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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의 CAVATINA

1.DEER HUNTER라는 영화를 처음 본 때는 1983년 재수생 시절이었다.당시 서대문에 있던 푸른극장이란 곳에서 할인권 들고 찾아간 것이디어헌터와의 첫 만남이었다.그영화는 내게 많은 감동을 주었다.사람의 감성을 몹시도 혼란하게 하여그 감동을 오래 지속시키는 느낌을 처음 맛본 영화다.그 뒤로 이와 비슷한 감동이 전해지는 영화에게 언제나 엄지손가락을힘차게 펴보이곤 했으니까. 영화를 보면 Stanly Myers의 음악 CAVATINA가 계속 나온다.음악이 영화의 장면과 어우러지는 가장 절묘한 조화로 기억하고 있다.영화에서는 존 윌리엄스의 기타로 음악이 연주된다.그 음악은 영화의 핵심 장면에서는 여지없이 등장하여 감성을 다진다.그 영화 이후 나는 디어헌터의 감동과 더불어 CAVATINA의 멜로디를 잊지 않..

ANAK - 필리핀의 소리

1979년경. 중학생이던 내가 팝송 듣는 일에 재미를 느낄 무렵이다.당시 ANAK이라는 필리핀 노래가 인기를 끌었다.미국와 영국노래가 전부였던 팝송 시장에 아시아권 노래가 알려진 것이다.타갈로그어로 불려진 이 노래는언어의 차이에서는 충분히 이국적인 이미지를 느끼나멜로디의 친숙함에서는그 동안 들어오던 팝송과는 또 다른 정서를 느끼기에 충분했다.아마도 필리핀 노래가 우리나라에 알려지게 된 것은 이 노래가 처음이고그 뒤로도 필리핀 노래는 우리에게 알려진 것이 없을 것이다. 자, 그러 필리핀이란 어떤 나라일까?사회적인 상식으로 알기에 필리핀이란 나라는7천여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섬나라며동남아에 위치하고 있어 일년 내내 더운 날씨이며전 국민의 80%가 카톨릭 신자인 아시아 유일의 카톨릭 국가다.한때 잘 살기도 하다..

약국

예전에 다니던 회사에서는 가끔 동료들과 탁구장에 갔었다.회사에서 머잖은 곳에 있는 탁구장은 시장 한복판에 자리잡고 있었다.퇴근후에 탁구를 한판 즐기고 나오면 이미 시장이 문닫은 시간이라이곳저곳 주변을 둘러볼만한 이유는 없었다.그러던 어느 여름, 해가 길어지면서 주변의 건물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을 때재미있는 간판 하나를 어렵지 않게 발견했다.   약국이었다.커다란 간판에는 '용한약국'이라는 빨간 글씨가 선명하게 빛나고 있었다.얼핏 스치듯 지나친 그 간판이 집으로 돌아올 때쯤 조금씩 선명해지더니이후 그 이름과 이름을 짓게 된 기발한 발상을 한번 더 생각하게 되었다.약국 이름이 용한 약국이라면 우리나라에서 제일 잘 지은 이름일 것이다.그 당시엔 의약분업이란 제도는 알지도 못할 때여서많은 서민들은 약국을 병..

축구와 나 (2)

1.     프로축구 시즌이 시작되기 전엔     프로축구발전을 위한 공청회라는 것을 연다.     축구발전을 위해 의견을 모으자는 취지다.               1999년 무렵 시즌을 앞두고 공청회가 열렸는데     그 자리에 패널로 참석하게 되었다.              이용수 해설위원(현재 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의 주제 발표로 열린     이 자리에는 프로축구팀 관계자, 스포츠 신문 편집국장, 프로팀 감독,     그리고 일반 팬 대표 등 이미 선정된 5명의 패널이 참석했고     그 중에 팬 대표로 내가 참석했다.          각 패널이 질문할 때는 각 방송의 카메라들이 코앞에까지 다가와     촬영을 했다. 내가 말할 때도 그럴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다 되어 가는 데도 내..

축구와 나

1.        지금부터 약 10년전 어느 여름 토요일.       동대문 운동장에서 열리는 프로축구를 보려고 집을 나섰다.       속옷보다는 약간 세련되었으나       결코 속옷과 큰 구분이 가지 않는 런닝 셔츠와       외출용이 아닌, 집에서 입고 자는 반바지에       샌들도 아닌 슬리퍼 차림.                   지하철로 향하다 문득 포항에서 열리는 경기가 더 보고 싶어졌다.       행선지를 바꾸어 택시를 타고 김포공항에 도착.       포항행 비행기표를 샀다.       그리고 비행기에 탑승하려고 트랩에 오르는데       비행기 입구에서 다소곳이 인사를 하던 스튜어디스가       나를 훑어보더니 비행기표를 보자고 한다. 보여줬다.       이번엔 신분증을 보잔..

2003 베트남(호치민) 8화 - 에피소드

여행을 하고 그 여행의 감상을 글로 정리하다보면스토리의 구성으로는 부적당한 작은 해프닝들이 있다.추억을 남겨주는 데에는 이런 작은 해프닝들이 오히려 더 오래 기억에 남곤 한다.어느 여행에서든 작은 해프닝들이 생긴다.여행을 즐겁게 해주는 것은 일정과 동행, 볼거리가 아니라 이런 작은 해프닝들이다. ---------------------------------------------------------------------------       1. 군대  후이부(남. 26. 영어강사)와 여기저기를 함께 다니니 당연히 할 얘기도 많아진다.어쩌다 군대 이야기가 화제가 되었는데베트남에서도 군대를 가는지라 녀석도 2년간의 군복무를 마쳤다 한다.남자들이 모이면 군대 이야기를 하는 것은비단 우리나라에 국한된 이야기가 ..

2003 베트남(호치민) 7화 - 청년 후이부(Huy Vu)

비록 첫 번째방문이었지만 후이부(Huy Vu 남. 당시 26세)라는 젊은 친구를 알게 된 것은베트남 여행에 큰 도움을 줬다.----------------------------------------------------------------------------------     첫 번째 베트남 여행에서 가장 많은 도움을 받은 사람은후이부(Huy Vu)라는 젊은이다.여행에서 알게 된 이 친구는 현재 사이공의 한 영어학원에서 강의를 한다.대학에선 테크놀러지를 전공했는데 첫 직장에서 월급이 시원찮아 그만두고지금은 영어강사로 일하고 있다.대학 졸업 후 초봉이 약 80달러였으나 지금은 200달러 정도 받는다고 하니이것으로 그들의 생활수준과 물가 수준을 대충 가늠할 수 있겠다.  캐나다에서 공부한 실력답게 좋은 발..

2003 베트남(호치민) 6화 - 연인의 학교

가끔씩 여행을 하며 예상치 못한 소득을 얻는 경우가 있다.공돈이 생긴 것도 아니고 좋은 호텔에 저렴하게 숙박하는 것도 아니다.여행자로서 쉽게 볼 수 없는 것들을 우연찮게 또는운 좋게 마주치는 일들이 바로 그것이다.---------------------------------------------------------------   예전에 필리핀 마닐라에 갔을 때바클라란 시장 뒷골목에서 벌어지는 학생들의 농구시합을 본 적이 있다.작은 골목길을 막아 양쪽에 골대를 세우고유니폼을 갖춰 입은 선수들과 심판진, 그리고 나름대로 비장해 보이는 표정들.고르지 못한 바닥과 환경 때문에 웃지 못 할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하지만끝까지 신중하고 진지하게 경기에 임하던 모습을 잊을 수 없다.잠깐 작전타임 휘슬이라도 울리면그 틈을..

2003 베트남(호치민) 5화 - 모닝콜

베트남의 분위기 상 밤늦은 시간까지 돌아다닐 곳도 없으니 일찍 잠자리에 들게 되고,일찍 잠자리에 드니 일찍 일어나게 된다.더욱이 2시간 늦은 시차 때문에 평소 일어나는 시간에 몸이 일어난다면,그 시간은 아직 새벽 6시 이전이니 더욱 그렇다.베트남을 재밌게 즐기는 방법은 밤늦게 까지 돌아다니는 것이 아니라 새벽같이 일어나 부지런히 쏘다니며 낮시간을 즐기는 게 방법이다.물론 그걸 알게 되는 데까지는 무려 3년이 걸렸다.    호텔을 조금 좋은 곳으로 옮기니비로소 모닝콜이라는 세련된 단어가 생각나기 시작했다.원래는 웨이크업 콜Wake-up call이라고 하고, 모닝콜은 전형적인 콩글리쉬다.하지만 아침에 혼자 힘으로 일어나기 힘들 때남이 도와준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으므로단어의 정확도 여부는 전혀 중요하지 않은..

2003 베트남(호치민) 4화 - 롤렉스 시계

사이공의 첫 아침.시차와 잠자리 적응에 실패하여 6시경에 눈을 떴다.베트남의 아침은 일찍 시작한다는데 그거야 더운 나라니까 그렇다.대학교의 첫 수업이 6시 30분에 시작한다며부지런한 나라라고 잘라 말하는데부지런한 걸로 따지면 우리나라 당할 나라있나?새벽 3시쯤 잠이 안와 담배라도 한대 피우려고 집앞 골목길에 서있자면신문 배달, 우유 배달, 한경미화원 등 평소 몰랐던 사람들모두가 부지런히 움직인다.추우나 더우나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똑같이 움직인다.이런 장면을 베트남 사람들이 보면 쓰러질 것이다.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대충 호텔을 옮기고 나니후이부(huy Vu. 26. 영어강사)가 찾아왔다.대뜸 어디에 가고 싶냐고 묻는다.첫 행선지는 근처에 있는 유명한 시장 벤탄 시장으로 잡았다.어느 나라든 시장이란 곳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