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편집부에 근무하고 있을 때였다. 그 회사에서 출판하는 책들은 일반 대중 서적이 아니라 학술 관련 서적이었기 때문에 교정을 보거나 편집을 하는 데 있어서 지루함을 쉽게 느끼곤 했다. 대부분의 책 제목이 ○○론이나 ××학이어서 업무가 쉽게 따분해지기도 하고 또한 많은 한자의 잦은 등장은 업무의 집중력을 자주 떨어지게 했다. 책의 편집이 거의 끝나갈 무렵 저자의 머리말이 도착했다. 평소에 우리가 책을 읽을 때는 머리말이라는 것을 잘 읽지 않은 채 본문부터 읽어 가는데, 편집을 하다보면 저자의 마지막 원고가 바로 이 머리말이어서 책을 만드는 입장에서의 머리말이란 또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학술 서적답게 그 머리말 또한 딱딱하고 지루한 내용이어서 그리 눈여겨 볼 만한 부분은 없었다. 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