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센 마누라는 여자보다 아름답다

야쿠르트

아하누가 2024. 7. 6. 02:22



“출근하자마자 야쿠르트 꼭 드셔요~”

 

  

아침에 회사가려고 집을 나서는데 아내가 야쿠르트 얘기를 꺼냈다. 

전날 가방에 넣어준 건데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냉장고에 넣어두었었다. 

그리고 사무실에서 일하다보니 

냉장고에 넣어둔 야쿠르트는 깜빡 잊고 하루를 보내게 되었다. 

저녁에 집에 들어와 아침에 준 야쿠르트 먹었냐고 아내가 물어볼 때가 되어서야 

나는 그것이 그대로 냉장고에서 잠자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끔 아내가 출근할 때 먹을 걸 싸주는데 

그 스케일이 보통의 사람들이 생각할 수 있는 상식 이상이다. 

웬만한 한 부서 사원들 회식을 해도 될 만큼의 분량을 바라바리 챙겨주는데, 

항상 그 날은 자동차를 가지고 출근을 해야 한다. 

 

그런 아내가 조금 무식해 보이는 듯하지만 

그래도 조금씩 앙증맞게 챙겨주는 것보다 이게 낫다는 생각을 가끔 한다. 

그리고 이럴 때 한번씩 아내에게도 좋은 점이 있다고 억지로 생각하며 

근근히 하루하루를 이어가고 있다. 

 

  

아침에 출근하고 하루 일과를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시간에 

아내로부터 전화가 왔다. 

 

  

“야쿠르트 먹었어요?”

 

  

야쿠르트? 

 

그렇지 그게 아직 냉장고에 있었지. 

평소 내가 싸오는 음식 좋아하는 앞자리 권주임이 먹지 않았다면 

당연히 냉장고에 그대로 있을 것이다. 

 

윌이라는 상표를 가진 야쿠르트는, 

집으로 정기적인 매달을 통해 먹는 게 아니고 편의점에서도 파는 게 아니니 

아내가 기분 좋을 때 가끔 들고 들어오는 거라 내 눈에 보였다 안보였다 하는 음식이다. 

별 거 아닌 것 같아도 가끔 그렇게 챙겨주는 아내가 고마워서 

야쿠르트를 원샷하고 났더니 아내로부터 또 전화가 왔다. 

 

    

 

“야쿠르트 먹었나요?”

 

“응. 근데 뭐 그걸 가지고 자꾸 전화하는 거지?”

 

  

아마도 아내가 그냥 전화해서 딱히 할 말이 없으니 

적당한 핑계를 찾은 게 어제부터 냉장고에 있던 그 야쿠르트인 모양이다. 

그래도 먹었으니 매번 그런 거 챙겨줘서 고맙다는, 

침도 안바른 현식적인 인사를 하려는 순간 

수화기 너머로 듣지 말았어야 하는 말이 들려왔다. 

 

  

 

“다행이네. 그거 이미 유통기간 지나서 빨리 먹어야 하거든요.”

 

“......?”

 

  

 

 

 

  

  

 

아하누가

이래도 마누라가 안 나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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