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 다니는 사람들에게는 하루에 한번씩 시간 맞춰 찾아오는
고민거리가 있으니 바로 점심식사 메뉴를 선택하는 문제다.
매일 그 시간이면 밖에서 식사를 해야 하니 그 음식이 그 음식이고,
어느 것을 골라도 성에 차지 않으며
입맛 또한 맞을 리 없으니 고민일 수밖에.
오늘도 거리의 음식점 간판을 번갈아 쳐다보며 적당한 집을 찾던중
오래전에 자주 가던 음식점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한동안 잘 가던 곳이었는데 일년 정도 발길이 뚝 끊어진 집이었다.
바로 '이쑤시개 폭탄' 사건 때문이었다.
이쑤시개 폭탄!
말만 들어도 처참한 역사의 현장이었다. 그 이름도 얼마나 잔인한가.
일년전 어느 저녁 그집에서 삼겹살을 먹고 계산을 하려는데
신용카드가 안된다고 했다.
사장 아줌마는 없고 음식 나르던 아줌마가 카운터에서
임시 경리부장을 하고 있었는데 카드 전표 끊는 방법을 몰랐었던 것이다.
그러니 안되는 것도 아니고 되는 걸 못하면서 돈을 내라니
여간 짜증 나는 일이 아니어서 티격태격 싸움이 시작되었다.
손님을 데리고 온 우리측 일행은 손님이 보는 앞에서 생긴 일이라
더욱 당황했고 급기야 손님이 지갑을 꺼내자 매우 흉폭해졌다.
임시 경리부장은 자신의 일을 충실히 하여
이번 기회에 서빙에서 탈피하여
경리부장에 오르려는 야심찬 의욕을 앞세우고 있었다.
양측은 매우 거칠어졌다.
급기야 일행중 성질이 급하다 하여 일명 '휘발유'라고 불리우는
사람이 무언가를 집어 던졌다.
그것은 테이블 위에 있는 이쑤시개 통으로,
던지는 위협이 있으면서 비교적 손해배상의 상황이 생겨도
그 금전적 손실의 폭을 줄일 수 있는 탁월한 선택이었다.
마침 그 이쑤시개 통은 공중으로 날아가며
내용물과 포장이 분리되어 산산이 뿌려지는 이쑤시개의 비행이
만들어지는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훗날 그 장면을 놓고 사무실 사람들은 아름다운 시로 노래를
불렀으며 이후 그 사건을 '이쑤시개 폭탄 사건'으로 명명하여
뿌려져 날아가는 이쑤시개의 아름다움을 높이 기리고
그 집에서 다시는 밥 먹지 말자는 각오를 다지게 했다.
바로 그 집의 간판을 보며 지난 날의 아픈 기억이 떠올라
오랜 추억도 더듬을 겸 동시에 지금은 이미 주인이 바뀌었을 것이라는
행복한 예상으로 그 음식점에 들어섰다.
하지만 음식점에 막 들어서려는 순간 음식을 배달하는 종업원이
그 집 사장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문밖에서 확인하고 우리 일행은
심각한 딜레마에 빠졌다.
오랜만에 찾아왔다는 그 머쓱한 분위기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짧은 시간의 논의 속에 우리는 외국에 출장갔다 왔다고 하기로
입을 맞췄다. 다른 일도 아니고 해외 출장이라면
나름대로 폼도 나고 어깨도 으쓱해지며 목소리도 높아지니
거짓말의 내용치고는 매우 다목적의 효과가 있는 내용을 선택한 셈이었다.
그것은 또한 별걸 가지고 고민하고 연구하는 우리 사무실 사람들의
특징이기도 하다. 그 특징은 또한 매우 치밀함을 강조하였으므로
무턱대고 출장이라면 약간의 거짓된 음성의 떨림으로 나타나니
티비에 자주 등장하는 '퇴폐관광'이라도 연상하며
외국에 다녀온 기분을 억지로 맞춘 뒤 음식점에 들어섰다.
안해도 되는 거짓말을 연구하는 장면이나 거짓말도 앞뒤를 맞추어
마인드 콘트롤한 뒤 하려는 치밀함이 돋보이는 순간이었다.
식당에 들어서자 아니나 다를까 낯익은 사장아줌마는
그동안 왜 안보였느냐고 잘 짜여진 대본같은 질문을 건넸다.
과정이 너무 순조로웠기 때문일까?
자연스러운 질문에 나는 자연스럽게 대답한다고 한 말이
그만 잘못 입 밖으로 튀어 나왔다.
"우리가요. 그동안에 퇴폐관광을 갈 거거든요......"
피노키오는 거짓말하면 코가 길어진다.
나는 거짓말하면 밥이 잘 안 넘어간다.
아하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