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1021

<페북-2015> 뽀뽀

지난밤, 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지하철로 가는데 한 젊은 커플이 에스컬레이터 한쪽 계단에 위아래로 마주보고 서서 뽀뽀를 하고 있었다. 밑 계단에서 지켜 보다가 참지 못하고 결국 한마디했다."이봐요!"뽀뽀하다 말고 쳐다본 젊은 남자에게 말했다."여자랑 자리를 바꿔~~~ ^^"하필 남자가 윗칸에 서서 키도 작은 여자에게 맞추느라 허리가 부러질 것 같았다.고맙게 생각할 거라는 나의 기대는 착각이었고, 커플은 왠 대머리 변태 아저씨가 가발이라도 팔려는 수작으로 봤는지 하던 일을 계속했다.에스컬레이터에서는 뽀뽀하지 맙시다!

<페북-2015> 기타

작은 아들이 치고있는 사진속 기타는 내가 1984년에 구입한 기타다. 한달 아르바이트로 번 돈 15만원으로 구입했는데, 기타 제작 장인인 엄태흥 선생 작품이다. 브리지가 세번 떨어져 다시 붙였고, 낡아서 더 이상 붙지 않아 아예 나사로 고정시켰다. 줄감개는 삭아서 새로 싹 갈았다. 소리는 여전히 들을만한 편. 아들은 자기가 치고있는 엄태창 선생 ( 사진의 기타 제작자인 엄태흥 선생의 막내동생 ) 기타보다 손에 잘 맞는다고 했다. 30년간 묻은 손때 때문일 것이다.세상에는 기능과 재질의 문제보다 세월이 해결해주는 문제들도 많은 모양이다.

<페북-2015> 이강인

스페인의 유명한 축구클럽 유소년팀에 있는 한국 소년 이강인입니다.에이스의 상징 10번 등번호를 달고 하늘색 주장완장을 찬채 외국인들 사이에서 늠름하게 경기를 리드하고 있네요.이강인 선수는 올해 14살인데, 8년전인 2007년 KBS-2TV 멤버였습니다. 머잖아 한국축구의 기대주가 될 것입니다.세월 참 빠르지요?  2015년 2월 9일에 쓴 글

<페북-2015> 수제비

저녁을 먹지 않았다니 아내가 수제비를 해준다며 조금만 기다리라고 했다. 그냥 밥만 조금 먹으면 된다는데도 아내는 고집스럽게 수제비를 시작했다.모양이 조금 이상했지만 국물맛이 매우 익숙한 퓨전 수제비를 먹었다. 잠시후 설겆이를 하는 아내의 혼잣말이 귀에 크게 들려왔다."만두피 남은 거 버리기 전에 잘 사용했네....""......!"마침 늦은 시간에 라면을 먹던 막내를 보니 그다지 맛있는 표정은 아니었다. 라면이 맛없냐 물으니 막내는 의심섞인 표정으로 대답했다."엄마가 스프를 반만 넣었나봐요""......!"내가 먹은 수제비의 정체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페북-2015> 이어폰

집으로 돌아가는 지하철.한 아저씨가 귀에 이어폰을 끼고 출입문에 기댄채, 자신에게만 들리는 노래를 따라부르고 있다.불행한 사실은, 큰소리도 아니고 애매한 크기의 목소리로 따라부른다는점.더 불행한 건 노래를 무지 못한다는 사실.그러나 진짜 불행한 사실은,그 사람이 듣고 있는 음악이 락음악이 었다는 사실.ㅠㅠ한주가 이렇게 마무리되고 있다.

<페북-2015> 양복

오랜만에 제대로 된 옷 한벌을 샀는데 양쪽 주머니가 실로 봉해져있었다.오늘도 많은 단추를 다 채우고 나서야 주머니가 꿰메어져 있다는 알았다.단추 풀고 벗기 귀찮아 옷을 입은채로 허리를 숙여, 날카로운 칼로 봉해진 주머니를 뜯기 시작했다. ..... 여기까지 읽고 뭔가 불길하고 안타까운 예감이 떠올랐다면 당신은 여자!단지 '그래서 어떻게 됐는지' 가 궁금하다면 당신은 남자!

<페북-2015> 물

나는 하루종일 물을 한잔도 마시지 않는다(물론 국물도 먹고 커피도 마신다). 이상하리만큼 물을 마시지 않는다. 그런 나를 보고 한 친구는 희한한 눈빛으로 쳐다본다.그런데 그 친구는 물을 많이 마시긴 하지만 오줌을 싸지 않는다. 거의 본적이 없다. 오히려 물을 안마시는 내가 더 자주 화장실에 간다. 나는 그놈이 더 이상하다.우리는 서로 이상하게 본다. 누가 더 이상한가?

<페북-2015> 동전

지하철을 기다리다 쓰고있던 모자가 답답해서 벗었더니 안감이 뒤틀려있었다. 양끝을 잡고 힘주어 털어내는 바로 그순간, 등뒤로 동전이 하나 떨어졌다.그 요란한 소리에 사람들은 모두 나를 쳐다봤다. 모자에 동전을 넣어다니는 이상한 놈이라 생각할 것 같아 몹시 민망했다.얼른 허리를 숙여 아직도 흔들거리고 있는 오백원 짜리 동전을 주으려는 순간, 나보다 먼저 팔 하나가 나타났다."제건대요?"젊은 청년이 얼른 집어들고 빠른 걸음으로 사라졌다.사람들은 또 나를 쳐다봤다.남의 동전이나 주워가려는 찌질한 놈을 쳐다보는 눈빛이었다.그렇게 동전은 나늘 두번 죽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