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에 전자수첩이란 걸 산적이 있다. 한참 유행일 때였으니 얼마나 신기했는지 아는 사람의 전화번호란 전화번호는 모두 입력해 두기로 했다. 많은 사람의 이름을 입력하려니 시간도 많이 걸리겠지만 그 재미 또한 상대적으로 대단한 것이라 얼른 작업에 들어가고 싶었다. 하지만 그에 따르는 시간도 만만치 않을 것 같아 그 달콤한 유혹을 꾹 참아 두었다가 국가에서 실시하는 민방위훈련 시간을 이용했으니 그러한 재미를 그 때까지 참을 줄 아는 나의 절제된 인내력에 스스로 대견해 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 전자수첩에는 또 하나의 기능이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영어와 일어에 대한 회화였다. 하필이면 그 당시에 일본에 잠시 다녀올 일이 있어서 전자수첩에 일어회화까지 있다는 사실을 보며 현대과학의 혜택을 누리게 됨을 비로소 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