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처에 갔다.
이런 저런 일을 보고 있는데 그곳에서 무슨 사고가 생긴 모양이었다.
분주하고 급박한 모습으로 이리저리 뛰고 있는데 가만히 얘기를 들어보니
얼마전 내 동료직원이 어디선가 보았다는 그것과 관련이 있었다.
"그거 우리 직원이 용산에서 봤다는 데요?"
중요하면 알아서 새겨 들을테고 아니면 흘려 들을테니
아무 부담없이 툭 내뱉은 말이었지만
마치 메시아의 구원의 목소리로 들렸던지 모두의 시선이 내게 집중된다.
그리고는 자세한 내막을 알아보라나?
나야 뭐 어려울 것 하나 없는 일이고 몹시 아쉬워 하는 눈빛들을 보니
그것도 참 재미있는 일이었다.
그 사무실 전화를 써도 되지만 거만하게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사무실에 전화했다.
"그래? 확실하지?"
전화를 마치니 아까보다 더 희망섞인 표정으로 모두들 내 입을 주시하고 있다.
"맞답니다!"
짧지만 단호한 내 목소리에 모두들 새 희망을 찾았는지 사고 처리가 급진전되는 것 같았다.
그들 중에 꽤 높은 직책을 가진 사람이 그 동안의 모습과는 달리
매우 겸손한 자세로 내게 부탁하는데 목소리 또한 몹시 애절하다.
"별 거 아니니 그 직원에게 부탁 좀 해주세요. 거기가 어딘지 기억할 수 있는지요?
아니면 제가 직접 전화를 해도 괜찮을까요?"
어려울 거 있나? 그러라고 했다. 그리 고마울 것 같지 않은 일이 꽤 고마웠는지
연신 고맙다는 인사를 거듭하더니 연락처를 알려달란다.
아까와 별반없는 매우 거만한 목소리로 천천히 전화번호를 불렀다.
"적으세요. 공일칠 이사구에 이륙....."
"예..... 공일칠 이사구 일..."
"일이 아니라 이요!"
"아, 예......"
직책이 높은 사람이 수첩에 내가 부르는 번호를 허둥지둥 적자
함께 자리하고 있던 부하직원 모두가 수첩을 꺼내들고
내가 부르는 번호를 필사적으로 적으려고 긴장하고 있었다.
"이름은요. 김형....."
"예...이름은 김....”
이제는 사무실 안에 있던 직원 모두 내가 부르는 소리를
마치 도올 김용옥 교수가 강의할 때 마냥 받아적기 시작했다.
"그리고 별명은 꺼벙이....."
"예...별명은 꺼..."
"그건 안 적으셔도 됩니다"
"아...예... 쓱쓱(쓴 것 지우는 소리)"
".......!?"
아무리 급한 일이지만 웃어야 할 땐 좀 웃어줬으면 좋겠다.
웃어야 할 때 안 웃으면 괜히 웃기는 놈 된다.
아하누가
상당히 재미있는 일화였는데 글로 쓰니 썰렁하다. 그러니 글쓴다는 게 어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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