샐러리맨의 낮은 아름답다

맞춤법

아하누가 2024. 6. 26. 00:18


 

사무실에서 동료 몇명이 맞춤법 문제를 가지고 열띤 설전을 벌이고 있었다.
우리말을 똑바로 사용하자는 의미에서

맞춤법을 가지고 설전을 벌인다는 사실은 무척 바람직한 일일 수 있으나

그것도 어느 정도 기본적인 것을 가지고 설전을 벌어야지
이건 초등학생도 알만한 내용을 가지고

서로 자신의 말이 맞는다고 흥분하고 있는중이었다.

 

 

분쟁의 내용은 ‘~읍니다’가 맞느냐, ‘~습니다’ 맞느냐는,
한마디로 어처구니 없는 내용을 가지고

치고박는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었다.
듣다 못해 중간에 끼어서 ‘~습니다’가 맞는 표기라고 말해주자

‘습니다’쪽의 동료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고

이미 대세가 기울어진 ‘읍니다’파는 말도 안되는 생트집을 잡으며
끝까지 포기의 의사를 비추지 않고 있었다.

 

그가 주장한 생트집은 ‘습니다’가 맞는다는 정확한 법적 근거를 대라는,
일견 일리가 있을듯도 하나 가만히 생각하면 무식하기 그지없는 생트집이었다.
답답했지만 무언가 확인시켜 주어야 할 상황이었다.
다행히 선배중의 한분이 모방송국 우리말연구회라는 모임에 몸담고 계셔서
전화를 통해 그 근거를 알려주었다.
그 말을 들은 ‘읍니다’파의 동료는 인정을 한다는 표정을 짓긴 했지만
그래도 법적인 문서를 눈앞에 보여달라는 마지막 자존심이 섞인 똥고집을 부리며
어물쩍 자리를 피했다.

 

 

며칠 뒤 사무실 화장실에 무심코 쭈구리고 앉아 있다가
화장실 벽에 붙여진 안내문을 보게 되었다.
매우 눈에 익은 그 글씨는 얼마전 ‘읍니다’를 외치던 그 동료직원의 글씨였다.
내용은 이러했다.

 

 


“화장지를 아껴 습시다”

 

 

 

 

 

아하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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