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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아들과 들국화

가족 나들이가 잦으니 차안에서 가족과 함께 있는 시간도 많게 된다.길이 막힐 때는 갑갑하기도 하지만그 시간은 가족과 함께 다양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다.하긴, 그 안에서 할 수 있는 것이라곤 대화뿐이니까.  다행히 음악 듣는 걸 좋아하는 아이들이어서차안에서 음악을 듣고 얘기를 나누기에 즐거운 시간이기도 하다.내 얘기를 잘 듣는 큰 아들은 어디 놀러가는 것보다 이 시간을 더 즐기는 듯싶다.오갈 때 큰 아들과 작은 아들이 번갈아 앞자리 조수석에 타니까큰 녀석은 자신이 조수석에 탈 차례가 오면 내 옆에서 떠드는 게 즐거운 모양이다.마누라는? 당연히 뒤에서 잔다.잘려면 곱게 잘 것이지 음악소리 줄이라는 말을 잠꼬대처럼 하면서 잔다.  차안에서는 주로 큰 녀석이 듣는 음악을 들었다.어디서 받았는지 ..

전인권은 알고 있을까?

대략 그때가 1991년 무렵이었다.들국화는 이미 아듀 콘서트를 한 뒤 해산했고,멤버들은 뿔뿔이 흩어져 각자 개인 음악활동을 할 때였다.  지하철 3호선 압구정역에 있는 현대백화점 콘서트홀에서 전인권 콘서트가 열렸다.들국화 향수를 품고 공연장에 갔다.그때 같이 갔던 여자는 아직도 아픈데 한군데 없이 우리집에서 살고 있다.  당연히 공연 내내 전인권은 히트곡을 열창했고 어느 덧 공연이 끝날 시간.앵콜이 쏟아지자 전인권은 세계로 가는 기차>를 부르기 시작했다.마침 사회자도 아니고 진행자도 아니고 이야기 손님 정도로찬조출연한 분이 있었는데,아마 방송인 이백천>으로 기억한다.  세계로 가는 기차라는 노래를 들으면마지막에 “너도 가고 나도 가야지”라는 노랫말이 나오고이 노랫말의 반복을 끝으로 노래가 마무리된다.굳이..

잠깐 헛소리, 아내 vs 부인

요즘 언론이나 인터넷 게시물을 보면 아해가 안가는 단어가 하나 나옵니다.'아내'라는 말인데,결혼한 부부 중에서 여성을 일컫는 말입니다. 부인이란 단어와 같은 뜻이죠.그런데 부인과 아내는 그 쓰임이 달라요.자신이 자신의 부인에게는 '아내'라고 하고남의 부인에게는 '부인'이라고 합니다. 예를 들면 - 남에게 자신의 배우자를 소개할 때, "이 사람이 제 아내입니다"라고 하지"이 사람이 제 부인입니다"라고 하진 않습니다. 반면, 다른 사람의 부인과 인사할 때도"아, 아무개씨 부인이시군요." 라고 얘기하지, "아무개씨 아내신가요?" 라고 하면 안되는 겁니다. 그런데 요즘 방송이나 보도를 보면 다 아내라고 하네요.배우 아무개씨 아내... 미모가 어떻고누구 아내....사장님 아내.... 이 호칭은 다 틀린 겁니다. ..

낙서 2024.06.30

꿈, 소망, 그리고 현실

1970년대와 80년대에 사춘기 시절을 보낸 사람이라면대부분 한가지의 소망이 있었을 겁니다.그 소망은 내방, 나만의 방이 있었으면 하는, 정말 소박한 바람이었습니다.당시의 시대적 상황만 살펴보더라도식구들은 많았고 집은 좁았던 시절이었으니간혹 자기만의 공간을 가진 친구들 집에 가면 부럽기만 했습니다.  나 역시 마찬가지로 좁은 집에서 많은 형제 자매 틈에서 자랐습니다.좁은 집에서 아등바등 살다보니 가족 및 형제간의 우애가 돈독해져서 좋긴 했지만,그것은 넉넉한 공간을 현실로 이루지 못한 자위의 수준이었고,누가 뭐래도 나만의 공간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었습니다.젊은 사람들은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동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이라면어린 시절에 떠오르던 집에 대한 갈등은 대부분 비슷할 겁니다.   * * *   지금 내..

미완성 작품 2024.06.30

밴드의 보컬리스트

EPISODE#1 영국 출신 그룹이면서 영국보다 한국에서 더 인기가 많은 그룹 스모키(SMOKIE).창단 당시 막내로 들어왔지만 뛰어난 음악성과 매력있는 보이스로팀의 얼굴이 되어버린 멤버가 바로 보컬리스트 크리스 놀만이다.1980년대 한국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었음에도 한 번도 안 오다가인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오랜 시간이 지난 2002년 양심도 없이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한다.멤버도 대부분 바뀌었고, 더 결정적인 건 밴드의 보컬이자 얼굴이며,어쩌면 스모키 그 자체인 크리스 놀만이 없었다는 사실.요즘말로 멘붕 아닌가? 그럼 스모키는 뭔데?   EPISODE#2 필리핀 여행을 갔을 때.숙소 근처 라이브 카페를 자주 가는 걸 본 현지 필리핀 사람들이 내게 물었다. “아넬 피네다 알아?” 그게 누군지, 내가..

핸드폰으로만 찍은, 핸드폰 사진전 - (2)

카메라가 핸드폰에 달려있다는 사실은 무엇보다 이동성이 쉽다는 커다란 장점이 있다. 항상 손에 지니고 있어야 하는 핸드폰의 순기능으로 인해 언제 어디서든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강력한 장점이 카메라로는 할 수 없는 좋은 장면들을 기록해주곤 한다. 그렇게 핸드폰으로 추억을 담고 또 아름다움을 간직한다. 사진을 찍는다는 것, 그것은 바로 ‘내가 추억의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것이다.       * * *                 시카고 한복판에 있는 조형물. 미국 시카고라는 도시에서 가장 큰 소리로 내세우는 게 도시 건물의 아름다운 스카이라인이다. 그 스카이라인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반영이 가능한 조형물을 만들었다. 구름을 형상화했다고 하는데, 현지의 한국인들은 ‘콩’이라 부른다. 서로 다른 생활 습관..

핸드폰으로만 찍은, 핸드폰 사진전 - (1)

나는 사진 찍는 걸 좋아한다. 아주 오래전부터 즐겨 찍었는데, 필름 값 감당하기도 힘들었고 또 찍은 사진을 바로 확인할 수 없는 부분에서 흥미가 반감되어 한동안 사진 찍는 일도 드물어졌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결혼하고 나서부터 찍어줄 사람이 마누라밖에 없어서 포기한 셈이다. 그러다 디지털 시대가 오면서 사진을 찍고 싶은 욕구가 다시 살아나게 된다. 이제 찍은 사진을 바로 확인할 수 있고, 필름값에 대한 부담도 없다. 그리고 다시 카메라를 잡게 되었다. 하지만 더 정확하게 말하면 그때쯤 큰 아이가 태어났다.     그래서 한동안 즐겁게 사진 찍는 취미를 즐기다, 한해 두해 나이 들면서 장비가 가지는 불편함에 시들하게 된다. 아마도 열정이 사라지는 증거인 듯싶다. 그나마 요즘은 핸드폰에 카메라가 있어서 간..

들국화 분당공연, 그리고 마누라

“둘째 잘 지켜요!”   매번 강원도 시골마을만 가다가 모처럼 ‘뭔가 있어 보이는’ 동네인분당에 간다니 마누라는 즐거운 모양이었다.들국화 공연이 열리는 분당의 중앙공원과는 매우 특별한 추억이 하나 있다.  대략 10여 년전, 그 당시에도 지금의 들국화 공연처럼같은 장소에서 야외 음악회가 있었다.주말마다 있던 야외 음악회였고그 중 유난히 점찍어 두고 기다려온 공연이 ‘오페라 갈라쇼’였는데,그 공연은 내가 좋아하는 이소정이란 배우가 출연하는 날이었다.  일찌감치 자리를 잡고 이소정 차례를 기다리는데,수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복잡한 잔디밭에서그만 둘째 녀석을 잃어버리고 말았다.하필이면 이소정이 출연할 차례가 왔을 때였다.공연이고 뭐고 일단 잃어버린 아이 먼저 찾아야 하는 상황이라이리저리 돌아다녔지만 사라진 녀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