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처럼 글을 쓸 때 펜으로 쓰는 경우보다 타이핑으로 하는 경우가 많은 상황이다 보니
원하지 않아도 필연적으로 오타가 생기게 된다.
오타로 인해 있었던 어느 우스꽝스러운 이야기 하나가 생각난다.
어느 사람이 인터넷을 통해 채팅을 하다가 어느 여자에게 '저녁 먹었어요?'라고
묻는다는 것이 그만 오타가 나고 말아 이렇게 모니터에 올라왔다.
"저 년 먹었어요?"
* * *
오타 이야기를 하니 생각나는 일이 또 하나 있는데, 내가 예전에 어느 게시판에
오타없이 글을 쓰자고 한껏 너스레를 떤 다음 맨 마지막 문장에 이렇게 쓴 적이 있다.
"위의 글에 오타가 발견되면 <자지삭제> 하겠습니다"
그리곤 무수히 많은 메일을 받은 기억이 난다. 대부분의 메일 내용은 이러했다.
"앞으로 어떻게 살래?"
* * *
지난 토요일 책을 한권 샀다. 꼭 읽어보고 싶어 산 책은 아니었고
하고 있는 일중에 뭔가 도움이 될 것 같아 일부러 그 제목을 적어가며 힘들게 샀는데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사실만 해도 기분이 안 좋은데
그 책에는 무슨 오타가 그렇게 많은지 이건 읽다가 내가 스스로 지쳐
짜증이 날 지경이었다.
기사를 기자로 쓰고 영국을 '엉국'이라고 쓴 기본적인 오타는 인간적인 실수라는 측면에서
참을 수 있었다. 그런데 어느 부분에선가 정말 화가 치밀어 올랐다.
'마음이 설레었다’를 쓰려했는지 아니면 '마음이 설레다'라고 표현하려 했는지
알 수 없었지만 책에는 이렇게 인쇄되어 있었다.
"마음이 설ㄹ다"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오타는 매우 인간적인 부분이다.
그래서 출판인들 사이에선 '오타없는 책은 생명이 없는 책'이라고 하지 않은가.
하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여야 억지로라도 미화시킬텐데 지금의 이 경우는
매우 지나친 상황이 아니었나 싶다.
그리고 이틀이 지나고 사무실에 돌아와 내가 하는 일중의 하나인 편집디자인을 하려다
문득 그 생각이 다시 떠올랐다. 비교적 관련이 있는 동종 분야에 근무하면서
그런 일에 대해 웃고 넘겨버릴 수만은 없었다.
책을 꺼내 뒤적거리다 출판사 전화번호를 찾았다.
전화라도 해서 큰소리라도 쳐야 기분도 풀리고 또 한편으로
그러한 나의 항의성 전화 한통화를 통해 성의있게 책을 만드는 출판사가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른 전화를 했다.
"여보세요? 네? 네?......."
전화번호도 오타였다.
아하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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