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그러하듯 나 역시 결혼해서 살 집을 마련하느라 여기저기 뛰어다녀야 했다.
하지만 넉넉치 않은 돈으로 전세를 얻으려니 그 또한 쉬운 일이 아니어서
그 역시 남들처럼 적잖은 고생을 해야 했다.
결국 전세로 얻게 된 집은 아담하고 살기 좋은 곳이었는데
다만 그 위치가 너무 높은 곳에 있었던 것이 유일한 흠이었다.
얼마나 높은지 가도 가도 끝이 없었고 경사마저 심해 마을버스도 다닐 수 없었으며,
따라서 눈이 오는 날은 귀가를 포기해야만 했었다.
어느날 회사에서 휴식 시간에 직원들이 이런저런 얘기를 하던 중
자신들의 집이 높은 곳에 있다는 얘기가 화제로 등장했다.
나는 가소롭기만 한 그들의 얘기를 듣고 있다가
우리 집의 높이를 한 마디로 표현할 말이 없을까 생각했다.
그러다가 내가 던진 한 마디에 우리 집에 대한 높이는 회사 내의 전설처럼 남게 되었다.
나는 이렇게 말했다.
“약수터에 물 뜨러 내려가야 하는 집 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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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은 많은 사람들이 유쾌하게 보던 이야기다.
한 스포츠 신문의 만화에 소재로 쓰이기도 했고
주변 사람들이 아직도 이이야기를 꺼내는 걸 보면
높은 곳에 살던 얘기가 재미있는 모양이다.
아직 우리가 사는 곳에는 높은 곳에 사는 사람들이 많다.
그냥 두면 산인 곳을 인구의 과밀 현상으로 인해 개발하다보니 집도 자연스레
높은 곳에 위치하게 된다.
높은 곳에 산다는 것, 지나고 나면 어떨지 모르지만
사는데 있어서는 분명 아름다운 추억만은 아니다.