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횡성 집 마당에 잔디를 심었다. 심은 잔디는 정성이라곤 거의 찾아볼 수 없는 방치 속에서도 꿋꿋이 잘 자라 어느 새 짧게 깎아야 할 때가 되었다. 일일이 노동력을 들여가며 낫으로 한자락씩 자르기엔 내 성의가 너무 부족하여 그나마 대량으로 벌초가 가능한 기구를 도입했다. 이른바 잔디깎는 기계다. 동력이 없으니 기계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고, 단지 바퀴가 달려 있어 밀고 다니면 잔디가 깎이는 도구다. 이러한 도구를 밀고 다니는 것은 영화속에서나 볼 수 있는 호사를 누리는 것이어서 내심 기분이 좋아질 듯했다. 그러나 불행히도 잔디를 깎는 도구는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노동력을 필요로 하는 것이어서 영화속의 근사한 장면과는 전혀 가깝지 않았고 이 또한 낫으로 일일이 잔디를 깎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