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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소원

1아주 어린 시절에 어른들이 네 소원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많이 하곤 했습니다.학교 선생님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런 걸 발표하는 시간도 있었으니까요.하지만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나는 그 질문이 세상에서 가장 유치한 질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하루는 같은 질문을 하는 선생님께‘그딴 거 말하면 이루어지기나 하나요?’ 라며한편으론 똘똘한 목소리로, 다른 한편으론 싸가지없는 말투로마치 세상 다 산 것 같은 사람처럼 대답했다가 매만 엄청나게 맞았습니다.엄청나게 밀려오는 배신감과 함께 소원이라는 것은 단지 이루어지기전에는아무 것도 아닌 것이라는 옆집 할아버지 같은 생각이소원에 대한 나의 모든 관념을 점점 장악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중학생이 되어서 국어 교과서에 나오는, 첫째도 이 나라의 독립이요,둘째도 이..

멋진 말 남기기

1잘 알고 지내는 선배의 아이가 무럭무럭 커갈 무렵의 일입니다.아기가 커가면 당연히 키도 자라고 몸도 커지는 현상이 나타나게 마련인데,그러다보니 옆집 아이와도 비교하게 되고혹시 우리 아이만 어디가 모자란게 아닌가 하는 걱정도 하게 됩니다.그런데 그 당시 선배의 부인은 아이의 이가 자라지 않는 것을 보고심각한 걱정을 하기 시작했습니다.남의 집 애들은 다 이가 있는데 왜 우리 애만 이가 나질 않느냐며,평소 무관심에 대한 불만의 표시로 이빨을 바득바득 갈고 있었습니다.그때 선배가 나서서 말했습니다.  “이 세상에서 이가 안 난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었어”  그 얘기를 전해 듣는 나도 가만히 생각하니 정말 그런 것 같았습니다.여태까지 이가 생기지 않는다는 사람은 단 한명도 본적이 없었고또한 그런 이상한 증세가..

작가

1인터넷에 글을 올리면서부터주변의 사람들은 나를 가리켜 ‘작가’라고 놀리듯 불렀습니다.얼핏 생각하면 놀리는 것 같기도 했지만 번데기도 아니고날라리도 아닌 ‘작가’라는 좋은 호칭을 써서 불러주는데그걸 기분이 나쁠 수는 없었습니다. 오히려 쑥스럽다고 해야 맞는 표현이겠지요. 그러던 어느 날은 운 좋게 책까지 내게 되었습니다.호칭도 ‘작가’에서 ‘인기작가’로 바뀌었습니다.그러다 신문과 잡지 몇군데에 이름이 오르내리더니 호칭이 또 한번 바뀌었습니다.‘인기작가’에서 ‘국민작가’로 바뀐 것입니다.내가 자주 가는 어느 동호회에서는 아예 ‘궁민자까’라고 부릅니다.문자의 모양상 어째 놀림의 의미가 있는 것 같기도 하지만이를 애써 통신식 표현이라 해석하며 그런대로 좋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아마도 국내 최고의 유명 작가들이..

게으른 날들의 기억

1사람들은 가끔 별 것도 아닌 일 가지고자신이 더 뛰어나다는 사실을 확인시키고 또 자랑하려 합니다.참 우스운 일입니다.가난한 얘기가 주제가 될 때는 그게 뭐 자랑이라고 자신이 더 가난하다고핏발을 세우기도 하고,음식 잘먹는 얘기해도 시간가는 줄 모르며 떠들어 댑니다.그러다가 남자들끼리 모인 자리에서군대에서 누가 더 고생했냐는 얘기라도 나오면 그날은 밤을 새워야 합니다.남에게 지기 싫은 본질적 생각들이 늘 잠재해 있거나아니면 이 사회가 너무 1등만 요구하는각박한 환경을 가지고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멍청하게도 게으른 성격을 가지고도서로 뛰어나다고 열변을 토하게 되는 일도 있으니이거야 정말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를 일입니다.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성격이 몹시도 게으른 편입니다.게으른 정도가 지..

발음의 중요성에 대한 일화

1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꽤 오래된 얘기입니다.군입대를 앞두고 잠시 레코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그 당시에 무시무시한 매머드 수퍼 히트 음반이 하나 있었는데그게 바로 마이클 잭슨의 ‘드릴러’라는 앨범이었습니다.이 앨범은 빌리진(billy Jean)이니 비릿(Beat it)이니 하는 노래들이모두 들어있는 바로 그 화제의 앨범이었습니다. 하루는 나이가 조금 지긋하신 어른이 레코드점에 와서마이클 잭슨의 ‘빌리진’이 있는 판을 달라고 하시더군요.한창 잘 팔리던 때니 그러려니 하며 말없이 건네줬습니다.그랬더니 그 분은 잠시 판을 들여다보시고는 내게 ‘빌리진 말고 다른 곡은별 볼 일 없는 앨범 아니냐?’고 물었습니다.아마 아들이 보채서 퇴근하는 길에 사다주려는 것 같았고 또한 앨범에 대해나름대로 조예..

썰렁의 극치

1썰렁하다는 표현은 어느덧 일반적인 표현이 되어 무척이나 폭넓게 쓰입니다. 아주 천박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예의없는 것 같지도 않으니꽤 적절한 표현인 셈입니다.주로 누군가 주제에 맞지 않는 말을 했을 때,웃기려고 노력했는데 씨알도 안 먹힐 때또는 분위기도 파악 못하고 나중에 얘기에 참견해서 엉뚱한 소리를 할 때.... 이럴 때는 정말 ‘썰렁’하다는 표현말고는다른 말로 그런 상황을 표현할 수가 없습니다.거듭 말하지만 참 적절한 표현입니다.하지만 앞서 나열한 것 뿐만 아니라 썰렁함이란 단어가 적절하게 적용되는또 한가지 경우가 있습니다.누군가에 의해 모두가 민망해지는 상황이 연출되는 경우가 바로 그 경우입니다.   2대학 다닐 때의 일입니다.워낙 여학생이 많은 과인데다 신설학과여서 선후배도 없었습니다.그런 상황..

욕의 사회적 순기능

1후배 한 녀석이 사귀던 여자가 있었습니다.어느 날 이 여자가 후배에게 별안간 이별을 원했습니다.하지만 그것은 그 여자의 생각이었고후배 녀석은 어떻게든 그 여자를 붙잡고 싶었습니다.그래서 치맛자락이라도 붙들고 늘어지고 싶은 심정으로몇날 몇일을 계속 설득하고이해시키며 마음을 돌려보려고 갖은 애를 썼습니다.그런데도 그 여자의 마음은 쉽게 변하지 않아후배 녀석의 마음 고생은 제법 심각했지요.  그러던 어느 날 후배는 그 여자를 만났습니다.최후의 방법이라 생각하고갖은 아양과 비굴, 재롱과 읍소로 마지막 설득을 시도했지요.한마디로 치마자락을 붙잡고 늘어지고 있는,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장면이연출되고 있었습니다. 스스로 생각해도 감동적인 순간이었답니다.제법 읍소작전이 먹혀들어 가려는 분위기가 될 듯한 바로 그때..

소설

1누구나 그렇겠지만 한번쯤은소설을 써보고 싶은 꿈을 가지고 있던 적이 있을 겁니다.하지만 나는 그리 욕심이 없었는지남들이 그런 생각할 때도 별 다른 생각없이 살았습니다.그러다 주변에 한두명씩 그런 사람을 만나게 되는 횟수가 잦아지면서‘나도 한번 소설을 써봐?’라는 터무니 없고 파렴치한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그리고는 문장력은 생각지도 않고 스토리 구상에만 몰두하여결국 한편의 내용을 완성한 적이 있었습니다.지금 생각하면 유치의 극치겠지만 나름대로는 대단한 작품이었습니다.제목도 라는 그럴듯한 제목이었는데 시작은 이렇습니다.편의상 남주인공 이름은 정인이로 여자 주인공 이름은 지현이로 하겠습니다. 정인은 숨에 가뿐 듯 거친 숨을 몰아쉬며 지현에게 말한다.“헉~ 안돼~ 나 도저히 더 이상은 못하겠어...” 이게 ..

체험으로 느끼는 속담의 교훈

1군대에 있을 때의 일입니다.시도 때도 없이 보초 근무에 나가는 경비중대에서 근무했기 때문에정상적인 생활은 꿈도 꿀 수 없었습니다.따라서 배설의 생리현상 또한 시도 때도 없이 신체적 현상과주변 상황이 허락하는 시점을 찾아 알아서 처리해야 했습니다. 어느날 초소에서 보초 근무를 하고 있는데 고참이 똥 누고 오겠다며약간 떨어진 산기슭으로 갔습니다.갈려면 좀 멀리 가지 빤히 보이는 눈앞에 자리 잡고 앉아 있는 놈을 보니웃음이 나왔습니다. 한편으론 ‘순찰자가 옵니다!’라고 큰 소리로장난이라도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습니다만후환이 두려워 애써 간지러운 입을 꾹 다물고 있었습니다.그런데 그 고참은 내가 있는 쪽을 바라보며계속 싱글싱글 웃는 것이 아니겠어요?참 살다보니 별 놈 다봤습니다. 남이 똥 누는 장면도 보..

표현

1어떤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게 된 적이 있었습니다.메뉴판에 적힌 음식 이름이 너무 생소해서 옆 사람의 의견대로여러 음식을 골고루 시켰습니다.이것저것 골고루 시켜야 다양하게 맛을 볼 수 있다는 설명이었습니다.얼핏 이해가 가긴 했지만 곰곰히 생각하니그 사람도 이런 곳이 처음인 것 같았습니다.  잠시 후 테이블 가득 음식이 쌓였고그중에 매우 먹음직스럽게 보이는 빵 한조각에맛있게 보이는 버터를 듬뿍 발랐습니다.그리고 한 입을 용감하게 베어 먹는 순간 갑자기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슬픈 일도 없었고 빵에 얽힌 쓰라린 과거도 없었는데갑자기 눈물이 핑 도는 것이었습니다.이유인 즉 버터로 알고 듬뿍 발라두었던 바로 그것이 버터가 아니라겨자였던 것이었습니다.얼마나 눈물이 났는지 눈물이 핑 돈 정도가 아니라눈물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