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식사를 마치고 졸린 눈으로 무심코 사무실 한구석으로 눈길을 돌리니 언제부터 자리 잡고 있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화분 하나가 눈에 띈다. 화분에는 이미 바짝 말라있어 물이 아니라 어떠한 생명수를 갖다 부어도 절대로 살아날 것 같지 않은 난초가 심어져 있다. 그래도 난초는 난초인지라 아무리 말라 비틀어져도 지푸라기로 보이지는 않는다. 도대체 저 난초가 언제부터 저런 모양으로 변했을까. 사무실 사람들은 게으르다. 몹시 게으르다. 업무와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있지 않은 일이라면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오히려 그런 잡다한 일에 신경을 쓰면 대범하지 못한 사람이라는 인식이 생겨 의도적으로 무심해야 사람 대접을 받는 이상한 조직이다. 그러니 이런 악조건에 생명을 지키려는 난초가 오히려 안스러울 뿐이다. “근데 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