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오후. 전철을 타고 어디론가 가는 중이었다. 이미 겨울의 찬 기운은 그 힘을 소진하여 햇살은 점점 더 강한 힘으로 아직 남아 있는 찬 가운을 녹이고 있다. 전철이 지하 구간을 지나 지상으로 올라가니 그 따사로운 햇빛이 차창을 통해 뒤통수를 때린다. 마침 전철안에는 사람이 거의 없어 그 따사로움이 공간적인 넉넉함과 어울려 봄의 기운을 흠뻑 느끼게 한다. 이럴 때는 두 팔을 서로 꼭 끼고 고개를 숙인 채 한가로운 낮잠을 즐기는 것도 좋지만 드물게 겪는 넉넉한 공간적 매력에 달콤한 낮잠의 유혹을 의식적으로 거부하고 신문을 넓게 펼쳤다. 사람이 많지 않은 전철안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 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