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양말과 슬리퍼

아하누가 2024. 7. 7. 00:10



TV에 나오는 연예인들에게 한가지 바라는 것이 있다. 

패션을 리드하는 연예인의 특수한 입장에서 앞으로 두 개가 서로 다른 양말을 신고 

TV에 나왔으면 좋겠다. 그것이 실수로, 또는 그럴만한 사정이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그냥 멋으로, 개성으로, 당당하게 나왔으면 좋겠다. 

이 생각은 내가 10여 년 전부터 하던 생각으로 양말을 짝짝이로 신고 다니는 게 

흉이 안된다면 얼마나 양말 관리가 쉬울 것이며 

또한 이는 경제적으로 얼마나 이익이겠냐는 점이다. 

 

내가 신문기자였다면 인구수 X 일년간 양말 수 등을 계산하여 

이 방식이 유행하면 연간 얼마의 돈이 절약된다는 기사를 썼을텐데 

기자가 아니니 그런 기사를 쓸 필요는 없다. 

하지만 대략 계산해도 전국적으로 어마어마한 돈이 절약될 것이다. 

그러나 그 경제적인 잇점 때문에 사람들이 그렇게 하자면 

거기에는 반드시 패션을 리드하는 연예인들의 힘이 필요하다. 

하지만 10년째 TV를 지켜봐도 액서서리에만 신경 쓰지 

양말에는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음이 답답하다. 

정말 우리나라 연예인들에게는 기대할 게 없는 모양이다. 

그래, 그런 거 기대 안할테니 뽕이나 먹지말고 군대나 제대로 가라. 

 

 

더 이상 연예인들의 용단(?)을 기대할 수 없을 것 같아 나름대로 대안을 마련했다. 

그것은 똑같은 양말을 잔뜩 사다두는 것이다. 

벌써 3년째 나는 똑같은 양말을 신고 있다. 

단순 반복에 쉽게 익숙해지는 특이체질도 있지만 그렇게 양말을 신으니 

한두개 잃어버려도 아깝지 않다. 

어떻게든 두 개만 되면 신을 수 있으니까. 까만색 스트라이프 무늬를 띈 면양말은 

정장할 때도 청바지 입을 때도 어색하지 않으니 나름대로 마련한 대안치고는 

몹시 성공적인 셈이다. 이렇듯 양말에 관한 나의 패션은 단순하고 무식하기 그지없다. 

 

 

* * * 

 

 

우리집은 위층 아래층에 처가와 함께 살기 때문에 

하루에도 몇번씩 위 아래를 오르락내리락 하게 된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슬리퍼. 

몇 년전에 내가 두팔 걷고 앞장서서 큼지막한 슬리퍼를 똑같은 것으로 5켤레 샀다. 

장정들인 처남이 있고 대단한 발 크기로 유명한 아내가 있으니 

크기에는 모두들 만족하는 눈치다. 

그러고 나니 위 아래 아무거나 신고 편하게 왔다갔다 할 수 있다. 

똑같은 양말을 쌓아두고 신는 바로 그 원리가 적용되었는데 

그것도 제법 알뜰한 발상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평생 신을 것만 같던 슬리퍼도 낡게 마련이고 집밖으로 나갈 일이 없어 

절대로 잃어버리지 않을 것만 같던 슬리퍼도 시간이 지나니 없어지기 시작한다. 

예전에 도무지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유로 슬리퍼 하나가 사라지더니 

오늘은 또 하나가 낡아서 발등 덮개 부분이 떨어져 나갔다. 

세월 이기는 장사 없기는 슬리퍼도 마찬가지인가 보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똑같은 슬리퍼가 아직 많으니 

대충 섞어서 한짝을 이루면 된다는 점이다. 정말 다행이다. 

 

 

하지만 불행한 일은 없어지고 고장난 슬리퍼가 모두 오른쪽이라는 것이다. 

정말 불행하다. 

 

 

 

 

 

아하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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