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센 마누라는 여자보다 아름답다

계란후라이

아하누가 2024. 7. 6. 02:20



"정말 저런 방법이 있네?"

 

 

어느 주말 저녁, 아이들과 TV를 보다 

어느 지식 프로그램에서 보여주는 생활 상식 한가지를 접하곤 무릎을 탁 치고 말았다. 

계란 한개로 후라이 너댓개를 만드는 내용인데 그 방법과 발상이 아주 참신하다. 

일반적인 계란후라이의 모양은 계란의 흰부분이 넓게 자리잡고 

가운데 부분에 노란 색 반구(半球)모양이 자리잡은 모습이다. 

따라서 계란 한개로 이런 전형적 모양에 변형을 일으키지 않고 

여러개를 만드는 이 방법은 참으로 신선하고 기발한 셈이다. 

 

우선 달걀을 냉동실에서 얼린다. 

얼린 달걀의 껍을 벗기고 달걀을 눕힌 채 4등분 또는 5등분으로 나눈다. 

그리고 각각의 조각을 후라이팬에 올린 뒤 익히면 

모양은 다소 작아지나 거의 완벽한 계란후라이가 조각의 숫자만큼 만들어진다. 

물론 이것은 '질량보존의 법칙'에 충실히 따르고 있으므로 

계란 한개가 여러개가 되는 것이 아니라 한개가 여래게로 나누어지는 것으로, 

전체의 질량은 한개와 같다. 

이게 늘어난다면 그건 세포분열 같은 생명공학이거나 혹은 마술이다.  

만드는 방법이 워낙 간단하니 집에서도 쉽게 만들 수 있을 것 같은 아이디어다. 

아니나 다를까, 같이 TV를 보던 큰아들 후연이가 우리도 만들자고 조른다. 

 

"그래, 먼저 계란부터 냉동실에 넣자!"

 

아이나 어른이나 같은 정신수준으로 평균화되어 

신종 기술인 계란후라이의 세포분열을 시도하고자 했다.

 

"언제 만들어요?"

 

작업현장이 매우 궁금한 후연이는 계란을 냉동실에 넣자마자 내게 물었다. 

계란이 다 언 다음에 해야 하고 

조금 이따가 엄마 돌아오면 만들어 달라고 하자 하니 

녀석은 기대에 가득찬 얼굴로 엄마를 기다리며 

냉동실 문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 

 

잠시후 아내가 들어왔다. 

애나 어른이나 할 것 없이 쪼로록 달려가 계란후라이 만들어 달라고 하니 

난데없는 계란후라이 공세에 아내는 잠시 당황했다. 

 

"계란후라이를 4개로 만들 수 있어요. 정말이라니깐요?"

"정말 그런게 있어요?"

 

아이들 말을 못믿겠는지 아내는 내게 물었다. 

살림하는 주부라 관심이 많은지 매우 흥미롭고 기대에 가득찬 표정을 짓고 있었다. 

엄마의 반응과 관심에 후연이는 신이 났는지 

비엔나 소년 합창단 같은 고음의 소프라노 톤으로 두서없이 설명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밖에서 돌아와 숨 돌릴 틈도 없었던 아내는 

아이의 설명이 계란으로 바위치는 소리로 들리는지 

언뜻 이해가 가지 않는 표정이었다. 

두서없는 아이들의 설명과 방법은 아내가 이해하기엔 다소 문제가 있겠다 싶어 

내가 직접 계란 후라이 만드는 방법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 

하지만 침착하고도 정갈하며, 상세하면서도 논리적인 설명에도 불구하고 

아내의 표정은 처음보다 상당히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으며, 

그 표정은 내게 도통 그 방법을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해석되었다. 

 

"글쎄 그건 아는데...."

 

다시 처음부터 상세히 설명하려고 말을 꺼내자마자 

아내는 내 말을 막으며 자신의 심각한 오해를 인정하기 시작했다. 

그러니 계란후라이의 놀라운 조각나누기를 이해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본인의 타고난 식성과 음식에 대한 욕심에 대한 오해와 실망이었다. 

처음 얘기를 들었을 때의 흥분된 표정이 완전히 사라진 아내는 

힘없는 혼잣말을 외치고 있었다. 

 

 

"난 또 계란 4개를 합치고 나서 

한개처럼 보이게 하는 후라인줄 알았네....."

 

"......!"

 

 

세상을 바라보는 기준과 세상에 대한 기대는 저마다 다르다. 

 

 

 

 

 

 

 

아하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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