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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인터넷을 하던 어느날, 관련 서적이 필요해져 책상 위를 두리번거리고 있었다.문득 우리 사무실에서 표지를 디자인했던 ‘인터넷 모르면 고생이에요’ 라는 책이며칠간 눈에 띄었던 것이 생각나서 동료 직원들에게 묻는다는 것이그만 제목을 잘 기억하지 못하여 책 제목을 잘못 말하고 말았다.  “누구 여기 라는 책 본 사람 있나?”“못~ 봤는데요?~~~” 분위기가 이상해 고개를 돌려보니 모두들 가슴 부분의 옷자락을 움켜쥐고 있거나또는 두 손으로 머리를 쥐어 뜯고 있었다.     -----------------------------------------------------------------------웃자고 한 얘기였지만 지금의 시대는 인터넷을 모르면 정말 고통일지 모른다.앞으로 인터넷이 얼마나 더 발달할 건지, ..

창작 단편유머 2024.07.02

용량

사무실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동료 직원이 다가오더니 컴퓨터에 대해 잘 아느냐고 물었다.그저 남들만큼 안다고 고개를 끄덕이니그 친구는 내게 3메가 용량의 디스켓을 본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글쎄…….” 본 적은 없었지만 있을 수도 있을 만한 것이어서 그런 것이 나왔냐며오히려 내가 물으니 그 친구는 당당히 디스켓을 한 장 꺼내어내 앞에 보기 좋게 펼쳐 보였다.거기에는 이라는 브랜드가 커다랗게 인쇄되어 있었다.     -----------------------------------------------------------------------이제 컴퓨터를 모르면 '컴맹'이라 하여 주변의 놀림을 받는 시대가 되었다.하지만 컴퓨터 산업의 급속한 성장은 조그만 플로피 디스켓은 중요하지 않은도구가 되어버렸다.젊은..

창작 단편유머 2024.07.02

약도

이제 막 신혼 생활을 시작한 동료 직원이 집들이를 하게 되어각 부서에 신혼집의 약도를 팩스로 보냈다.하지만 팩스를 통해서 온 약도를 보던 직원들은 하나같이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그 집의 위치는 장위동(서울)이었는데 사람들은 대부분 집들이에 관심이 없었는지아니면 약도에 관심이 없었는지, 그것도 아니면 누군가가 알아서 데리고 갈 것이라생각했는지 약도를 꼼꼼히 들여다볼 생각은 하지 않고그저 그쪽 지리는 잘 모른다는 말만 할 뿐이었다. 생각 끝에 집들이의 주인공인 그 사람은 약도를 다시 각 부서로 보냈고,두 번째 약도를 받아본 사람들은 아까와는 전혀 다르게 매우 흥미롭고 관심 있게약도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리고는 ‘진작 이렇게 약도를 그렸어야지!’ 하며저마다 한 마디씩 같은 내용의 말들을 반복하고 있었다...

창작 단편유머 2024.07.02

누구나 그러하듯 나 역시 결혼해서 살 집을 마련하느라 여기저기 뛰어다녀야 했다.하지만 넉넉치 않은 돈으로 전세를 얻으려니 그 또한 쉬운 일이 아니어서그 역시 남들처럼 적잖은 고생을 해야 했다.결국 전세로 얻게 된 집은 아담하고 살기 좋은 곳이었는데다만 그 위치가 너무 높은 곳에 있었던 것이 유일한 흠이었다.얼마나 높은지 가도 가도 끝이 없었고 경사마저 심해 마을버스도 다닐 수 없었으며,따라서 눈이 오는 날은 귀가를 포기해야만 했었다.  어느날 회사에서 휴식 시간에 직원들이 이런저런 얘기를 하던 중자신들의 집이 높은 곳에 있다는 얘기가 화제로 등장했다.나는 가소롭기만 한 그들의 얘기를 듣고 있다가우리 집의 높이를 한 마디로 표현할 말이 없을까 생각했다.그러다가 내가 던진 한 마디에 우리 집에 대한 높이는 ..

창작 단편유머 2024.07.02

토마토 주스

오랫동안 시골에서 살아온 동료 직원과 함께어떤 행사장에서 토마토쥬스를 마시게 된 일이 있었다. “토마토쥬스는 마셔 봤수?”“그럼! 누굴 촌닭으로 아나?” 하지만 지나치게 자신만만한 그의 말투로 인해 나는 그가 토마토쥬스를마셔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아니나 다를까. 컵에서 한 모금을 맛본 그는약간의 인상을 찌뿌리더니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음.... 캐첩에 물탔군!”    ------------------------------------------------------------------내가 토마토 캐첩을 처음 맛본 때가 초등학교 저학년 때였다.그러나 그 시큼한 맛에 언뜻 먹지 못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그 맛과친해지는 데는 적잖은 시간이 걸려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어서야핫도그에 묻..

창작 단편유머 2024.07.02

별명

거래처에 갔다.이런 저런 일을 보고 있는데 그곳에서 무슨 사고가 생긴 모양이었다.분주하고 급박한 모습으로 이리저리 뛰고 있는데 가만히 얘기를 들어보니얼마전 내 동료직원이 어디선가 보았다는 그것과 관련이 있었다. "그거 우리 직원이 용산에서 봤다는 데요?" 중요하면 알아서 새겨 들을테고 아니면 흘려 들을테니아무 부담없이 툭 내뱉은 말이었지만마치 메시아의 구원의 목소리로 들렸던지 모두의 시선이 내게 집중된다.그리고는 자세한 내막을 알아보라나?나야 뭐 어려울 것 하나 없는 일이고 몹시 아쉬워 하는 눈빛들을 보니그것도 참 재미있는 일이었다.그 사무실 전화를 써도 되지만 거만하게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사무실에 전화했다. "그래? 확실하지?" 전화를 마치니 아까보다 더 희망섞인 표정으로 모두들 내 입을 주시하고 ..

유난히 흥분을 잘하는 동료가 있다.오늘도 그는 무언가 불만이 가득한 얼굴로 혼자 투덜거리고 있다. "아니, 이게 말이니 되는 겁니까?""뭔데 그래?" 관심을 아예 안 가지는 것이 편하다는 것은 알지만 그래도 더 큰 투덜거림이 나올까봐일단 대충 마무리하고자 하는 의미로 누군가가 대답했다.투덜맨의 얘기인즉, 안해도 되는 거래처의 일을 도와줬는데 고마워 하기는커녕아예 마무리까지 해달라는 얘기였다.그리고 그는 또 흥분했다. "이거 원.... 물에 빠진 사람 건져주니 보따리도 꺼내달라는 식이잖아"  그의 말이 맞다.안해도 되는 일이지만 서비스 정신으로 해줬더니거래처에서는 나머지 일까지 염치없게 부탁했다.하지만 세상 일에는 여러가기 '경우'라는 것이 있게 마련이다.사회에서 일을 하다보면 자주 듣는 소리 중에 하나가..

아버지와 아들의 이메일

큰아들 후연이가 초등학생이 되면서부터 내겐 한 가지 기대가 생겼다.이제 녀석도 한글을 쓰고 읽을 줄 알며 인터넷을 할 줄 알게 되니아빠인 나와 사이좋게 이메일을 교환하는 소박한 바람이었다.하지만 내게는 몹시도 간단할 것만 같은 그 일은초등학교에 갓들어간 녀석에게는 상당히 고난도의 미션이었고,나 역시 당시 상황으로는 만만치 않은개인적인 요구라는 생각에 아쉬움만 가득차고 있었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고 고맙게도 녀석은 남들이 자라는 만큼 쑥쑥 자라주어어느덧 이메일 주소를 만들고 싶다고 제발로 찾아오기에 이르렀다.아빠와 이메일을 교환하며 감성적인 대화를 나누고 싶다는앙증맞은 발상은 아닐테고,자신이 자주 가는 게임사이트에 드디어 이메일이 필요한 상황에 온 것이다. "이제 이메일 만들었으니 아빠와 매일 편지 주고 ..

태권도

초등학교 1학년일 무렵 엄마 손을 잡고 태권도장을 찾은 적이 있다.그러고 보니 아주 오랜 기억이다.지금의 기억으로는 당시 도장 안에서 사람들이매트 위로 날아다니고 여기저기 엎어져 있었다.맘 약한 내가 선뜻 나서서나도 저렇게 사람들을 집어 던져보겠다고 말했을 리는 없고,단지 내키지 않는 표정으로 뒷걸음을 쳤다.훗날 이 사건은 계속되는 어머니의 과장된 기억으로 인해태권도장 앞에서 엉엉 울었다는 역사적 사건으로 인증되어집안에서 놀림감이 될 경우 자주 등장하는 레파토리로 자리 잡게 되었다. 태권도장을 포기한 나는 이후 바둑 두는 기원에 다녔고그 곳은 제법 적응에 어려움이 없었는지어린 나이임에도 한동안 바둑을 열심히 두었다.세월이 하염없이 지나 나의 큰 아들이 그때의 내 나이가 되었을 때,내가 그랬던 것과 마찬가..

개근 교육

초등학교 다닐 무렵에는 이사가 잦아 전학가는 일이 많았다.전학을 가려면 적어도 10일 이상은 학교에 못가고 집에서 놀아야 하기 때문에그 재미에 그 귀찮은 몇 가지 일들이 제법 할 만한 일처럼 생각되기도 했었다.그러다가 4학년이 되면서 이사갈 일도 없어지니 딱히 학교를 가지 않을 이유도덩달아 없어지게 되었다.그래서 늘 숙제 안한 날이라던가 지각할 것 같은 날,심지어 잠을 더 자고 싶은 날 아침이면 어머니께 학교가지 않겠다고소주 2병을 나발분 옆집 선배처럼 꼬장을 부리곤 했다.하지만 그럴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어머니는 한마디로 단호하게 말씀하시곤 하셨다. “가지 마~” 학교 안 가겠다고 엄마에게 꼬장부리는 일은 내게 있어 너무도 쉬운 일이었고그 꼬장이 엄마에게 먹혀들어가는 일은 더더욱 쉬운 일이어서학교에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