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100억원 짜리 복권

아하누가 2024. 7. 7. 00:12



신문에서 TV에서 55억 원 짜리 복권에 맞았다는 사람 얘기가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화제였다. 

그런데 그것도 모자라 요즘은 100억원짜리 복권이 화제다. 

이달말이 추첨이고 곧 마감이라나? 

그래서 언젠가 복권 판매대를 지날 때 그 생각이 떠올라주면 

한두장 사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          *          *

 

 

저녁에 퇴근하고 지하철을 타려고 계단을 내려가 모퉁이를 도는 순간 

복권 판매대가 나타났고 그 순간에 100억원짜리 복권이 생각났다. 

100억원. 이런 돈이 생기면 난 무엇을 할까. 

우선 각종 세금과 공과금, 각 시민단체나 자선단체 등 

준조세 성격을 띤 기부금을 감안하면 약 60억원 가량이 손에 쥐어질 것이다. 

그래도 혹시 모를 지출을 가정해도 적어도 50억원의 돈은 여유있게 들어올 것이다. 

일단 이 돈이 내게 있다는 사실을 남에게 알리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돈을 가장 알뜰하게 쓸 수 있다. 그리곤 뭘 할까? 

 

그냥 은행에 넣어두어도 최소 금리를 적용하고 

그 이자 소득에 관한 세금은 최고치의 누진세율을 적용한다해도 

최소한 1년에 2%는 받게 될 것이다. 

다양한 금융 상품들이 있겠지만 생각하기 골치 아프니 일단 은행의 보통예금으로 생각하자. 

2%면 1억원이다. 일년에 1억원짜리 연봉을 받는 직장인들은 많지 않다. 

갑자기 돈이 많아지면 집에서 의심의 눈길로 볼 수 있으니 

일년에 5천만원만 월급이라 셈치고 집에 갖다 주자. 연봉 5천만원 월급쟁이도 많지 않다. 

이왕 월급 갖다줄 때 직장도 옮겼다고 하자. 어디로? 

그게 바로 내 생각의 하이라이트, 바로 여행사에 취직했다고 하는 것이다. 

그리고 한달에 두어번 외국에 나가서 논다. 

이렇게 된다면 나의 오랜 소원인 '놀고 먹는' 길이 마련된다. 

정말 순간적인 생각이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뛰어난 발상이다. 

 

 

짧은 순간이지만 희망찬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흐뭇한 웃음을 지으니 

눈앞에 서있던 복권판매대 주인이 이해못할 표정으로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다. 

얼른 정색하고 물었다. 

 

"아저씨, 100억원짜리 복권 아직 있어요?"

"있지요."

 

퉁명스러운 말투였지만 아마도 수많은 사람들이 같은 질문을 했던 것으로 예상되어 

짐짓 모른 체하고 있었다. 

 

"근데 그거 얼마에요?"

"한장에 4천원인데 주로 5장 세트로 사가지요."

"......?"

 

 

 

4천원? 그것도 비싼데 5장 세트면 2만원?

갑자기 앙증맞은 꿈이 내게서 멀어져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 복권을 사는 사람중에 분명히 일등 당첨자도 나오겠지만 

그 보다 더 확실한 사실은 그 주인공이 분명 나는 아닐 것이라는 사실이다. 

왜 그 순간에 그런 생각이 떠올랐을까.

 

복권을 사려고 뒷주머니에서 꺼낸 지갑을 쑥스럽게 만지작거리다 발걸음을 돌렸다. 

집으로 가는 지하철 개찰구를 통과하면서 나는 

가능성없는 100억원보다 주머니에 있는 4천원이 더 소중하다는 생각을 했다. 

 

후연이 과자 사 가지고 들어가야지. 

후연이는 좋겠다. 100억원 짜리 과자도 먹어보고.

 

 

 

 

 

아하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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