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유난히 즐겨 먹는 음식이 있는데 바로 곶감이다.
달짝지근하면서도 알듯모를 끈적거림에 기분 마저 좋아져 자꾸만 손이 가게 된다.
그런데 이 이야기를 남에게 하자니 한가지 부담되는 게 있다.
그건 바로 '곶감'이라는 음식이 가지는 보수성과 진부함이다.
할아버지 할머니께서나 좋아할 만한 음식이라는 선입견이 걱정이고
또 그것이 선입견이라고 남에게 주장한다면 듣는 사람들에게는
이미 낡은 이미지로 보일 것 같다는 생각이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자신의 개성과 취향을 자신있게 얘기하는 데
아무 문제도 없을 것이라고 다짐을 해보지만
정작 그 말을 꺼내려하면 처음의 고민으로 다시 돌아가게 되더라는 것이다.
그리고 보니 나이가 들긴 들었다.
곶감이라는 범상치 않은 음식에 입맛이 맞아갔다는 사실이 우선 그렇고
그것이 '노친네 취향'은 아니라고 우겨보려고 생각한 것이 또한 그렇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정말 나이를 먹긴 먹었다.
곶감 이외의 몇 가지 생활에 변화에서도 그런 점을 쉽게 찾을 수 있다.
- 밤 12시면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잠을 자게 되는 일이 잦아졌다.
- 갈수록 인생의 목표가 소박해진다.
- 염색, 귀걸이, 힙합패션 등은 죽어도 못하겠다.
- 밥상도 옛날로 돌아간다.
이런 몇 가지의 생활 변화에서 볼 때 분명히 나이가 들은 것은 사실이다.
이런 면만 봐도 그런 생각이 드는데
정말 내가 나이를 먹었다고 생각되는 결정적인 사건이 있었다.
TV에 자주 나오는 인기 여성그룹 '핑클'의 멤버중에
요즘은 옥주현이가 제일 예쁘게 보이더라는 사실이다.
옥주현에게는 미안하다만 그 사람이 여기까지 와서 내 글을 볼 일이 있겠냐.
아무튼 그 생각이 내가 나이를 먹었다고 인정해버리기 시작한 계기인 것 같다.
많고 많은 이유 중에 하필이면 TV에 나오는 여자 연예인이
그 모티브가 된 것이 별로 아름답지 않지만 어쩌겠나. 사실인 걸.
* * *
아침에 신문을 보다 매우 공감이 가는 어떤 글귀를 발견했다.
고개가 끄덕여지는 그 부분을 아직도 나는 생각한다.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자유보다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자유가 좋다."
맞다. 나는 나이 많이 먹었다.
다만 함께 나이를 먹어 가는 아름다운 사람들이 있음이 다행일 뿐이다.
아하누가
'세상사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문학으로의 갈등 (0) | 2024.07.07 |
---|---|
기억은 기차를 타고 어디론가 사라진다 (0) | 2024.07.07 |
100억원 짜리 복권 (0) | 2024.07.07 |
늦은 귀가 길 (0) | 2024.07.07 |
양말과 슬리퍼 (0) | 2024.07.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