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센 마누라는 여자보다 아름답다

막빵

아하누가 2024. 7. 6. 02:18


"빵은 역시 막빵이 최고여~"

"막빵?"

 

 

빵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배고픔을 표현하는 눈물의 빵이 있고, 

단지 끼니 및 식사를 뜻하는 철학적 의미의 빵이 있다. 

그런가 하면 인상적인 발음의 뉘앙스로 인해 주먹빵, 담배빵, 생일빵 등 

다른 명사 뒤에 붙어 또 다른 의미를 만들기도 한다. 

어디 그뿐인가? 

오붓한 공간을 의미하는, 방으로 끝나는 낱말을 유난히 강조함으로써 

그 장소를 폄훼하는 수단으로도 쓰인다. 감빵, 여관빵 등.

하지만 빵의 대표적 의미는 단순히 먹는 빵이다. 

그런 빵에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고급스럽게 포장된 제과점 빵에 대응한 구멍가게에서 파는 빵을 막빵이라 칭한다.

이 놀라운 작명은 1990년대 초반 하나 뿐인 여동생에 의해 발견되고 

그 표현의 적절함에 감동하여 발견 이후 무려 10여년이 지난 이 시간에도 

나 역시 그 낱말의 현란한 활용을 즐기고 있다.

 

일을 마치고 집에 들어오니 빵이 집안 구석구석에 돌아다니고 있다. 

그 빵들은 앞에서 무려 100개가 넘는 단어로 열변을 토한 바로 그 '막빵'으로, 

국내 유명 메이커의 상표가 선명히 찍혀있다. 

두개 붙은 추억의 땅콩샌드부터 우유식빵, 옥수수 식빵, 그리고 롤케익, 

종전의 보름달의 명성을 계승한 것으로 보이는 빵, 

코팅된 표면에 설탕이 살짝 녹아있는 빵, 

소보로라는 말을 무식하게 곰보라는 말로 대용했던 바로 그 빵까지 

온 집안 천지가 빵, 빵, 빵이다.

갑자기 아내의 흉폭한 광적 취향이 발휘되었는지, 

아니면 복면을 쓰고 빵공장을 털었는지 집안은 구석구석 빠짐없이 빵빵하다. 

아마도 저걸 다 먹으려면 빵에 들어있는 방부제의 효과가 모두 가실 때까지도 

먹을 수 없을 것 같다. 

얼른 어림잡아 빵의 수효를 헤아리고 

이것을 구입하는 데 들어간 비용과 이것을 다 먹기 위해 필요한 인원을 환산하고 

동원 가능한 인원을 머릿속에 헤아려보기 시작했다. 

한 때 제과점 점장도 했던 친구 용모, 아무 거나 잘 먹는 돌탱이, 

편의점 빵을 평소 애용하는 마징가..... 그래도 모자랄 것 같다.

 

"이게 웬 떡, 아니 빵이래?"

"흐흐흐 그게 말이지요..."

 

사악하게 웃음 짓는 아내의 표정에서 나는 이미 이 상황을 눈치채고야 말았다. 

세상에는 가끔 꿈에서나 상상하던 일들이 현실로 벌어져 사람을 놀라게 할 때가 있다. 

그리고 그것은 로또 복권에 맞는 꿈이나 미스코리아가 데이트 신청하는 내용처럼 

정말로 이루어졌으면 하고 바라는 것 외의 것이라는 사실도 알고 있다. 

아직도 사악한 표정을 정리하지 못한 아내가 그 잔인한 사실을 확인시켜주었다.

 

 

"혹시 빵 먹다가 머리카락 나오면 그대로 잘 포장해서 나한테 바로 전화해요. 알았죠?"

"......."

 

 

오늘은 집안이 빵빵하다. 

 

 

 

 

아하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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