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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처음 겪어보는 일이 생깁니다.

살다보면 처음 겪어보는 일이 생깁니다.나이가 아무리 많이 들어도 처음 겪는 일이 생기는 것은 마찬가지인가 봅니다.  얼마전에 우연히 국악인들을 알게 되었습니다.이름만 대면 알만한 그런 사람들은 아니고,그저 국악을 평생의 업으로 생각하며 연습하고 또 공연하며 보내는 사람들이었습니다.대부분 나보다 나이가 조금 더 많은 것 같구요. 이런저런 얘기하다가 이들의 큰 문제가 제대로 된 대본이 없는 점이라고 하더라구요.그래서 마당놀이 심청전이나 흥부전 같은 것은몇 년째, 아니 몇십년째 대사가 조금 바뀌는 정도에서 같은 대본으로공연하고 있다고 하더라구요.잘 된 대본만 있으면 새로운 창극을 할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중론이었습니다.물론 몇 명의 국악인들이 한국 국악의 현 상황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니까정확한 사실은 아니겠지..

저서 안내 2024.07.06

건전지

“여보! 장난감에 빳데리 떨어졌어요. 얼른 빳데리 사다줘요” 모두들 잠이 들어야 정상인 밤 12시가 넘은 시간.세상에 잠이 많기로 알아주는 아내는 아직 잠을 못자고 있다.아내가 잠을 못자는 이유는 누굴 닮았는지 밤 늦은 시간까지 잠도 안 자고줄기차게 놀아대는 큰아들 후연이 때문인데마침 후연이는 늘 가지고 놀던 장난감 자동차에 건전지가 떨어져 움직이지 않는다고갖은 투정을 부리고 있었다.건전지가 떨어졌으면 자기가 가서 사오지 왜 아이 놀이에 전혀 참여하지 않았던나를 끌여 들여 건전지를 사오라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그냥 자라 그래! 지금 시간이 몇신데.....” 건전지를 사러 가기 싫은 이유가 가장 큰 이유였지만 사실 시간이 밤 12시를 넘었는데장난감을 재정비해서 다시 놀이를 시작하겠다는 건 어린 아이에게..

컴맹

“그러니까 한번 누르면 켜지고 또 한번 누르면 꺼진다 이거죠?”“그래, 아주 쉬워”  큰 아들 후연이가 다니는 놀이방에서 재롱 잔치가 있던 날,혼자 참석하게 된 아내는 캠코더 작동법을 몇 번이고 되물었다.캠코더 작동에 필요한 모든 작업들을 마치고 아주 간단한 최후의 조작법만아내에게 설명하고 있던중이었다.의외로 단순한 조작방법이 오히려 의심쩍은지 아내는 몇번이고 그 방법을 되물었다.하긴 비디오 카메라의 작동 방법이 어찌 녹화 버튼을 반복해서 누르는 것 뿐이겠냐만그밖의 방법들은 오히려 알면 알수록 피곤해지는 것이라 생각해서간단한 방법만 알려주었던 것이다. 하지만 어째 아내의 표정이 그리 밝아보이지 않는다.  그날 저녁.집에 들어와서 녹화해 둔 비디오를 보려고 카메라를 작동시키니어째 녹화된 화면이 예사롭지 않..

변화

“여보, 빨리 얘 좀 봐요!”  집에 들어오니 아내는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온갖 호들갑을 떨며큰 아들 후연이를 쳐다보라고 손짓한다.옷 갈아입고 세수하지 않은 것은 물론 아직 신발도 벗지 않았지만아내가 저렇게 호들갑을 떨 때 박자를 맞추지 않으면 몹시도 피곤한 하루가 된다. “뭔데 그래?” 늘 그랬듯이 속으로는 절대로 대단한 일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지만겉으로는 매우 관심있는 표정을 의도적으로 만들어가며 아내에게 물었다.아내 말에 따르면 가루로 된 비타민 C를 먹고 있는데아들 후연이가 자기도 달라며 보채더란다.그래서 몇 방울, 아니 몇 가루 남은 것을 입에 톡 털어주니 그 신맛 때문에후연이가 오만가지 찌그러진 인상을 다 짓더라는 것이다.그 표정이 그렇게 재미있었는지 아내는 아직도 흥분이 가라앉지 않은 표정..

잔소리

“여보, 지금이 몇신데 아직도 안 자요?” 잠결에 눈을 뜬 아내가 늦은 밤까지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나를 보고 늘 그렇듯 잔소리를 한다.이제 겨우 새벽 3시가 조금 넘은 시간인데 뭐 그리 큰 일이라도난 것처럼 얘기를 하고 있었다. 밤에 잠을 안자는 사람도 나요밤에 잠을 안자서 그 다음날 피곤한 사람 또한 나일텐데왜 아내가 이래라 저래라 하는 지 늘 이해가 가지 않았다.그런 정도의 지시나 명령에 가까운 잔소리라면어머니나 아버지께 들어야 하는 잔소리가 아닌가. 그런데도 아내는 늘 무언가 자신의 맘에 들지 않으면스스로 답답함을 이기지 못하고 계속 잔소리를 하곤 했다.내가 잠을 안자면 왜 아내가 답답한지 궁금하던 바로 그 순간에아내는 잠꼬대 같은 말투로 남은 잔소리를 중얼거린다. “잠을 잘 자야 키가 쑥쑥 크지..

돌하르방의 코

"자! 하르방의 코를 잡으시면 아들, 턱을 잡고 찍으시면 딸입니다" 제주도 신혼여행지에서의 일이다.사진사는 물론 여행가이드 역할까지 맡고 있는 택시 운전기사는커다란 돌하르방 앞에 새색시를 세우더니 이렇게 말했다.아마도 제주도를 찾는 많은 신혼여행객 때문에 생긴 새로운 풍습인 것 같았다.아내는 남들이 흔히 하는 생각대로 하르방의 코를 잡았고택시기사 또한 으레히 그러려는 표정으로 아무런 느낌없이사진을 한장 찍었다. 그리고 이어서 다른 주문을 했다. "자! 이번에는 턱을 잡고 한장!" 이것 또한 신혼여행지에서 생겨난 일종의 풍습인 것 같았다.한장은 코를 잡고 찍고 또 한장은 턱을 잡고 찍고.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아내는 택시기사의 거듭된 요청에도 아랑곳하지 않고듣는듯 마는듯 계속 코를 만지작 거리고 있었다."허..

복비

“나도 내일 같이 가요!” 전세 계약을 하러 가기 전날,아내는 신이 난 어린애 처럼 조르듯 말을 건넨다. “응? 내일 출근하지 않아?”“출근이야 하지만 뭐 거기 다녀올 시간 못 내겠어요” 전세 계약이라는 것이 뭐 볼만한 구경거리가 있는 것도 아닐텐데아내는 같이 가겠다고 한다.아무리 생각해도 전세 계약할 때 유승준이나 S.E.S가축하공연을 했다는 애길 들은 적이 없는지라아내가 굳이 가깝지 않은 길을 따라나서겠다는 것이 언뜻 이해가 가지 않았다.물론 싸움이라도 벌어진다면 그야말로 든든한 아군이 되겠지만전세 계약하면서 싸울 일이 있을 리가 있나.그러니 굳이 아내와 같이 갈 이유는 어디에도 없었다.하지만 아내는 계속 같이 가자고 한다.글쎄... 아마도 힘들게 마련한 집이니어떤 사람들이 이사오는지 궁금한 모양이다..

가정의 평화는 내가 지킨다

“설겆이 할래요? 아니면 방 청소 할래요?” 일요일 오후 모처럼 낮잠을 즐기려는데 성질 급한 아내가 청소기를 들고 들어와양자택일을 요구하며 인상을 쓰고 있다.개그맨들이 출연하는 데이트 프로그램의 ‘최후의 선택’ 시간도 아닌데뭐 그리 대단한 선택의 기회를 주기라도 하는 것 처럼 기세가 등등하고 의기가 양양한 채로서 있는 것이었다. 방송에 출연하면 출연료라도 주지, 이건 출연료는커녕두 가지 다 노동력만 혹사해야 하는 불평등 선택이었다.“그냥 두개 다 당신이 하면 안돼?”몹시도 귀찮다는 듯이 대답을 했지만 방안의 분위기는 몹시도 강한 찬바람이몰아치고 있었다. 이 바람은 열대 남국의 열기도 한방에 얼게 만들 것 같기도 했고떡복이 먹고 흘리는 땀도 그 자리에서 얼어붙게 할 것만 같았다.그런 분위기로 아내는 말을 ..

미인은 잠꾸러기?

“아 졸려, 이제 자야지. 내일은 쉬는 날이니까 일찍 자야겠다~” 아내가 졸립다며 잠자리에 든다.늘 밤이면 항상 하는 말이지만 오늘은 왠지 생소하게 들린다.아니, 생소할 뿐 아니라 뭔가 이상하게 들린다.이상하고 생소하게 들리는 이유는 이렇다.우선 얼핏 듣기엔 매우 평범한 대화 같지만 가만히 말뜻을 되새겨 보면말도 안되는 얘기다. 내일 쉬는 날이라면 늦게 자겠다고 해야 정상이고또한 맞는 표현이지, 내일 출근하지 않는다고 일찍 자겠다니 도대체 이게 무슨 말인가?살다살다 별 이상한 사람도 다 본다.그럼 평소에는 ‘내일은 출근하는 날이니까 더 일찍 자야지’ 라고 말하나?참 이상한 일이기도 하다.  아내는 잠이 많다.잠이 많은 정도가 아니라 잠이 무슨 인생의 목표라도 되는 양집요한 목적 의식과 노력으로 잠을 잔다..

생일케이크

“아, 예... 근데 아기가 몇 살이죠?” 아들 후연이가 태어난지 3년이 되는 날, 아내와 함께 집 근처 제과점에 갔다.아기 생일이라며 앙증맞고 조그마한 케익을 하나 고르니 제과점 직원은케이크에 꽂을 초를 준다며 아기가 몇살인지 묻고 있었다.극히 정상적이며 평범하기 이를 데 없는 그 질문을 받는 바로 그 순간내 머리에는 너무도 많은 생각들이 스치고 지나갔다. * * * 아내는 생일 케이크를 사러 가면 항상 생일을 맞는 사람의 나이를 59세라고 말한다.특별히 ‘59’라는 숫자에 원한이 있다거나 또는 그 반대로그 숫자를 좋아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 나이가 가장 초를 많이 받을 수 있는숫자의 나이라는, 극히 속물적이면서도 평범한 생각 때문이다.큰 걸로 다섯개, 작은 걸로 9개의 초를 주니 얼마나 알뜰하게 받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