롭다고 생각되는 눈초리로 보고 있으니

주인이 와서 설명한다.
먼저 큰소리 친 이유 때문인지 설명하는 주인 말투가 조심스럽다.
설명하는 말중 반밖에 못알아 들었지만 예상했던 금액이라
마치 다 알아들은 표정을 짓고 돈을 내밀었다.
팁을 조금 줄까 하다 그가 내게 해준 서비스가 없다는 기억을 떠올리곤

그냥 참았다.

 


다음에 또 오마.

꼭 와라.

 


미리 정해둔 공식같은 인사를 마치고 호텔을 나서 새로운 호텔로 향한다.
그 호텔은 몇가지 마음에 드는 점이 있다.

조그만 프론트 데스크지만 항상 아오자이(베트남의 전통의상)를 입은

여직원이 있다.

이 대목은 매우 중요하다.
둘러본 다른 호텔들은 이른 시간이라 그랬는지 간밤에 야근한 남자 직원이
근무복이 아니라 잠자기 편한 옷 그대로 입고 방에 대해 설명한다.
여직원이 있는 호텔도 청바지에 티셔츠 입고 있다.
옷이 별거냐고? 그렇게 생각할 일이 아니다.
손님을 맞이하는 곳은 손님에 대한 예의를 갖추어야 하는 법이다.

 

 

며칠 머문 뒤에 알았지만 꼬장꼬장하게 생긴 인상을 가진 주인이

직원들에게 매일 잔소리를 한다.
프론트에 있으며 그런 장면을 보며 별로 좋은 기분이 아니었는데
며칠 지나니 이 호텔 직원이 친절하고 또 구석구석 깔끔한 이유가

그것에 있는 것 같다.
주인이 무심하면 서비스는 엉망이 된다는 간단한 사실을 실천하고 있는 업소다.
그점에 나는 큰 점수를 준다.

 

 

베트남은 아직 공산국가의 관습과 체제가 남아 있는 곳이다.

따라서 서비스의 개념이 매우 부족하다.
이런 현실이라면 남보다 한발 앞선 마인드를 갖추는 것이 사업에 성공하게 되어 있다.
그 호텔은 나름대로 성공할 것이다.
그리고 당분간 서비스 업종에서 서비스 마인드는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넓직하고 편안한 방 침대에 벌렁 눕는다.
짐을 다 풀으니 이제야 내방에 온 것 같다.
이제 또 어디로 나간담?

 

 

 

 

 

 

 

 

 

새로 옮긴 Southern Hotel. 역시 데탐거리에 있으며 호텔 객실료는 25불.

전 호텔에 비하니 깔끔한 실내가 매우 고급스러워 보인다.

 

 

 

 

 

 

 

호텔 맨 윗층에 자리잡은 식당.

호텔에서 제공하는 아침식사를 위해 매일 아침 이곳을 찾는다.

투숙하고 있는 다른 관광객과 나누는 아침인사가 여행의 참맛을 느끼게 한다.

작은 속소에는 이런 인간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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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을 쓰고 나서 몇 번의 방문을 더 경험한 후

나는 더 이상 미니호텔을 찾아다니지 않고 나름대로 연구하고 개척한(?)

베트남의 새 숙소를 찾는다.

이것이 베트남에 가면서 겉으로 드러난 가장 큰 변화다.

하지만 이 미니호텔은 가슴속 어딘가에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아하누가

당시 촬영 카메라는 NIKON Coolpix E-5700과 Minolta Dimage-X이었다.

 

 

 


 

 

베트남은 첫방문이었으니 당연히 호텔 투숙도 처음이었다.

베트남이 가진 매력 중 하나가 저렴한 물가였으니,이를 십분 활용하고 피부로 느끼기 위해서는

허름한 호텔에 투숙하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였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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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이부(26. 영어강사)의 오토바이를 타고 시내를 가로질러

여행자의 거리라고 알려진 데탐 스트리트(De Tham street)에 도착했다.
방콕의 카오산 로드같은 곳이고 우리나라로 말하면 이태원 같은 곳이다.

 

수많은 외국인이 눈에 띈다.
한국에서 예약한 호텔을 찾았다. 응옥당 호텔 (Ngoc Dang Hotel).
말이 호텔이지 이런데까지 호텔이란 이름을 붙이면

다른 호텔들이 얼마나 섭섭해 할까.
그러나 처음 방문하는 곳이니 현지 상황을 조금 더 파악하기로 하고

호텔로 들어섰다.

작은 입구를 들어서면 불법 복제 CD를 만들어 전시해둔 상점같은 곳이

리셉션을 대신하고 있다.
주인을 찾아 이름을 말하니 이메일로 연락을 받았다며 반가워한다.
한층 올라가니 간판 바로 위 103호.

 

이 나라는 층수 개념이 달라

우리가 일층이라 말하는 맨 아래층은 빼고 다음부터 1층이라 한다.
그러니 경우에 따라선 우리식의 3층이 1층이기도 하고

우리식의 2층이 1층이기도 하다.

 

방문을 여니 높은 천정엔 커다란 선풍기가 있다.

에어콘도 있다며 리모콘으로 켜준다.
힐끔 리모콘을 보니 삼성이다.

 

거리를 향한 문을 여니 작은 테라스가 나온다.
이곳에서 가장 유니크한 장소다. 조그만 테이블이 있고 의자가 두개 있는데,
이곳에 있으면 데탐거리가 환히 보인다.
문을 닫고 안으로 들어와도 방음 시설이 좋지 않아

데탐거리의 시끄러운 소리가 빠짐없이 들려온다.
어차피 온자 왔으니 조용한 것보다

조금은 북적거리는 분위기가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니
열악한 방음시설이 오히려 마음에 든다.

 

하루에 15달러. 제일 좋은 방이다. 테라스 값인가 보다.
조금 깍으려 했는데 주인장이 완고하다.
마지막날 조금 늦게 체크아웃 하자니까 그것도 요금을 더 내야 한단다.

요 대목에서 조금 삐졌다.
그런데 이어진 주인장 왈. 두밤만 자고 다음부터는 3층으로 옮겨 달라나?
이유인즉 스웨덴에서 예약하고 오는 손님이 있는데 나이가 70세 노인이라
엘리베이터 없는 이 호텔의 3층은 너무 힘들단다.
자고로 노인을 공경하는 것을 미덕으로 알며 자라온

동방예의지국의 한사람으로서 반대의 의사를 밝히기는 곤란한 상황이다.
그러나 두 밤자고 방을 옮기는 것도 문제가 있다.

잠자리라는 것은 단지 잠만 자는 곳이 아니라

여행에 있어 일종의 베이스 캠프다.
시도 때도 없이 들르고 쉬어야 하므로

매우 안정적이고 편안한 느낌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그러니 가져온 짐을 잘 풀어 여기저기 정리해야 비로소 내집 같은데
두밤자고 이동한다면 그것도 귀찮은 일이지

편안한 곳이라는 인식은 생기지 않는다.
어떻게 한담?

 

 

 

 

 

베트남에서 처음으로 숙박한 옥당호텔(Ngoc Dang Hotel) 입구.

오토바이에 앉아 있는 젊은이들은 호텔 직원들인데

별로 하는 일 없이 손님들에게 인사만 한다.

 

 

 

 

옥당호텔(Ngoc Dang Hotel)의 객실 모습.

그 호텔에서 가장 고급 객실(?)답게 침대도 두개나 있다.

커텐 뒤편으로 테라스로 나가는 문이 있으며 테라스에 나가면 데탐거리가 가깝게 보인다.

 

 

 

 

 

 

 

객실내의 화장실과 테라스.

화장실은 자바라 방식의 가림문이 있고, 허름하지만 뜨거운 물도 나온다.

테라스는 사진 보다 협소하고 조악하지만 나름대로 이국의 정취를 느끼기에 좋은 곳이다.

 

 

 

 

 

작은 테라스에서 바라본 데탐거리의 이른 새벽 풍경.

환경미화원인듯한 사람들이 거리청소를 하고 있다.

더운 나라답게 이른 아침부터 하루 일과가 시작된다.

이 나라는 많은 노동직 근무자들이 여성으로 채워져 있다. 이들도 모두 여자다.

 

 

 

 

*     *     *

 

 

 

다음날 아침.
피곤해서 일찍 잠자리에 든 탓인지,

아니면 낯선 잠자리에 잠을 설친 탓인지 아침 6시에 눈을 떴다.
후이부가 찾아오기로 한 시간은 아침 9시.

그때까지 뭘 한담?

 

바람도 쐴 겸, 동네 순찰도 할겸

호텔을 나서 이곳저곳 돌아다니다 수많은 미니호텔을 찾았다.
노력해서 찾은게 아니라

그냥 길을 걸으면 저절로 눈에 뜨이는게 미니호텔이다.
외관이 그럴듯해 보이는 몇군데에 들어가니 값도 싸고 친절하다.
워낙 짠돌이 유럽 애들을 상대해서 그런지
내가 말도 안했는데 데리고 들어가 가격대별로 방을 구경시켜준다.

적당한 곳 3군데를 리스트에 올렸다가

그래도 인터넷에서 가장 좋은 평을 받는 곳으로 정했다.
인터넷의 여행정보 베트남-호치민의 숙소편을 보면 이런 말이 있다.

 

 

데탐스트리트에서 지낼 분들은 숙소 걱정은 하지 마시라!

 

 

맞는 정보다.

누군가 이 글을 읽고 베트남 여행을 가신다면 꼭 참고해 두시라.

 

15불 짜리 방이 있고 25불짜리 방이 있다는데 과감히 25불짜리로 예약했다.
잠자리를 가리는 걸 보니 나도 나이를 먹었다.

 

하룻밤 지낸 그전 호텔로 돌아와 짐을 정리했다.
잠시 나갔다 올테니 체크아웃을 해달라니 주인의 표정이 어째 밝지 않다.
왜 그러냔다. 몰라서 묻나?
오히려 내가 물었다.

 

 

"너 혹시 엉덩이가 무겁다는 말 아니?"

 

 

모른다는 표정을 짓는다. 그냥 그런게 있다고만 했다.
엉덩이 무거운 손님보고 두밤자고 방을 옮기라는 니네 잘못이다.
똥씹은 표정짓지 말고 장사 잘해라.
무슨 이유인지 몰라도 그때 나는 참 당당했다.

 

 

가끔 나는 외국여행을 하면서 그들이 생각하는 한국인의 인식에 대해 생각을 한다.
과연 어떤게 좋은 인상이고 좋은 인식일까.
몇번 반복의 갈등을 겪으며 내린 결론은 착하다는 인상보다는 무섭다가,
감성적이라기 보다는 냉정하다가 더 좋다는 결론이었다.
그동안 외국인에게 한국인에 대한 인상과 느낌을 전해들을 때 가장 듣기 싫은 말이
사람들이 예의가 없다 라던가 또는 자기밖에 모른다 라는 말이 아니라
사람들이 호락호락하다거나 만만해 보인다는 말이었다.

개인적으로 나는 한국인의 한사람으로서

외국사람들에게 만만하게 보이기는 싫다.
유쾌하게 보이는 것도 좋고 친절하고 다정하게 보이는 것도 좋지만
절대로 만만하게 보여서는 안된다는 생각이다.

짧은 영어지만 분명히 얘기했다.
손님을 받고 그 자리에 또 다른 손님을 받는다는 것.

그건 분명히 잘못된 것이다.
그렇다고 내가 호텔을 옮긴다고 지금 니가 나한테

그렇게 기분 나쁜 인상 지을 이유는 없다.

그리고 바로 체크아웃을 부탁한 게 아니라

가방을 데스크에 맡기고 마침 찾아온 후이부와 함께
늦은 아침식사를 하기 위해 근처 시장으로 출발했다.

 

 

이후 호텔에 돌아오니 주인 얼굴이 조금은 나아져 보인다.

얼마 내면 되지?

여기 계산서 있어.

정확하지?

당근이지.

 

계산서를 펼치고 나름대로 날카롭다고 생각되는 눈초리로 보고 있으니

주인이 와서 설명한다.
먼저 큰소리 친 이유 때문인지 설명하는 주인 말투가 조심스럽다.
설명하는 말중 반밖에 못알아 들었지만 예상했던 금액이라
마치 다 알아들은 표정을 짓고 돈을 내밀었다.
팁을 조금 줄까 하다 그가 내게 해준 서비스가 없다는 기억을 떠올리곤

그냥 참았다.

 


다음에 또 오마.

꼭 와라.

 


미리 정해둔 공식같은 인사를 마치고 호텔을 나서 새로운 호텔로 향한다.
그 호텔은 몇가지 마음에 드는 점이 있다.

조그만 프론트 데스크지만 항상 아오자이(베트남의 전통의상)를 입은

여직원이 있다.

이 대목은 매우 중요하다.
둘러본 다른 호텔들은 이른 시간이라 그랬는지 간밤에 야근한 남자 직원이
근무복이 아니라 잠자기 편한 옷 그대로 입고 방에 대해 설명한다.
여직원이 있는 호텔도 청바지에 티셔츠 입고 있다.
옷이 별거냐고? 그렇게 생각할 일이 아니다.
손님을 맞이하는 곳은 손님에 대한 예의를 갖추어야 하는 법이다.

 

 

며칠 머문 뒤에 알았지만 꼬장꼬장하게 생긴 인상을 가진 주인이

직원들에게 매일 잔소리를 한다.
프론트에 있으며 그런 장면을 보며 별로 좋은 기분이 아니었는데
며칠 지나니 이 호텔 직원이 친절하고 또 구석구석 깔끔한 이유가

그것에 있는 것 같다.
주인이 무심하면 서비스는 엉망이 된다는 간단한 사실을 실천하고 있는 업소다.
그점에 나는 큰 점수를 준다.

 

 

베트남은 아직 공산국가의 관습과 체제가 남아 있는 곳이다.

따라서 서비스의 개념이 매우 부족하다.
이런 현실이라면 남보다 한발 앞선 마인드를 갖추는 것이 사업에 성공하게 되어 있다.
그 호텔은 나름대로 성공할 것이다.
그리고 당분간 서비스 업종에서 서비스 마인드는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넓직하고 편안한 방 침대에 벌렁 눕는다.
짐을 다 풀으니 이제야 내방에 온 것 같다.
이제 또 어디로 나간담?

 

 

 

 

 

 

 

 

 

새로 옮긴 Southern Hotel. 역시 데탐거리에 있으며 호텔 객실료는 25불.

전 호텔에 비하니 깔끔한 실내가 매우 고급스러워 보인다.

 

 

 

 

 

 

 

호텔 맨 윗층에 자리잡은 식당.

호텔에서 제공하는 아침식사를 위해 매일 아침 이곳을 찾는다.

투숙하고 있는 다른 관광객과 나누는 아침인사가 여행의 참맛을 느끼게 한다.

작은 속소에는 이런 인간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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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을 쓰고 나서 몇 번의 방문을 더 경험한 후

나는 더 이상 미니호텔을 찾아다니지 않고 나름대로 연구하고 개척한(?)

베트남의 새 숙소를 찾는다.

이것이 베트남에 가면서 겉으로 드러난 가장 큰 변화다.

하지만 이 미니호텔은 가슴속 어딘가에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아하누가

당시 촬영 카메라는 NIKON Coolpix E-5700과 Minolta Dimage-X이었다.

 

 

 


 

 

베트남은 첫방문이었으니 당연히 호텔 투숙도 처음이었다.

베트남이 가진 매력 중 하나가 저렴한 물가였으니,이를 십분 활용하고 피부로 느끼기 위해서는

허름한 호텔에 투숙하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였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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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이부(26. 영어강사)의 오토바이를 타고 시내를 가로질러

여행자의 거리라고 알려진 데탐 스트리트(De Tham street)에 도착했다.
방콕의 카오산 로드같은 곳이고 우리나라로 말하면 이태원 같은 곳이다.

 

수많은 외국인이 눈에 띈다.
한국에서 예약한 호텔을 찾았다. 응옥당 호텔 (Ngoc Dang Hotel).
말이 호텔이지 이런데까지 호텔이란 이름을 붙이면

다른 호텔들이 얼마나 섭섭해 할까.
그러나 처음 방문하는 곳이니 현지 상황을 조금 더 파악하기로 하고

호텔로 들어섰다.

작은 입구를 들어서면 불법 복제 CD를 만들어 전시해둔 상점같은 곳이

리셉션을 대신하고 있다.
주인을 찾아 이름을 말하니 이메일로 연락을 받았다며 반가워한다.
한층 올라가니 간판 바로 위 103호.

 

이 나라는 층수 개념이 달라

우리가 일층이라 말하는 맨 아래층은 빼고 다음부터 1층이라 한다.
그러니 경우에 따라선 우리식의 3층이 1층이기도 하고

우리식의 2층이 1층이기도 하다.

 

방문을 여니 높은 천정엔 커다란 선풍기가 있다.

에어콘도 있다며 리모콘으로 켜준다.
힐끔 리모콘을 보니 삼성이다.

 

거리를 향한 문을 여니 작은 테라스가 나온다.
이곳에서 가장 유니크한 장소다. 조그만 테이블이 있고 의자가 두개 있는데,
이곳에 있으면 데탐거리가 환히 보인다.
문을 닫고 안으로 들어와도 방음 시설이 좋지 않아

데탐거리의 시끄러운 소리가 빠짐없이 들려온다.
어차피 온자 왔으니 조용한 것보다

조금은 북적거리는 분위기가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니
열악한 방음시설이 오히려 마음에 든다.

 

하루에 15달러. 제일 좋은 방이다. 테라스 값인가 보다.
조금 깍으려 했는데 주인장이 완고하다.
마지막날 조금 늦게 체크아웃 하자니까 그것도 요금을 더 내야 한단다.

요 대목에서 조금 삐졌다.
그런데 이어진 주인장 왈. 두밤만 자고 다음부터는 3층으로 옮겨 달라나?
이유인즉 스웨덴에서 예약하고 오는 손님이 있는데 나이가 70세 노인이라
엘리베이터 없는 이 호텔의 3층은 너무 힘들단다.
자고로 노인을 공경하는 것을 미덕으로 알며 자라온

동방예의지국의 한사람으로서 반대의 의사를 밝히기는 곤란한 상황이다.
그러나 두 밤자고 방을 옮기는 것도 문제가 있다.

잠자리라는 것은 단지 잠만 자는 곳이 아니라

여행에 있어 일종의 베이스 캠프다.
시도 때도 없이 들르고 쉬어야 하므로

매우 안정적이고 편안한 느낌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그러니 가져온 짐을 잘 풀어 여기저기 정리해야 비로소 내집 같은데
두밤자고 이동한다면 그것도 귀찮은 일이지

편안한 곳이라는 인식은 생기지 않는다.
어떻게 한담?

 

 

 

 

 

베트남에서 처음으로 숙박한 옥당호텔(Ngoc Dang Hotel) 입구.

오토바이에 앉아 있는 젊은이들은 호텔 직원들인데

별로 하는 일 없이 손님들에게 인사만 한다.

 

 

 

 

옥당호텔(Ngoc Dang Hotel)의 객실 모습.

그 호텔에서 가장 고급 객실(?)답게 침대도 두개나 있다.

커텐 뒤편으로 테라스로 나가는 문이 있으며 테라스에 나가면 데탐거리가 가깝게 보인다.

 

 

 

 

 

 

 

객실내의 화장실과 테라스.

화장실은 자바라 방식의 가림문이 있고, 허름하지만 뜨거운 물도 나온다.

테라스는 사진 보다 협소하고 조악하지만 나름대로 이국의 정취를 느끼기에 좋은 곳이다.

 

 

 

 

 

작은 테라스에서 바라본 데탐거리의 이른 새벽 풍경.

환경미화원인듯한 사람들이 거리청소를 하고 있다.

더운 나라답게 이른 아침부터 하루 일과가 시작된다.

이 나라는 많은 노동직 근무자들이 여성으로 채워져 있다. 이들도 모두 여자다.

 

 

 

 

*     *     *

 

 

 

다음날 아침.
피곤해서 일찍 잠자리에 든 탓인지,

아니면 낯선 잠자리에 잠을 설친 탓인지 아침 6시에 눈을 떴다.
후이부가 찾아오기로 한 시간은 아침 9시.

그때까지 뭘 한담?

 

바람도 쐴 겸, 동네 순찰도 할겸

호텔을 나서 이곳저곳 돌아다니다 수많은 미니호텔을 찾았다.
노력해서 찾은게 아니라

그냥 길을 걸으면 저절로 눈에 뜨이는게 미니호텔이다.
외관이 그럴듯해 보이는 몇군데에 들어가니 값도 싸고 친절하다.
워낙 짠돌이 유럽 애들을 상대해서 그런지
내가 말도 안했는데 데리고 들어가 가격대별로 방을 구경시켜준다.

적당한 곳 3군데를 리스트에 올렸다가

그래도 인터넷에서 가장 좋은 평을 받는 곳으로 정했다.
인터넷의 여행정보 베트남-호치민의 숙소편을 보면 이런 말이 있다.

 

 

데탐스트리트에서 지낼 분들은 숙소 걱정은 하지 마시라!

 

 

맞는 정보다.

누군가 이 글을 읽고 베트남 여행을 가신다면 꼭 참고해 두시라.

 

15불 짜리 방이 있고 25불짜리 방이 있다는데 과감히 25불짜리로 예약했다.
잠자리를 가리는 걸 보니 나도 나이를 먹었다.

 

하룻밤 지낸 그전 호텔로 돌아와 짐을 정리했다.
잠시 나갔다 올테니 체크아웃을 해달라니 주인의 표정이 어째 밝지 않다.
왜 그러냔다. 몰라서 묻나?
오히려 내가 물었다.

 

 

"너 혹시 엉덩이가 무겁다는 말 아니?"

 

 

모른다는 표정을 짓는다. 그냥 그런게 있다고만 했다.
엉덩이 무거운 손님보고 두밤자고 방을 옮기라는 니네 잘못이다.
똥씹은 표정짓지 말고 장사 잘해라.
무슨 이유인지 몰라도 그때 나는 참 당당했다.

 

 

가끔 나는 외국여행을 하면서 그들이 생각하는 한국인의 인식에 대해 생각을 한다.
과연 어떤게 좋은 인상이고 좋은 인식일까.
몇번 반복의 갈등을 겪으며 내린 결론은 착하다는 인상보다는 무섭다가,
감성적이라기 보다는 냉정하다가 더 좋다는 결론이었다.
그동안 외국인에게 한국인에 대한 인상과 느낌을 전해들을 때 가장 듣기 싫은 말이
사람들이 예의가 없다 라던가 또는 자기밖에 모른다 라는 말이 아니라
사람들이 호락호락하다거나 만만해 보인다는 말이었다.

개인적으로 나는 한국인의 한사람으로서

외국사람들에게 만만하게 보이기는 싫다.
유쾌하게 보이는 것도 좋고 친절하고 다정하게 보이는 것도 좋지만
절대로 만만하게 보여서는 안된다는 생각이다.

짧은 영어지만 분명히 얘기했다.
손님을 받고 그 자리에 또 다른 손님을 받는다는 것.

그건 분명히 잘못된 것이다.
그렇다고 내가 호텔을 옮긴다고 지금 니가 나한테

그렇게 기분 나쁜 인상 지을 이유는 없다.

그리고 바로 체크아웃을 부탁한 게 아니라

가방을 데스크에 맡기고 마침 찾아온 후이부와 함께
늦은 아침식사를 하기 위해 근처 시장으로 출발했다.

 

 

이후 호텔에 돌아오니 주인 얼굴이 조금은 나아져 보인다.

얼마 내면 되지?

여기 계산서 있어.

정확하지?

당근이지.

 

계산서를 펼치고 나름대로 날카롭다고 생각되는 눈초리로 보고 있으니

주인이 와서 설명한다.
먼저 큰소리 친 이유 때문인지 설명하는 주인 말투가 조심스럽다.
설명하는 말중 반밖에 못알아 들었지만 예상했던 금액이라
마치 다 알아들은 표정을 짓고 돈을 내밀었다.
팁을 조금 줄까 하다 그가 내게 해준 서비스가 없다는 기억을 떠올리곤

그냥 참았다.

 


다음에 또 오마.

꼭 와라.

 


미리 정해둔 공식같은 인사를 마치고 호텔을 나서 새로운 호텔로 향한다.
그 호텔은 몇가지 마음에 드는 점이 있다.

조그만 프론트 데스크지만 항상 아오자이(베트남의 전통의상)를 입은

여직원이 있다.

이 대목은 매우 중요하다.
둘러본 다른 호텔들은 이른 시간이라 그랬는지 간밤에 야근한 남자 직원이
근무복이 아니라 잠자기 편한 옷 그대로 입고 방에 대해 설명한다.
여직원이 있는 호텔도 청바지에 티셔츠 입고 있다.
옷이 별거냐고? 그렇게 생각할 일이 아니다.
손님을 맞이하는 곳은 손님에 대한 예의를 갖추어야 하는 법이다.

 

 

며칠 머문 뒤에 알았지만 꼬장꼬장하게 생긴 인상을 가진 주인이

직원들에게 매일 잔소리를 한다.
프론트에 있으며 그런 장면을 보며 별로 좋은 기분이 아니었는데
며칠 지나니 이 호텔 직원이 친절하고 또 구석구석 깔끔한 이유가

그것에 있는 것 같다.
주인이 무심하면 서비스는 엉망이 된다는 간단한 사실을 실천하고 있는 업소다.
그점에 나는 큰 점수를 준다.

 

 

베트남은 아직 공산국가의 관습과 체제가 남아 있는 곳이다.

따라서 서비스의 개념이 매우 부족하다.
이런 현실이라면 남보다 한발 앞선 마인드를 갖추는 것이 사업에 성공하게 되어 있다.
그 호텔은 나름대로 성공할 것이다.
그리고 당분간 서비스 업종에서 서비스 마인드는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넓직하고 편안한 방 침대에 벌렁 눕는다.
짐을 다 풀으니 이제야 내방에 온 것 같다.
이제 또 어디로 나간담?

 

 

 

 

 

 

 

 

 

새로 옮긴 Southern Hotel. 역시 데탐거리에 있으며 호텔 객실료는 25불.

전 호텔에 비하니 깔끔한 실내가 매우 고급스러워 보인다.

 

 

 

 

 

 

 

호텔 맨 윗층에 자리잡은 식당.

호텔에서 제공하는 아침식사를 위해 매일 아침 이곳을 찾는다.

투숙하고 있는 다른 관광객과 나누는 아침인사가 여행의 참맛을 느끼게 한다.

작은 속소에는 이런 인간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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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을 쓰고 나서 몇 번의 방문을 더 경험한 후

나는 더 이상 미니호텔을 찾아다니지 않고 나름대로 연구하고 개척한(?)

베트남의 새 숙소를 찾는다.

이것이 베트남에 가면서 겉으로 드러난 가장 큰 변화다.

하지만 이 미니호텔은 가슴속 어딘가에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아하누가

당시 촬영 카메라는 NIKON Coolpix E-5700과 Minolta Dimage-X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