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과 웃음 사이

4개의 CAVATINA

아하누가 2024. 6. 29. 22:10


 

1.
DEER HUNTER라는 영화를 처음 본 때는 1983년 재수생 시절이었다.
당시 서대문에 있던 푸른극장이란 곳에서 할인권 들고 찾아간 것이
디어헌터와의 첫 만남이었다.

영화는 내게 많은 감동을 주었다.
사람의 감성을 몹시도 혼란하게 하여

그 감동을 오래 지속시키는 느낌을 처음 맛본 영화다.
그 뒤로 이와 비슷한 감동이 전해지는 영화에게 언제나 엄지손가락을
힘차게 펴보이곤 했으니까.

 


영화를 보면 Stanly Myers의 음악 CAVATINA가 계속 나온다.
음악이 영화의 장면과 어우러지는 가장 절묘한 조화로 기억하고 있다.
영화에서는 존 윌리엄스의 기타로 음악이 연주된다.
그 음악은 영화의 핵심 장면에서는 여지없이 등장하여 감성을 다진다.
그 영화 이후 나는 디어헌터의 감동과 더불어 CAVATINA의 멜로디를 잊지 않는다.

 

 

 

2.
조금 더 나이를 먹어서, 시집간 누나집에 자주 놀러갔다.

누나의 집은 언제나 평온하다.
내가 힘들고 피곤할 때 누나의 집을 방문하는 것은 내게 주어지는
몇 안되는 커다란 휴식이었다.

 

당시 누나집에는 오디오가 있었다.
누나집에 가야 오디오를 마음껏 들었다. 우리집엔 없었으니까.
누나집에 있던 앨범중 어느 옴니버스 앨범이 있었는데
마지막 곡에 이 CAVATINA가 있었다.

베란다 쪽의 커다란 창에는 강한 햇볕이 들고 벽에 기대어 앉아
다리를 길게 뻗고 들은 CAVATINA는 내게 잊을 수 없는

추억의 한 장면이 되었다.
오디오가 흔해지면서 사회적 이성에 음악적 감성이 묻혀가면서
CAVATINA는 점점 기억에서 잊혀졌지만

 CAVATINA는 언제나 잊을 수 없는 추억으로 시간을 함께 했다.

 

 

 

3.
클래식 기타를 친 것은 중학교 때부터였다.
같은 또래에서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잘 쳤지만 취미의 차원이었을 뿐이다.
군대에서 제대하면서 클래식 기타의 열정에 다시 불을 지펴

이번에는 조직을 구성했다.
마음에 맞는 사람을 찾아다니며 멤버를 구성하여

취미에 대한 애정을 돈독히 하고 합주로 그 범위를 넓히고 있었다.

 

그 무렵 어느 단체에서 클래식 기타 연주회가 있어 연주회장을 찾았는데
그곳에서 잠시 있었던 CAVATINA를 다시 만났다.
잠시 있었던 시간들이 생각난다.
영화의 한 장면도 생각나고 커다란 창이 있던 누나집의 햇살도 떠오른다.
그리고 CAVATINA는 언제나 내 곁을 맴돌고 있었다.

 

 

 

4.
클래식 기타 모임의 후배 하나가 힘들게 구해왔다며 CAVATINA 악보를 꺼낸다.
당시 악보 한 장 구하기가 쉽지 않은 때라 무척 반가운 악보다.
2중주로 편곡되어 있는 악보를 힘들게 구한 후배와 조율을 마치고 연주에 들어갔다.
시작부분이 연주된다. 우리는 서로 그 소리를 들었다.
그도 나도 아마 평생 잊지 못할 소리를 듣는 순간이었다.
그 뒤로 열심히 연습해서 우리 이중주팀은 나름대로 CAVATINA를 소화했다.
지금은 어떻게 치는 지도 잊었지만 그때의 기억은 결코 잊지 못한다.

 

 

 

 * * *

 

 

 

내게는 네 개의 CAVATINA가 있다.

언제 들어도 다양한 감성이 전달되는 CAVATINA.
오늘은 오랜만에 CAVATINA를 들어야겠다.
지나간 추억을 가장 절실하게 찾아주는 고마운 음악이다.

 

 

 

 

 

 


http://youtu.be/xAAiYMgFcbw

 

 

'추억과 웃음 사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비누  (0) 2024.06.29
오래전 라디오 공개방송  (0) 2024.06.29
ANAK - 필리핀의 소리  (0) 2024.06.29
약국  (0) 2024.06.29
추억 들국화  (0) 2024.06.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