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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던 오랜 추억

1.고등학교 다닐 때였습니다.친구 두 녀석이 화장실에서 담배 피우다 선생님께 들켰습니다.다행히 정학 같은 처벌을 받지는 않았지만반성문을 매일 10장씩 제출해야 했습니다.나는 친구들이 담배 피울 때 망을 봐주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그 친구들의 반성문 작성을 도와주어야 했습니다.귀찮기도 했지만 내가 잘못해서 쓰는 글이 아니라고 생각하니그것도 꽤 재미있었습니다.그래서 하루에 열 장씩 같은 주제로 비슷한 표현들을 만들어 갔습니다.같은 표현을 절묘하게 변형시켰습니다. 거의 일주일 동안이나 그 짓을 했습니다.내가 생각해도 이건 반성문이 아니라 노벨문학상에 가까운 예술이었습니다.그 후 반성문을 쓰는 학생들은 모두 내게 검토를 받고 자문을 구했습니다.  2.군에 입대했습니다.무식한 몇몇 고참들은 가요책 뒷부분에서 적어 ..

천재型에 관한 일화

1.천재의 대명사로 불리는 발명왕 토마스 에디슨이나 또는 뉴튼 같은과학자의 일대기를 보면 가끔씩 멍청했던 어린 시절 얘기가 나오곤 합니다.누가 봐도 멍청한 짓일 텐데 그들이 그랬다니그것이 바로 천재의 자질이 있는 사람의 엉뚱한 행동으로 미화되고 있었습니다.하지만 정말로 이들은 천재이기 때문에 상식적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생각과행동을 했던 것일 수도 있습니다.그리고 보니 갑자기 나도 천재적인 발상을 했던 적이 있었던 몇가지 기억이 떠오릅니다.  2.고등학생 때의 일입니다.집으로 오는 길에 길바닥에 죽어 있는 게를 발견했습니다.멍멍 짖는 개가 아니고 옆으로 기어가는 ‘게’ 말입니다.죽은 지 오래 되었는지 이미 자동차나 많은 사람들에게 밟혀거의 쥐포, 아니 ‘게포’가 되어 있었습니다.갑자기 의문이 생겼습니다...

동물의 왕국

1.초등학생 시절이었습니다.호랑이라는 동물이 우리들 사이에서 최고의 파이터로 인식되고 있던 그 때난데없이 밀림의 왕자 레오라는 만화 영화가선풍적인 인기를 몰고 오는 바람에사자라는 동물이 뉴스타로 떠오르게 되었습니다.그 일로 인해 대부분 호랑이를 용맹의 상징으로 비유하던 우리들 사이에커다란 변화가 생기게 되었습니다. 한 마디로 사자가 뜨기 시작한 것입니다.결국 무리들은 사자파와 호랑이파로 나누어졌습니다.만날 때마다 어디선가 주워들은 상식들을 최대로 증폭하여저마다 자신이 지지하는 동물의 우위를 주장하고 있었습니다.  며칠간 그 논쟁이 반복되던 어느 하루는 옆 집 사는 중학생 형이나름대로 절충안을 내었습니다.그 절충안이란 초원에서 싸우면 사자가 이기고산악 지방에서 싸우면 호랑이가 이긴다는, 그럴 듯한 이론이었..

소독차에 관한 긴 추억

1.나이 10살 무렵이었습니다.대부분의 어린 시절이 그렇듯이지금 생각하면 이해하지 못하는 일들이 몇 가지 있습니다.바로 그 중에 하나가어린 시절 커다란 구름을 일으키며 동네방네를 돌아다니던,일명 소독차라고 불리는 방역차를 미친 듯이 따라다니던 일입니다.퀘퀘한 냄새와 함께 어우러진 분위기는마치 심한 안개나 연막과도 같은 역할을 하여옆에 따라오던 평소에 얄미운 놈의 다리를 걸어 넘어뜨리기에더없이 적절한 타이밍이기도 했습니다.뿐만 아니라 내가 어릴 때에는 일명 ‘아이스께끼’라고 불리는 흉칙한 놀이가 있었는데그 놀이를 가장 완벽하게 해내던 상황도 바로 그 때였습니다.여기서 말하는 ‘아이스께끼’란 놀이 아닌 놀이는 치마 입은 여학생들에게 접근한 뒤잠시 방심하는 틈을 이용하여 빠른 손놀림으로 치마를 걷어올리고는더 ..

배신에 관한 쓰라린 기억

1.꽤 오래 전 얘깁니다.고교야구 결승전이 한창인 동대문 운동장이었습니다.제가 열심히 응원하고 있던 모교가 엄청난 점수차로 앞서 있어우승이 거의 확정된 9회였습니다.재학생과 동문들이 슬슬 외야로 자리를 이동하기 시작했습니다.우리 학교의 전통이우승하면 전교생이 운동장으로 뛰어내려가는 것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더욱이 무려 11년 만에 있는 전국대회 우승이어서 그 기쁨은 매우 컸고분위기는 더욱 고조되어 가는 듯했습니다. 결국 많은 점수차로 우승을 했고 나와 동창 한 녀석은 용감하게 외야 펜스를 넘어운동장으로 뛰어들어 갔습니다.하지만 점수차가 워낙 커서 싱거운 우승이 되었기 때문인지불행하게도 우리 둘만 빼고는 아무도 운동장으로 뛰어 내려오지 않았습니다.내려갈 때는 쉬워도 다시 올라오기는 어려운 곳이 바로동대문 운..

구전군가 BEST 3

군대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군대에서 군가만 부르는 줄 알지만군대에서도 회식시간을 통해 인기가요나 흘러간 트로트를 즐겨 부른다.군대의 노래 중 특이한 것은 군가도 아니고 가요도 아닌오직 군대에서만 애창되는 특별한 노래가 있다는 것으로이것이 바로 군가 아닌 군가, 즉 구전(口傳)군가다.여기까지 읽고 순간적으로 몇 가지 노래를 흥얼거릴 수 있는 사람이라면군대생활을 제대로 한 이 땅의 자랑스러운 예비역임이 분명하다. 오로지 군대에서만 불리워졌던 수많은 노래를국민투표나 그 흔한 설문조사 없이 단 한사람만의 시각으로 3곡만을 선정하고,이를 통해 사회의 급격한 변화 속에 잠시 잊혀지고 있던군대의 추억을 색다른 시각으로 되짚어본다.이른바 구전군가의 BEST 3이다.   제 3위 소령 중령 대령은 짚차 도둑놈.....명..

목욕탕 가는 길

군대에도 목욕탕이 있다.겨울에만 사용하는데 탕안에는 들어가지 못하고 밖에서 물을 퍼서 목욕한다.시설은 매우 좋은 편이다.다만 목욕탕의 실내온도는 너무나 춥고 목욕탕물은 너무 뜨거워물을 몸에 끼얹기는 커녕 손도 못대는 기현상이 있을 뿐이다.--------------------------------------------------------------------------  목욕이 있는 날이다. 영하 10도는 족히 넘고도 남을 차가운 날씨였지만김병장은 목욕을 하기로 굳게 맘을 먹었다.그리고 그동안 목욕탕에서 익힌 노하우를 다시 한번 점검해보기로 했다. 1. 일단 입고 있는 속옷 차림으로 목욕탕으로 향한다.2. 비눗칠을 대충 한 뒤 입고 있던 속옷을 벗어 그 자리에 쪼구리고 앉아 빨래를 시작한다.3. 그러면 ..

아프지 않은 환자는 없다!

어떤 사회에서나 사건의 발단은 아주 작은 일로부터 시작되기 마련이다.저녁 식사를 마친 육군 어느 부대의 내무반. 한쪽 구석에서 장난삼아 팔씨름 대회가 열렸다.대회라 할 것도 없이 너도 나도 만만한 놈 붙잡고 단순한 힘겨루기를 하는중이었다.남보다 특히 힘이 세지도 약하지도 않은 김병장은 잔뜩 호기를 부리며커다란 덩치를 가진 부대 고참인 일명 ‘백곰’에게 도전장을 던졌다.아무 일에도 쓸데가 없는 것 같은 그 간단한 일이 사건의 발단을 만들었으니.....   잠시 후 부대내 의무실.김병장은 한쪽 팔로 다른 한쪽 팔을 부축하듯 감싸안은 채군의관의 설명을 듣고 있었다.이리저리 상태를 살펴본 군의관은 이내 밝지 않은 표정을 짓더니담담한 목소리로 위생병에게 지시했다. “어이, 이병장, 이 친구 하루나 이틀 정도 입실..

내무반의 TV

군대라고 해서 늘 훈련만 있고 기합만 있는 것은 아니다.이곳 또한 사람들이 사는 곳이요, 그러니 만큼 웃음도 눈물도 모두함께 있는 곳이다. 하지만 때로는 엄청나게 슬픈 일임에도그만 웃음을 터져 나오게도 되는 곳이 또한 군대이기도 하다.---------------------------------------------------------- 강추위가 몰아치는 한 겨울. 김병장은 초소에 앉아서 옛생각에 잠긴다.날씨가 춥다보니 군대에 입대하기 전에 있었던 집안의 따뜻한 방이 절실하게그리워지고 있었다.따뜻한 아랫목에 이불덮고 TV를 보고 있으면정말 천국이 따로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물론 군대에도 TV는 있다.일과 시간 이후에는 봐도 되지만 말처럼 그리 쉬운 것은 아니다.일단 TV를 볼만한 서열이 되어야 ..

동그라미 그리기

사람들은 기억에 있어서는 얄미우리만큼 모든 일을 쉽게 망각하곤 한다.성격이 단순할수록 그 정도는 더 심하게 마련이어서가장 사람을 단순하게 만드는 곳인 군대에서는 웃을 수도 없는 일들이가끔 발생하곤 하는데.......-------------------------------------------------------------------------- 김병장은 화장실에 자리를 잡고 앉아 담배를 꺼내 물었다. 앉은 자세로 보아 장기적인 휴식에 들어가기 위함이 분명했다.그러던중 화장실 밖에서 두 사병이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이 김병장의 귀에아련히 들어왔다.얘기의 내용으로 보아 아마도 이제 막 부대배치를 받은 신병들인 것 같은데첫 보초근무에 나갔던 얘기들을 나누고 있는 모양이었다.담배를 한모금 힘껏 빨던 김병장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