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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09_내 직업은 영화배우

방송의 구성이 주로 신간 오지를 찾는 컨셉이어서 주로 시골에서 촬영하게 된다. 필리핀만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그다지 볼거리 없는 시골에서 방송용 카메라가 나타나고 하늘에서 드론이 날아다니면 온동네 사람들의 구경거리가 된다. 촬영을 시작하면 언제 모여들었는지 동네 사람들이 옹기종기 몰려서 서있다. 아이들은 적극적으로 가까이 다가오고, 어른들은 한발 물러나서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다. 무슨 촬영이냐고 물어보면 일일이 설명하기가 힘들었을텐데, 고맙게도 이들은 '영화촬영이냐?'고 먼저 물어본다. 촬영에 집중하고 있는 스탭들은 영혼없는 말투로 'YES'라고 대답하곤 했다. 그러면 그들 사이에서 '영화촬영이래....'라는 말이 순식간에 돌아버린다. 그러면 그 다음에 돌아오는 두번째 질문이 있다.  "누가 악또르래?"..

EPISODE-08_극한직업, 카메라맨!

대한민국에서 가장 극한 환경에서 가장 처절하게 일하는 직업은 무엇일까?직업별로 각각 애로점이 있으니 어떤 직업이 제일 어렵다고 단언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내가 경험해본 세계에서는 방송 카메라맨이 가장 극한 직업일 듯싶다. 이 사람들, 정말 극악한 환경에서 일을 하고 그러면서도 또 무섭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열정적이다. 출연자 입장에서는 힘들다는 말을 차마 할 수 없을 정도로 철저하게 몸을 불사른다. 가끔 촬영 중 물에 들어가야 하는 순간이 있다. 피디는 물속에 빠지길 요구하고, 출연자인 나는 다른 일정을 고려할 때 탐탁치 않은 일이어서 어떻게 해서든 그 상황을 피해보려고 핑계를 찾게 된다. 하지만 결국 피디의 요구대로 촬영에 응하게 되는데, 그 결정적인 원인은 이미 물속에 빠진 채 나를 기다리고 있는..

EPISODE-07_한시간 촬영에 일분 방영?

방송을 위해서 얼마나 많은 촬영을 해야 할까?  예능프로그램을 봐도 그렇고 뉴스는 말할 것도 없다. 많이 찍어두고 짧게 이어붙여 속도를 빠르게 진행시키는 것이 요즘 방송의 흐름이다. 다큐멘터리는 말할 것도 없다. 무언가 볼만한 장면이 나오면 아낄 것 없이 찍어두고 나중에 다 삭제 또는 편집한다.  세계테마기행도 마찬가지다. 해뜨기 무섭게 촬영이 시작되고 해가 지고 난 이후에도 촬영은 계속된다. 쉴 새 없이 카메라가 돌아간다. 출연자 입장에선 정말 미칠 지경이다. 촬영 3일째 되던 날 스탭들끼리 하던 얘기가 들려왔다. PD가 촬영기사에게 잔소리를 하고 있었다.  "한시간 촬영해야 1분 분량 나오는 거 몰라?" 헐.... 기절할 뻔했다. 1회 방송이 40분짜리지만 실제 방송 분량은 35분 가량이니 무려 35..

EPISODE-06_실제 상황입니다!

TV를 보면 간혹 물고기를 잡거나 사냥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정말 실제로 잡는 건지 궁금할 때가 있다. 진짜는 어떨까?  사냥 장면이 매우 중요한 방송이라면 당연히 실제 상황으로 촬영하겠지만, 단지 다른 주제 속에 지나가는 장면이라면 실제로 잡는 장면을 촬영하기란 매우 힘들다. 일단 사냥이라는 것이 잡혀야 잡히는 것이니 시간 예측이 너무 힘들고, 날씨와 지형 등 변수가 많아 예상대로 되는 경우가 드물다. 분명 조금 전까지 잘 잡히던 물고기도 카메라가 돌아가기 시작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잠잠해지기 일수다. 그래서 대부분 미리 잡은 사냥감을 '잡은 척'하는 걸로 대체하는 경우가 잦다. 알고나면 조금 싱겁겠지만, 뻔뻔한 거짓말은 아니고 실제로 잡은 것이거나 실제 잡히는 것이니 배신감을 느낄 필요는 없다.  ..

EPISODE-05_들소와 함께 목욕을

"준비 되셨나요?""?" 뭔 준비?촬영에 들어가게 되면 계획은 일단 무시된다. 큰 계획만 존재하고 나머지 촬영은 그때 그때 상황을 보며 멋진 그림이 나올지 제작진의 감각으로 판단한다. 이번 방송의 첫번째 테마는 활화산으로 유명한 '마욘산' 등정이었다. 이것은 큰 프로젝트여서 치밀한 기획과 준비가 필요했다. 이틀 후에 출발하기로 잠정 계획하고 그 이전에 필요한 영상으로 모으고 작은 에피소드들을 촬영한다.  화산 지형을 둘러보는데 강가에서 사람들이 강 모래를 퍼내고 있었다. 들소를 이용해 모래를 퍼올리는 작업에 뛰어들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강물은 바닥이 전혀 보이지 않는 먹물 색이고, 주변 냄새로 썩 좋지는 않다. 아마 저기에 들어가면 며칠간 온몸이 간지러울 것만 같았다. 어지간하면 안들어가고 버티려고 했는..

EPISODE-04_길거리에서 춤을 추라구요?

"지금 여기서 춤을 추라구요? 나 춤 못춘단 말입니다!" 20일간의 대장정 중 첫촬영이 시작되자마자 제작진과 실랑이가 벌어졌다. 촬영을 위해 목적지로 가던 도중 정체를 알 수 없는 퍼레이드가 벌어지고 있었고, 뭔가 흥미로운 일이 생길 것만 같은 분위기였다. 제작진은 카메라를 세팅하고 얼른 차에서 뛰어내렸다. 출연자인 나도 당연히 덩달아 뛰어내렸다. 행렬의 정체는 한 대학교 행사를 알리는 대학생들의 행렬이었고, 필리핀이 늘 그렇듯 이런 일이 생기면 동네 사람들도 모여서 교통정체마저 유발시키는 장면이 연출되고 있었다. 필리핀에서 이런 일은 흔히 볼 수 있는 일이고, 이런 일로 교통이 정체된다고 짜증내는 사람도 없는 일이다.  얼른 행렬에 참여해서 마치 리포터처럼 여기저기 묻고 다니던 중 한 아주머니가 퍼레이..

EPISODE-03_드론이 날아오른다!

"얼른 돌아오세요!""빨리 뛰세요!" 멀리서 스탭들의 아우성이 들려온다. 등산 가방에 등산 모자를 쓰고 한가하게 관광지를 걷던 나는 육군훈련소 선착순마냥 정신없이 뛰어간다. 촬영 현장의 생생한 모습이다.   * * *  촬영이 시작되면 다양한 장비가 동원된다. 이중에 제일 흥미롭고 모양새 나는 것이 항공촬영기(드론)이다. 방송촬영용으로 사용되는 드론은 크기도 상당히 크고 소리도 크게 난다. 소리가 요란하니 촬영만 시작되면 동네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모두 모여 든다. 촬영비용 내라는 동네 자치단체도 있다. 시골일수록 시장바닥을 연상케 하는 장면이 만들어진다. 이렇게 찍은 화면은 방송을 통해 전해진다. 방송에서 보면 근사해보이고 뭔가 멌있어 보인다. 그래서 요즘 방송에 드론이 빠지면 왠지 섭섭할 정도다. ..

EPISODE-02_산뜻하게 출발, 그러나.....

촬영을 위한 현지 출발을 앞두고 짐을 꾸렸다. 촬영스탭은 미리 내게 여행용 캐리어나 뭔가 있어보이는 여행가방은 꿈도 꾸지 말라고 단단히 주의 시켰다. 촬영전 회의를 통해 동선과 일정을 파악하니 잘 차려입은 신사가 점잖은 모습으로 화면에 나오기는 틀렸다는 생각을 했다. 뭔가 억울했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나름대로 멋을 내야 한다는 생각만 했다. 일단 짐을 꾸렸다. 모든 짐은 등산용 배낭에 담아야 했고, 신발은 반드시 등산화가 필요하다고 해서 급히 구입했다. 챙이 넓은 등산용 모자도 당연히 준비했다.  바리바리 싸서 들고다닌 20일간의 짐 출발전 공항버스를 기다리며 셀카 한장 은 모두 4개의 외주업체가 제작한다. 4개의 업체는 경쟁을 통해 평가 받게 되고, 평가에서 좋은 인상을 받지 못한 업체는 불이익을 받게 ..

EPISODE-01_모자가 잘 어울립니다!

첫 촬영이 시작됐다. 방송출연은 처음이라 사뭇 긴장됐고, 그러면서도 속으로는 침착하자는 다짐을 몇번씩 반복했다. 그래도 카메라 앞에 서면 익숙치 않은 것이 일반인들의 똑같은 심정일 듯싶다. 몇번의 카메라 세팅을 마치고 담당 PD는 내게 몇가지 주의사항을 줬다. 그러면서도 자연스럽게 하라는 말을 반복했다. 주의사항을 되새기기도 힘든 상황에 자연스럽게 하라는, 당치도 않은 주문까지 더해지니 머릿속은 복잡했다.  내게 제시한 첫번째 대사를 소화했다. 나름 훌륭하게 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PD는 뭔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카메라 감독과 모니터를 보며 심각하게 회의중이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내겐 길게만 느껴진 약간의 시간이 지난 뒤 PD가 내게 천천히 다가왔다.  "선생님, 모자가 참 잘 어울리시는 데요?""..

<신간안내> 유머로 세상읽기

신간이 나왔습니다.그동안 세계 각국의 유머를 수집하고 이를 분석해서 그 나라의 문화와 역사의 연관성을 살펴보았습니다. 이를 통해 유머 감각을 익힐 수 있고 또 다양한 세상의 문화를 지루하지 않게 익힐 수 있습니다. 독립출판 방식으로 발간하여 구매하시려면 계약된 곳에서 인터넷으로만 주문이 가능합니다.  구입처http://www.bookk.co.kr/book/view/10525

저서 안내 2024.0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